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인테리어 기업 한샘은 2021년 창업주 조창걸 전 명예회장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IMM PE에 경영권을 넘긴 후 이사회가 대폭 바뀌었다. 집행임원제도도 도입했고 총 7명의 이사진 가운데 4명 기타비상무이사는 IMM PE 측 인사이고 3명이 사외이사인 독특한 구조다. M&A 후 지금껏 '사내이사 없는 이사회'를 고수하고 있다.
총 7명의 이사진으로 구성된 한샘의 이사회는 참여도는 우수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평균에 다소 미달하는 평가를 받았다. 강도 높은 경영 효율화와 이사회 개선을 병행하긴 녹록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집행임원제의 명과 암 '낮은 구성 점수 높은 참여도'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상반기 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한샘은 255점 만점에 149점을 받았다.
IMM PE 체제에 돌입한 후 한샘의 이사회는 대대적인 변화를 겪었다.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집행임원제도 아래에선 이사회가 가지고 있는 업무감독기능과 업무집행기능을 분리해 이사회는 감독을, 집행임원은 업무 집행을 맡는다. 미국의 오피서(officer) 제도나 일본의 집행역 제도를 모델로 하며 국내에는 2011년 법규가 마련됐다.
한샘이 책임사원에 해당하는 사내이사를 이사회에 두지 않은 것도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한 점을 통해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국내에서 집행임원제도를 채택한 기업들은 관행적으로 업무집행임원을 사내이사로 올린다. 다만 한샘은 이를 완전히 분리했다. 한층 선진화된 제도에 기반해 감독 기능과 업무 집행을 소화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한샘은 이사회 구성 지표에서 5점 만점에 2.9점을 받았다. 이사회 안에 소위원회를 총 7개나 운영하고 모든 소위원회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투명성을 제고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기타비상무이사가 전체 이사회 멤버 가운데 과반인 4명을 차지하고 이사회 역량을 가늠할 이사회 역량 구성표(Board Skill Matrix) 등을 갖추지 않은 게 컸다.
참여도는 한샘이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은 지표다. 총 40점 만점에 32점을 받아 평점은 4.0점을 기록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2023년엔 활동이 없었던 걸 제외하면 전반적인 영역에서 양호한 평가를 받았다. 이는 3명의 사외이사가 모두 2022년 취임했고 임기가 2025년까지라 별도 사추위 활동이 필요없었던 것과 관련이 있다.
연간 20번에 육박하는 이사회를 열었음에도 7명의 이사들은 90%가 넘는 참석률을 보였다. 한샘은 감독과 집행 기능을 분리하기 위해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했고 적정 규모보다 적은 이사진에 통상적인 타 기업 이사들보다 많은 회의와 위원회 업무 분장을 맡겼다. 그럼에도 각 이사진은 이를 충실하게 소화해 낸 셈이다.
한샘 이사진에 사내이사가 포함되지 않으면서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한샘 미등기임원의 평균 보수액은 1억3500만원으로 타 기업 대비 낮은 편인데 등기임원의 보수는 이보다 더 낮은 고작 6000만원이 집행된 것이다. 이는 사모펀드가 피투자사로부터 월급 받지 않는 관행을 따라 기타비상무이사들이 한샘으로부터 급여를 받지 않아 발생한 결과다.
◇평가개선프로세스 2.1점 최하… 경영성과도 구조조정 겹치며 아쉬움 한샘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지표는 평가개선프로세스였다. 총 35점 만점에 15점, 평점으론 2.1점을 받았다. 이사회에서 각 이사나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 평가를 진행하지 않았고 이에 따른 개선안을 마련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마련할 가능성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데서 크게 감점됐다.
한샘은 2023년 한국ESG기준원 등 외부 거버넌스 평가기관으로부터 A 등급을 받았다. 또 이사회 멤버 가운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거나 사법 이슈에 연루된 인물이 없었던 덕에 그나마 평가개선프로세스 영역에서 모두 최하점을 받는 건 면할 수 있었다.
경영성과 지표에서는 55점 만점에 25점 평균 2.3점을 받았다. 2023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했고 자기자본이익률과 총자산이익률, 부채비율, 순차입금/EBITDA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배당수익률, 총주주수익률(TSR), 영업이익성장률 등 항목에선 KRX300 평균치를 웃돌았다.
아직 한샘이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보니 경영성과 개선까진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당초 IMM PE는 경영 전문가인 김진태 전 대표에게 첫 한샘 대표집행임원 자리를 맡겼다. 맥킨지 출신 컨설턴트인 김 대표는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약 1년 반 가량 대표집행임원을 지내다 실적 부진을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두번 째 한샘 대표집행임원인 김유진 IMM PE 부사장 체제에서부터 한샘의 경영성과는 안정화에 들어섰다. 김 부사장은 비효율적인 매장을 개편하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B2B사업을 축소하는 등 비용 효율화에 나섰다. 체질 개선 효과 덕분에 한샘은 지난해 2분기부터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