중국산 공급 과잉에 석유화학 기업들이 일제히 적자 전환한 가운데 금호석유화학이 흑자를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다만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이 상승해 합성고무와 합성수지 등 주력 사업의 수익성이 하락했다. 이에 금호석유화학은 증권가가 전망한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하회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올 3분기 매출 1조8279억원과 영업이익 651억원, 당기순이익 53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3%, 영업이익은 45.4% 줄어들었다.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59.6% 감소했다. 증권가가 전망한 금호석유화학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8912억원, 878억원, 925억원이었다. 증권가는 금호석유화학이 불황에도 NB라텍스 등의 주력 제품으로 선방한 실적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금호석유화학의 캐시카우로 자리잡은 합성고무가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 6.6%를 기록하며 높은 수익성을 확보한 영향이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은 올 3분기 합성고무 부문에서 영업이익률 1.5%를 기록하며 영업이익 107억원을 거두는 데 그쳤다. 핵심 제품인 NB라텍스의 판매량은 늘어났지만, 시장 내 물량 확보를 위한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전 분기(466억원)보다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아울러 해상 운임 급등 및 시장가격 대비 높은 원재료 투입으로 수익성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 7월 3733.80으로 연중 최고치를 찍은 바 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운임이 반등한 것으로 분석된다.
합성수지 부문도 전분기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금호석유화학은 3분기 합성수지 부문에서 영업손실 87억원을 거뒀다. 여름철 비수기 및 글로벌 수요 불확실성에 따른 구매 심리 하락으로 고부가합성수지(ABS) 제품의 시장 가격이 약세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4분기도 중국 경기 부양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실물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했다.
페놀유도체 부문도 약세를 보였다. 올 2분기 판매량 증가와 스프레드 확대에 힘입어 영업이익 57억원을 기록해 4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3분기 스프레드(판매가와 원료가의 차이) 축소로 영업이익이 11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기능성합성고무(EPDM)·친환경고무(TPV) 부문은 매출 1602억원, 영업이익 140억원을 거뒀다.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률은 4.2%p 낮아진 8.8%로 집계됐다. 에너지와 정밀화학 등 기타부문은 올 3분기 2148억원의 매출과 47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 분기보다 성장세를 보였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컨테이너 운임이 상승하며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며 "4분기는 합성수지의 중국 신증설 물량 가동 및 실수요 부진으로 시장 가격 하향이 전망되기 때문에 고부가 특화 제품 판매 확대로 수익성을 방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실적에 금호석유화학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주당 13만4000원으로 시작한 주가는 실적 발표 전 장중 3% 이상 오른 13만9500원까지 상승했지만, 실적 발표 이후인 오후 2시 13만3900원까지 떨어졌다. 시장의 실망 매물이 대거 쏟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이 업황 불황에도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목표주가를 유지했다. 특히 금호석유화학은 향후 6개월간 주주환원 모멘텀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호석유화학은 올 12월이 향후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을 업데이트하는 시점"이라며 "주주환원 정책 요구가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시 향후 6개월 주주환원 모멘텀이 보다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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