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 사업자인 예스코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문만영 이사가 다시 한번 관리 역량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달에 과거 발행한 회사채에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하면서 유동성에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예스코는 지난해 6월에도 EOD 사유가 발생했다. 그때도 문 이사가 기획재경본부장으로 CFO였다.
EOD는 특정 조건이 성립되면 채권자가 만기일 전에 채무자에게 빌려준 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지난달 EOD 사유가 발생한 예스코 회사채는 2020년 6월15일 발행한 제25회 무보증사채와 2021년 6월9일 발행한 제26회 무보증사채다. 지난해 6월 EOD 사유가 발생한 회사채와 같다.
사유는 이번에도 재무비율 유지 실패다. 제25회 무보증사채의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예스코는 총 4가지 의무를 진다. △계약상 정하는 시기와 방법이 따라 원리금 지급 △조달 자금을 채무상환 자금으로 사용 △연결기준 부채비율 400% 이하 유지 △연결기준 자기자본의 300% 이하 담보권 설정이다.
지난달 17일 공시한 예스코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444%다. 회사채를 발행하며 맺은 계약 중 하나인 연결기준 부채비율 400% 이하로 관리하지 못했다. 지난해 6월 EOD 사유가 발생했을 때 기준이었던 3월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424%였다.
부채비율을 포함한 재무비율 관리는 1차적으로 CFO의 책임이다. 더욱이 CFO인 문만영 이사는 사내이사로 최고 의사결정기구에 참여하는 권한이 큰 CFO라는 점에서 반복되는 EOD 사유 발생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평가다.
일단 예스코는 문 CFO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예스코는 임원 일부를 교체했다. 지난달 말 사내이사로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이 퇴진하고 현 경영지원본부장인 김환 상무가 이사회에 진입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월엔 감사 임원을 교체했다. 문 CFO는 기획재경본부장과 사내이사 직을 유지했다.
문 CFO는 예스코와 최대주주인 예스코홀딩스에서 차근차근 재무 업무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1969년생으로 숭실대 경영학과 석사를 졸업한 그는 2018년 예스코가 예스코홀딩스(존속법인)와 예스코(신설법인)로 물적분할할 때 예스코 CFO로 자리를 옮겨 5년째 재무와 기획 조직을 이끌고 있다. 물적분할 전 예스코에서도 재경부문장으로 근무했다.
회사 사정에 밝고 재무 업무 경험도 충분하지만 이번에는 채권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해 6월 EOD 사유가 발생하자 예스코는 현금및현금성자산과 단기투자자산 등 유동자산 중에서도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갚아 부채비율을 낮췄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비교해 매각할 수 있는 유동자산이 적다.
지난해 12월 말 연결기준으로 예스코 부채총계는 6786억원이다. 자본총계는 1528억원이다. 단순 계산으로 부채비율을 400% 이하로 떨어뜨리기 위해선 부채를 672억원 이상 줄여야 한다. 예스코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및현금성자산과 단기투자자산은 도합 412억원이다. 260억원 이상이 부족하다.
물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최대주주의 출자와 3134억원에 이르는 매출채권 중 일부를 조기에 회수해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대표적인 해결책으로 꼽힌다. 어느 쪽이든 문 이사를 포함한 경영진이 최대주주와 고객사를 설득해야 한다는 점은 같다. 예스코 매출의 98%를 책임지는 곳이 한국가스공사다.
예스코 기획재경부문 관계자는 "연초에 매출채권 일부가 회수되고 곧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갚을 계획"이라며 "그러면 부채비율은 40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채권자들에게 이러한 점을 설명하는 자료도 보냈고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6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EOD 사유가 발생된 제25회 무보증사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