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선수범과 언행일치만큼 투자자를 설득하는 좋은 방법은 없다. 기업가치가 저평가됐거나 기업가치 향상에 자신 있다고 판단하는 기업과 경영진이 직접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투자자 소통(IR) 업무를 책임진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자사주 매입은 시장 안팎에서 주목할 수밖에 없다. THE CFO가 CFO들의 보유 자사주 규모와 매입 동향 등을 살펴본다.
현대자동차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가운데 자사주를 가장 많이 보유한 이는 기아의 주우정 부사장이다. 주 부사장은 현재 2만3740주를 보유하고 있다. 현 시세로는 약 20억원 규모다. 주 부사장은 임원으로 승진하기 이전에 이미 자사주 1만주를 보유했을 정도로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현대차그룹 상장 계열사 CFO 12명의 보유 자사주를 비교한 결과, 기아의 주 부사장이 2만3740주로 가장 많이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는 김원진 현대제철 부사장(1200주)이며 김두홍 현대로템 전무(645주), 배형근 현대모비스 부사장(460주), 서강현 현대차 부사장(400주), 황경원 현대오토에버 상무(150주)가 뒤를 이었다.
자사주를 한 주도 보유하지 않은 CFO는 지재구 현대비앤지스틸 부사장, 김광평 현대건설 전무, 도신규 현대차증권 전무, 김사원 현대위아 전무, 유병각 현대글로비스 상무, 신승호 이노션 상무로 6명이다.
일반적으로 임원들은 C레벨급으로 승진하거나 사내이사에 선임돼 이사회에 참여하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본인의 의사결정으로 움직이는 회사의 결과물에 대해 주주들과 함께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다. 주가가 급락해 주주들의 원성이 커질 때 오너와 주요 경영진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사례도 이에 해당한다.
주 부사장은 2008년 기아에서 이사대우로 임원으로 승진하기 이전에 이미 1만3900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회사 성장에 대한 자신과 기대감을 일찌감치 갖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당시 이사대우 임원 가운데 주 부사장보다 많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이는 없었다. 대표이사였던 조남홍 사장도 보유 자사주는 없었다.
주 부사장은 2014년 현대제철로 이동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기아 주식을 모두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말 기아에 CFO인 재경본부장으로 복귀했을 때 그는 기아 주식 2만1490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약 4년간 현대제철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친정인 기아의 주식을 매입했던 것이다.
이후 4년 넘게 기아 재경본부장이자 사내이사로 재직하면서 주 부사장은 2250주를 추가로 매입해 현재 2만3740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17일 종가인 8만2300원 기준으로 19억5380만원어치다. 매입한 주식의 평균가격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현재 기아 주가가 역대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높은 평가이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주 부사장은 현대제철에서 재무관리실장과 원가관리실장으로 4년 넘게 근무하는 동안에도 현대제철 주식을 매입하며 조직에 대한 로열티를 보이기도 했다. 2014년과 2015년에 두 해 연속 장내에서 현대제철 주식 4100주를 취득했다. 이후 매각 공시를 하지 않았다. 때문에 적어도 2018년 말 기아로 이동했을 때도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매분기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정도로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7월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가이던스도 상향 조정했다. 매출액은 97조6000억원에서 100조원 이상으로, 영업이익은 9조3000억원에서 최대 12조원으로 높였다.
매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 참석하는 주 부사장은 지난 7월 2분기 실적을 설명하며 지금의 성장세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에는 준중형 SUV와 세단 등 신차를 추가해 전기차 '풀 라인업'을 구축하게 된다"며 "경쟁은 격화하고 어려운 시장이 되겠지만 현재 가지고 있는 강점과 경쟁력 우위 상황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