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경쟁사와 달리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다른 은행금융지주와 자사주 소각 규모에 현격한 차이가 나면서 주주환원 트렌드에서 다소 뒤처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금융이 추가적인 자사주 소각에 나서지 못하는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자본비율이 자리한다.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주주환원이나 위험가중자산(RWA) 여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활용된다. 우리금융이 기업금융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기로 하면서 자사주 소각 규모를 늘리는 건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힘겹게 유지하고 있는 CET1비율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약 1조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자사주 소각 규모 7500억원보다 5000억원 많은 금액이다. 올해 3분기 실적과 연동된 자사주 매입·소각이 추가될 수 있는 만큼 소각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은행금융지주가 자사주 소각 규모를 늘리는 건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자사주 소각은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직접적인 주주환원 정책이다. 그간 배당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자사주 소각 규모를 늘리는 방향으로 주주환원 트렌드가 만들어졌다.
금융지주별로 보면 KB금융이 6000억원으로 올해 자사주 소각 규모가 가장 크다. 이어 신한금융 4000억원, 하나금융 1500억원, 우리금융 1000억원 순이다. KB금융은 자사주 소각 규모 측면에서 리딩금융의 면모를 자랑한다. 신한금융은 올해 세차례에 걸쳐 분기 배당을 실시하면서 꾸준함을 과시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자사주 소각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건 비은행 부문 체급이 KB금융과 신한금융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증권·보험·카드 등 비은행 사업 경쟁력이 부족한 탓에 배당 원천이 되는 순이익 규모에 차이가 난다. 추가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기 위한 실탄도 아껴두어야 한다.
우리금융은 자본비율 측면에서 하나금융보다 더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다. 금융지주는 CET1비율을 기준으로 주주환원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CET1비율이 높을수록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설 수 있는 여력이 커진다. 우리금융의 CET1비율은 상반기 기분 12%다. KB금융(13.78%), 신한금융(12.95%)은 물론 하나금융(12.8%)과 비교해도 차이가 상당하다.
◇CET1비율 여력, 기업금융 드라이브에 활용 우리금융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CET1비율 여력을 기업금융 영업에 활용해야 한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 최하위권으로 떨어진 기업금융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본격적인 영업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공세적인 대출 확대에 나서면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나고, RWA 상승은 CET1비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공격적 기업금융 영업 확대와 주주환원 정책이 상충하는 셈이다.
기업금융 영업을 총괄하는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도 자본비율을 의식하고 있다. 그는 최근 '기업금융 명가 재건' 간담회를 열고 우리금융의 가장 큰 약점이 자본비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자본비율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탓에 고객에게 대출 상환을 요청한 적이 있을 정도로 영업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 자본비율 수준에서 RWA를 늘리는 동시에 자사주 소각도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리금융이 자사주 소각을 늘리려면 기업금융 영업 경쟁력을 회복하고 순이익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 순이익 확대를 통해 자본비율을 개선하고 주주환원 여력을 늘리는 선순환이 자리잡아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선진국 증시를 보면 자사주 소각은 배당 만큼이나 금융주 투자 매력을 유지에 중요한 요소"라며 "이자수익이 주력인 국내 금융주 특성상 경쟁사와 차별화 요인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자사주 소각이 부족하면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