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이 일관되게 차입금 중심으로 재무정책을 펼치고 있다. 반도체 웨이퍼 수요에 발맞춘 증설 투자가 지속되면서 작년 말 총차입금은 2조원에 육박했다.
영업현금창출력이 함께 개선되면서 차입금 상환 능력은 탄탄해지는 추세다. 최대주주 SK㈜ 등의 재무적 지원 없이 재무안정성을 유지한 배경이다. 작년에는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장기신용등급은 A에서 A+등급으로 높아질 가능성에도 근접해졌다. 올해 SK실트론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맡은 이정훈 기업가치혁신본부장이 신용도 상향의 성과를 올릴지 주목된다.
◇이정훈 본부장, 정희균 재무실장과 호흡
이 본부장은 SK㈜ 투자센터, SUPEX추구협의회 등을 거쳐 올해 SK실트론에서 본격적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재무 관련 업무는 정희균 재무관리실장과 호흡한다. 정 실장은 SK실트론에서 2019년부터 재무관리실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전에는 SK㈜와 SK텔레콤의 재무 파트 실무를 담당했다.
10일 기준 국내 신용평가 3사는 SK실트론의 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차입금 확대 기조 속에서 신용등급 상향 기대감을 유지한 점이 눈길을 끈다.
SK실트론은 2019년을 기점으로 생산설비와 신사업 투자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투자 재원은 줄곧 차입금과 회사채를 통해 마련하면서 부채 증가는 불가피했다. 실제로 2018년 말 연결기준 8115억원이던 차입금 총액은 작년 말 1조9483억원으로 2.4배가량 불어났다.
차입금이 늘어나는 동안 이익창출력 개선이 병행된 점이 특징이다. SK실트론은 반도체 기초재료인 웨이퍼 제조 사업에 집중한다. 주력 제품으로는 실리콘 웨이퍼(Si Wafer)와 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SiC Wafer)가 있다.
그룹 내 SK하이닉스와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통해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고 있다. 작년에 반도체 업황은 부진했지만 높은 장기계약비중, 판가 유지 등을 통해 경영 실적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2조3547억원, 영업이익은 564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7%, 101%씩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EBITDA는 9578억원으로 53% 성장했다.
◇A+ 등급 도달 눈앞, 관건은 '수익 유지'
EBITDA가 개선되면서 채무상환능력은 A+ 등급 수준에 가까워졌다. SK실트론은 타인자본을 활용해 자금 수요에 대응하는 만큼 EBITDA 대비 차입금 추이는 등급 방향성을 좌우하는 요소다.
지난해 SK실트론의 총차입금은 전년 대비 늘었지만 순차입금은 10% 감소한 1조312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활동에서 유입된 현금이 투자 부담을 일부 상쇄하면서 현금성자산이 축적된 덕분이다. 같은 기간 연결기준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50% 증가한 6358억원 정도다.
신용평가사가 살펴보는 SK실트론의 핵심 지표는 △순차입금/EBITDA 1.5배 이하 △EBITDA/매출액 30% 초과 등이다. 지난해 순차입금/EBITDA는 1.4배를 달성했으며 EBITDA 마진은 5년 연속 30%를 초과하고 있다.
등급 상향의 마지막 퍼즐로는 작년 수준의 현금창출력 유지 여부가 지목된다. 앞으로 3년 동안 자본적지출(CAPEX) 투자도 2조7000억원이 예정된 만큼 영업현금을 통해 차입금을 제어하는 모습이 요구되고 있다.
올해는 반도체 제조사의 웨이퍼 수요가 감소할 개연성이 있지만 SK실트론은 장기공급계약 비중이 큰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더불어 SiC 웨이퍼 사업의 투자 성과가 일부 가시화될 가능성도 언급한 상태다. 작년 말 미국 미시건 신규 공장이 완공됐으며 본격적으로 양산에 돌입한 만큼 외형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