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법인세법 개정으로 국내 본사가 해외 자회사로부터 배당금을 받을 때 부담하는 세금 규모가 큰 폭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현금 확보가 필요한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배당을 확대할 여력이 있는 해외 자회사는 어디인지 살펴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THE CFO가 기업별 국내 본사 배당수익을 책임질 우량 해외 자회사를 찾아본다.
기아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하는 주우정 재경본부장(부사장)에게 두 해외법인의 경영을 맡긴다. 기아캐나다(Kia Canada Inc.)와 기아인디아(Kia India Private Limited)다. 주 부사장은 2019년 초 재경본부장에 선임됨과 동시에 두 해외법인 이사로도 선임돼 현재 5년째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주 부사장이 경영에 참여하는 기아캐나다와 기아인디아의 공통점은 기아의 해외자회사(모회사가 국내 본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몸집은 크지 않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최대 순이익을 보이는 기아아메리카(Kia America, Inc)에 가려져 있지만 앞으로 국내 본사의 주요 배당수익원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기아캐나다는 자산총계가 약 8000억원으로 모회사인 기아의 연결기준 자산총계의 2.5%(약 1조9250억원)보다 작다. 이에 따라 연도 말 자산총계와 연간 당기순이익만 확인된다. 코스피 상장사는 지배기업 연결기준 자산총계의 2.5% 이상에 해당하는 종속기업에 대해서만 주요 재무지표를 공개하면 된다. 기아캐나다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자산총계와 당기순이익만 알 수 있지만 기아캐나다의 괄목할 만한 성장세는 확인된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091억원으로 전년 대비 77%(475억원) 증가했다. 기아의 해외 자회사 13개 가운데 당기순이익 증가율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기아아메리카로 당기순이익 증가율이 195%였다.
단순히 지난해만 실적이 좋았던 것도 아니다. 2019년 153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2020년 733억원, 2021년 615억원, 2022년 1091억원으로 확대됐다. 3년 전과 비교해 2022년 당기순이익은 7배 이상 늘었다. 당기순이익이 배당 재원인 이익잉여금에 귀속되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본사 입장에서는 배당금을 늘릴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기아캐나다는 한국과 미국,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을 수입해 판매한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판매량을 보면 셀토스와 스포티지 등 SUV 차량이 판매량 순위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니로EV와 쏘울EV, EV6 등 전기차 모델들의 판매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기아인디아도 기아캐나다처럼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순이익으로 전환한 뒤 2년 연속 두 자릿수의 순이익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774억원으로 전년 대비 49% 늘었다. 당기순이익 증가율은 기아의 해외 자회사 13개 가운데 기아아메리카, 기아캐나다, 기아멕시코에 이어 4번째로 컸다.
단 기아캐나다와 달리 기아인디아는 생산시설을 갖고 있다. 현지 전략형 차종으로 소형 SUV인 쏘넷(Sonet)을 필두로 셀토스와 카렌스 MPV 등을 생산 판매한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3개 모델을 포함한 차량의 판매 대수는 10만430대다. 같은 기간 글로벌 전체 판매량인 101만대의 '10분의 1'을 기아인디아가 책임졌다.
이처럼 가파르게 성장하는 곳의 경영에 주우정 부사장이 이사로서 참여하고 있다. 기아캐나다와 기아인디아 법인장은 각각 권성원 상무와 박태진 전무다. 주 부사장은 권 상무와 박 전무와 호흡을 맞춰 두 법인의 지속 성장이라는 과제를 수행한다. 배당 재원인 이익잉여금이 쌓이기 때문에 두 법인이 본사에 지급하는 배당금을 늘릴지 여부도 주 부사장은 판단할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주 부사장은 기아슬로바키아(Kia Slovakia s.r.o.)에서는 감사를 겸하고 있다. 기아슬로바키아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21% 감소했다. 하지만 순이익은 2382억원으로 해외 자회사 가운데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규모 자체는 큰 곳이다. 기아아메리카(송호성 대표이사가 이사회 참여)를 제외한 핵심 요충지를 CFO의 관리·감독 아래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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