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공제회는 현재 임원진 5명이 모두 반년 이상 공석인 상태다. 보통 퇴임 경찰 간부들이 임원을 꿰차왔지만 최근에는 인력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다. 퇴임 경찰들의 재취업 시장에서 경찰공제회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점이 이유다.
인지도나 연봉이 높은 대기업·로펌 등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당장 이사장을 선임한다고 하더라도 사업이사(CIO) 등을 선출하려면 내년 상반기말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 기간 동안 경찰공제회가 수익률 관리 등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경찰공제회는 현재 6개월 넘게 모든 부서가 수뇌부가 없는 상태다. 임원 자리인 이사장, 감사, 사업이사(CIO), 금융이사, 관리이사 등이 모두 공석인 상황이다. 경찰공제회는 관리이사를 맡고 있던 경기북부경찰청장 출신 이문수 전 이사가 작년 12월 사임한 이후 모든 결재가 '후결' 처리 중인 상황이다.
공제회,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LP) 관계자들은 공석이 길어지고 있는 경찰공제회의 상황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결재가 후결 처리 중인 만큼 이후 책임 소재 등에 대한 설왕설래가 불거질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문제는 경찰공제회에 입성하기를 원하는 경찰간부들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경찰공제회는 그동안 CIO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임원들을 전직 경찰간부 출신으로 뽑아왔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퇴직 경찰 간부들의 재취업 시장에서 경찰공제회의 인기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인기가 급부상한 곳은 대기업이나 로펌 등이다.
실례로 2017년부터 작년 6월까지 퇴직한 경찰 168명 가운데 81%에 해당하는 136명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시행한 2021년 1월 이후 로펌으로 재취업을 시도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로펌에 취업심사를 받은 이들은 32명(19%)에 불과한 점과 대비된다.
최근에는 이 같은 경향이 더 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선 경찰서 과장급인 경정 계급 이상 퇴직자들의 경우 더 높은 보수 등을 바라며 대기업, 로펌 등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영향으로 경찰공제회 임원진이 올해까지 계속 공석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달부터 치안총감급 간부 퇴임식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후보들이 속속 나타나고는 있는 상황이다.
다만 당장 이사장을 선임한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임원을 뽑는 데 반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선출직인 CIO의 경우 지원서 접수부터 면접 등의 일정을 고려하면 내년 1분기쯤에나 선임이 가능한 상황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경찰 내부에서 최근 물가 등 여러 이슈로 퇴임 이후 연봉을 높게 받을 수 있는 대기업이나 로펌에 대한 수요가 높은 편"이라며 "경찰공제회의 경우 낮은 인지도와 연봉 등으로 퇴임 간부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시장 관계자는 "경찰공제회는 당장 이사장을 선출한다고 하더라도 통상적인 절차를 고려하면 나머지 임원을 뽑는데 반년 가량의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며 "최근 모든 결재를 후결로 처리 중인 만큼 업무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