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사태가 터지고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하위규정 개정안'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고자 했다. 이후 국내 PEF 시장 생태계는 큰 변혁기를 맞았다.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는 출자자(LP) 풀이 축소됐다. 특히 업력이 짧은 중소형 하우스들은 각기 생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더벨에서 라임사태 3년 차에 접어든 지금, 국내 PEF 시장의 현황과 각양각색의 생존 전략을 살펴본다.
금융당국이 이른바 '라임사태 방지법(자본시장법 하위규정 개정안)'을 시행한 지 3년차에 접어들었다. 기관전용 사모펀드(PEF)에 이전과 달리 개인투자자를 모집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면서 PEF 시장 생태계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트랙레코드가 풍부한 대형 하우스들과 달리 중소형·신생 하우스들은 저마다의 생존법을 찾고 있다. 그나마 트랙레코드가 괜찮은 하우스들은 기존 LP풀을 바탕으로 코인베스트먼트 펀드에 집중하는 추세다. 간간히 블라인드펀드 출자사업에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마저도 힘든 PEF 운용사들 가운데서는 '패밀리하우스'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곳도 있다. 보유 포트폴리오 가운데 가장 현금흐름이 좋은 곳을 기점으로 사업 역량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벌어들인 재원을 투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기관전용 사모펀드 분류 후 개인투자자 모집 불가능
2019년 7월 6조원 가까운 자금을 굴리던 국내 헤지펀드 1위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단기적으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코스닥 좀비기업의 메자닌 등 부실 자산을 대량으로 매입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해 10월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던 펀드로 담았던 주식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결국 환매중단이 발생했다. 당시 라임자산운용에 억 단위로 돈을 맡겼던 고객이 많았던 터라 환매중단의 여파가 심각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2021년 6월 '자본시장법 하위규정(시행령·감독규정) 개정안'을 예고했다. '운용목적'에 따라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으로 구분했던 사모펀드(PEF)가 이후로는 '투자자'를 기준으로 일반 사모펀드와 기관전용 사모펀드로 분류되는 것이 골자였다.
기관전용 사모펀드로 분류되면서 PEF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자 범위가 줄어들었다. 기관전용 사모펀드에는 금융회사와 연기금, 공제회, 주권상장법인만이 투자할 수 있게 법이 개정됐다. 비상장사도 투자할 수는 있지만, 1년 이상 500억원 이상의 금융투자상품 잔고를 갖춰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현실적으로 가능한 곳은 제한적이다.
PEF 운용사 관계자들은 이때부터 PEF 시장 생태계가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은다. 신생 PE들의 경우 기관 출자사업에 뛰어들기에는 트랙레코드가 부족하다. 탄탄한 LP 네트워크를 구축한 곳들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새마을금고 사태 이후 프로젝트 펀드 찾기 힘들어
2021년 10월 개정안이 시행되고 약 3년의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프로젝트 펀드 시장은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새마을금고중앙회의 부상과 맞물려 2022년까지만 해도 프로젝트펀드 비중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다. 실제로 2022년의 경우 신설 사모펀드 175개 가운데 프로젝트 펀드가 144개, 블라인드 펀드가 31개였다.
다만 개정안이 시행됨과 더불어 작년 6월경 새마을금고 PEF 비리 사태가 터지면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최근 투자 건 중 PE가 프로젝트 펀드를 통해 규모 있는 딜을 종결한 케이스는 아르게스PE가 CJ푸드빌에 1000억원을 투자한 정도다.
개정안 시행 이후 LP 풀이 줄어들면서 신생 PEF 운용사의 성장 사다리가 사라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리스크 분산을 원하는 LP 입장에서는 자본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함에 따라 프로젝트 펀드에서 블라인드 펀드로의 선호도 변화는 필연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몇몇 하우스들은 그간 쌓아온 LP 네트워크를 토대로 코인베스트먼트 펀드 결성에 집중하면서 난관을 헤쳐나가고 있다. GP 입장에선 긴박한 투자 상황에서 복잡한 절차 없이 LP로부터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 LP 역시 신뢰관계를 쌓은 GP에 좀 더 신속하게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이마저도 힘든 하우스들에게는 '패밀리 오피스'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위해서 일부 하우스들은 보유하고 있는 포트폴리오 중 가장 실적이 좋은 곳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사업으로 벌어들인 자금을 재원으로 삼아 투자 활동을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라임 사태 방지법이 시행된 이후 모집할 수 있는 LP 풀이 줄어들면서 신생이나 중소형 하우스들이 살아남기 어려워졌다"며 "그래도 트랙레코드가 어느 정도 있는 하우스들은 코인베스트먼트 펀드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힘든 곳들은 하우스를 패밀리오피스화해서 투자 활동을 이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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