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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

CFO 투톱 체제 구축한 'CJ와 CJ제일제당'

②재무라인 '압축·이원화' 리뉴얼, 자금관리 등 업무 '효율성·전문성' 강화

박규석 기자  2023-04-06 14:01:18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CJ그룹에는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투톱 체제로 구축한 곳들이 있다. 바로 지주사인 CJ와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CJ제일제당이다. 이들은 자금조달과 관리, IR, 회계 등을 나눠 맡으며 업무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조직 분할로 시작된 '한 지붕 두 살림'

CJ와 CJ제일제당 중에서 현재와 같은 2명의 CFO 체제를 먼저 구축한 곳은 CJ제일제당이다. 시작은 지난 2018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CJ제일제당은 정기 임원인사와 함께 조직개편을 단행했고 기존 재무조직이었던 재경실을 2개의 조직으로 분할했다.

이 과정에서 재경실은 재무운영실로 바뀌었고 재무전략실이 신설됐다. 경리와 세무, 내부회계 등은 재무운영실에 통합했다. IR과 M&A, 자금조달 등과 관련된 전략적인 업무는 재무전략실로 이관했다. 재경실의 기능이 나뉜 만큼 재경실에서 IR을 담당하던 4~5명의 인원은 재무전략실로 이동했다. 식품과 바이오사업부문 등에 소속돼 M&A 업무를 담당하던 일부 멤버 또한 재무전략실로 자리를 바꿨다.


CJ제일제당이 재경 부서를 재편한 배경에는 재무 부문의 전문성 강화와 효율성 제고가 녹아있다. 회사가 성정하면서 연간 단위로 투입되는 경상투자를 비롯해 시설확충을 위한 투자와 기업인수 등으로 CFO와 재무조직의 역할 역시 커졌기 때문이다.

CJ의 경우 공식적인 조직개편 시기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CJ제일제당보다는 뒤늦게 관련 체계를 도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략적으로는 2020년 전후로 조직개편 등이 단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흔적은 연간 단위로 공개하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엿볼 수 있다. 2020년부터 조직의 명칭과 수가 CJ제일제당과 비슷한 형태로 바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CJ의 재무라인에는 2~3명의 임원이 배치됐다. 2018년과 2019년에는 4명의 임원이 동시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부터는 재무 관련 임원이 2명으로 압축됐고 재경1팀, 2팀 또는 재경1실, 2실로 구분되던 명칭도 재경팀으로 통일됐다. 이듬해에는 재무전략실과 재경실로 명칭이 바뀌었고 현재까지 2명의 CFO가 관련 부서를 담당하고 있다. 업무 역시 재무전략실이 회사채 발행과 계열사 유상증자, IR 등을 관장하고 재경실은 세무와 회계를 책임지고 있어 사실상 CJ제일제당과 큰 차이는 없다.


◇4명의 CFO들 공통점과 차이점은

CJ와 CJ제일제당은 유사한 형태의 재무조직을 가지고 있지만 역대 CFO들의 이력에서는 미묘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CJ가 임원 선임에 있어 CJ제일제당 출신의 인사를 선호한다면 CJ제일제당은 그룹 내 계열사에서 골고루 중용하고 있다. 다만 재무와 회계, 조달 등 구분된 역할에 맡는 CFO를 발탁하고 있다는 점은 공통점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 CJ의 현직 CFO 역할을 수행 중인 강상우 재경실장(경영리더)과 신종환 재무전략실장(경영리더) 모두 CJ제일제당을 거친 인사다. 특히 이들은 CJ와 CJ제일제당의 재무조직을 순환근무처럼 옮겨 다닌 게 특징이다. 2017년을 기준으로 약 1년~2년 정도는 CJ제일제당에서 함께 근무하기도 했다.

강 경영리더의 경우 2011년 7월 CJ 사업팀에서 CJ제일제당의 재무팀 경리파트장 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게 시작이다. 이후 두 회사의 순환을 불규칙하게 반복하다 2018년 10월부터는 CJ 재무조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신 리더는 반대로 지난 2013년 10월 CJ제일제당에서 CJ로 이동된 게 출발점이다. 2018년 4월부터 6개월 정도는 그룹 내 계열사인 CJ ENM 재무담당을 맡았다. 당시 옛 CJ오쇼핑과 옛 CJ ENM의 합병이 추진 중이었던 만큼 이를 지원하기 위해 신 리더를 파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로 그는 CJ와 CJ제일제당에서만 근무하다 현재 자리에 올랐다.

CJ와 달리 CJ제일제당은 상대적으로 자체적인 등용과 그룹 내 계열사 재무 임원의 중용 빈도가 높다. CJ를 비롯해 CJ ENM와 CJ프레시웨이 등을 거친 인사들이 재무라인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현직의 경우 외부 출신 전문가가 호흡을 맞추고 있다. CJ그룹이 CFO 선임에 있어서만큼은 내부출신 인사를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대목이다.

CJ제일제당에서 재무운영실장을 맡고 있는 천기성 경영리더의 경우 국세청 출신 인사다. 서울대 법학 박사로 국세청 기획재정담당관과 김앤장법률사무소 등을 거쳐 2020년 5월에 CJ제일제당과 인연을 맺었다. 재무운영실장 상무로 입사해 현재까지 CJ제일제당의 내부회계 등을 책임지고 있다.

천 경영리더와 콤비를 맺고 있는 강경석 재무전략실장(경영리더)도 외부출신 인사다. 상세한 이력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HSBC증권과 메릴린치증권 등을 거쳐 2018년에 CJ 재경실 재무운영담당 상무로 입사했다. 2021년 4월부터는 CJ제일제당에서 자금조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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