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포스코홀딩스가 최근 새롭게 설립했거나 출자한 곳들을 살펴보면 눈에 띄는 명칭이 있다. 바로 'OOO솔루션'이다.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과 포스코리튬솔루션, 포스코실리콘솔루션, 포스코JK솔리드솔루션이 그들로 공통점은 모두 이차전지 소재를 개발·생산한다는 점이다. 전기차 시대에 내놓은 포스코홀딩스만의 '해답(솔루션)'이다.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호주산' 광석리튬을 수산화리튬으로
4개 솔루션 계열사 가운데 가장 먼저 설립된 곳은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이다. 2021년 4월 포스코홀딩스가 1500억원을 출자해 세웠다. 당시 이름은 포스코리튬솔루션이었으나 2022년 4월 호주 광산업체인 '필바라미네랄스'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사명이 지금처럼 바뀌었다. 현재 지분은 포스코홀딩스가 82%, 필바라미네랄스가 18% 들고 있다.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은 호주에서 필바라미네랄스가 채굴한 광석리튬을 수산화리튬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한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이차전지인 리튬이온전지의 핵심 소재가 리튬인데, 여러 리튬 중에 에너지 밀도가 높고 용량이 큰 이차전지에 적합한 게 수산화리튬이다. 이에 따라 수산화리튬에 대한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설립 당시 계획한 3년간의 설비투자는 내년 마무리된다. 총 투자액 9188억원 가운데 5314억원이 현재 집행됐다. 수산화리튬 생산공장이 들어서는 곳은 전라남도 광양에 있는 율촌산단이다. 연간 4만3000톤(전기차 100만대 분량)을 생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같은 그룹 계열사로 양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에 일단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리튬솔루션, '아르헨티나산' 염수리튬을 수산화리튬으로
2022년 4월 포스코리튬솔루션이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으로 이름을 바꾼 뒤 포스코홀딩스는 그해 12월 2875억원을 출자해 포스코리튬솔루션을 설립했다.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이 썼던 바로 그 이름이다. 이름과 관련한 인연이 있듯이 포스코리튬솔루션은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과 마찬가지로 수산화리튬을 생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차이가 있다면 포스코리튬솔루션은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과 다르게 염수리튬을 수산화리튬으로 바꾼다는 점이다. 2018년 포스코홀딩스가 3490억원을 투자해 매입한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에서 추출한 염수리튬을 국내에서 수산화리튬으로 전환하는 역할이다. 수산화리튬에 대한 포스코홀딩스의 기대감이 어느 정도인지 엿보인다.
포스코리튬솔루션의 생산시설도 전라남도 광양 율촌산단에 짓고 있다. 올해 6월 착공했다. 2025년까지 총 5751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현재 10% 정도 집행됐다. 수산화리튬 생산 목표는 연간 2만5000톤이며 같은 곳에서 생산되는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의 4만3000톤과 합하면 3년 뒤 포스코홀딩스는 광양에서만 6만8000톤을 생산한다. 전기차 160만대 분량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톱3 리튬 생산 기업에 오르겠다는 야심이다.
◇포스코실리콘솔루션, 절묘한 인수로 획득한 '실리콘 음극재' 기술
이차전지로 널리 쓰이는 리튬이온전지는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로 구성된다. 2022년 7월 528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포스코실리콘솔루션(옛 테라테크노스)은 실리콘 음극재를 생산한다. 앞서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과 포스코리튬솔루션이 양극재(수산화리튬이 원료로 쓰임)와 관련 있다면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음극재와 관련 있다.
실리콘 음극재의 장점은 기존 흑연계 음극재보다 에너지 밀도가 약 10배 높아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적합하다는 점이다. 급속 충전 설계가 쉽다는 점도 이점이다. 다만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할 시 배터리 부피가 팽창하는 부작용을 어떻게 빠르게 개선하느냐가 관건이다.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이 역점을 두는 부분이다.
포스코실리콘솔루션 인수는 타이밍이 절묘했다. 포스코퓨처엠에서 생산하는 흑연계 음극재를 뛰어넘는 음극재 기술력이 필요한 때에 관련 기술력을 가진 테라테크노스가 모회사(테라사이언스)의 유동성 문제로 시장에 나왔고, 발빠르게 포착해 인수에 성공했다. 올해 1월 포스코홀딩스는 포스코실리콘솔루션에 증설 자금으로 591억원을 추가로 출자했다.
◇포스코JK솔리드솔루션, '전고체 시장' 선점 위한 합작사
오래전부터 리튬이온전지의 대안으로 꼽히는 게 전고체다. 전고체도 리튬이온전지이지만 전해질이 '고체'라는 차이가 있다. 현 리튬이온전지보다 안정성 면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안정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리튬이온전지의 폭발이나 화재를 막기 위해 설치한 부품들도 필요가 없게 된다. 이 공간에 배터리를 추가하면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어난다.
전고체를 전고체이게 만드는 건 고체 전해질이다. 포스코홀딩스도 이 소재에 주목해, 지난해 2월 경상남도 양산에 있는 정관과 포스코JK솔리드솔루션을 합작 설립했다. 정관이 지분 60%, 포스코홀딩스가 지분 40%를 나눠 갖는 형태다. 포스코홀딩스는 260억원을 출자했다. 대표이사는 정관의 김태흥 대표이사가 겸직하기로 했다.
관련 기술을 이미 보유한 정관과 합작한 까닭에 생산시설을 지난해 10월 준공할 수 있었다. 연간 생산 목표량은 24톤으로 전기차 약 1000대 분량이다. 이를 2027년 20톤, 2029년 200톤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고체전해질에 대한 검증 작업은 대만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업체인 '프롤로지움(Prologium)'과 협력한다.
지난 7월 개최한 '포스코그룹 이차전지 소재 사업 밸류데이'에서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CSO겸 CFO)은 "향후 3년간 투자를 더욱 가속화할 예정"이라며 "첫째는 리튬을 비롯한 양극재, 둘째는 미래기술연구원 설립 통한 기술개발, 셋째는 미래형 차세대 소재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포스코홀딩스는 2025년에는 이차전지 소재 사업의 합산 에비타(EBITDA·상각전영업이익)가 3조원으로 철강 부문에 버금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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