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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Unicorn)'은 밸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을 의미한다. 유니콘 기업은 설립 이후 투자금을 유치하고 사업을 확장한다. 인수·합병(M&A)이나 증시 상장 준비로 도약 국면을 맞기도 한다. 성장 변곡점마다 달라지는 경영환경에 부응해 이사회 인적구성 역시 변화를 거듭했다. THE CFO는 국내 주요 유니콘 기업의 이사회 변화를 시계열로 조명하면서 중심으로 창업자와 개별 이사의 관계, 경력과 전문성, 선임 배경 등을 살펴본다.
여기어때는 국내 2위 숙박·레저 예약 플랫폼 운영사다. 2019년 영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CVC캐피탈에 인수된 이래 추가 투자를 거치면서 밸류(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부상했다.
지분 80%를 보유한 최대주주 CVC캐피탈은 여기어때 경영에 대한 통제력을 굳건하게 형성했다. 한국사무소 대표와 매니징디렉터가 이사회 등기임원으로 포진한 대목이 방증한다. 한정된 인적자원을 활용하다보니 사내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 직위를 맡던 인물을 맞교체하는 인사도 단행됐다.
◇2019년 인수 계기 이사회 급변 여기어때 이사회는 상당히 단출한 구성을 채택했다. 사내이사 1명과 기타비상무이사 2명으로 이뤄진 '3인 체제'를 형성했다. 정명훈 대표가 2021년 5월 취임 이래 지금까지 유일하게 사내이사를 맡았다. 이원배 기타비상무이사는 2019년 9월부터 이사회에 계속 참여해 왔고 김철환 기타비상무이사 역시 2021년 5월부터 4년째 등기임원으로 활약 중이다.
이사진 3인방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CVC캐피탈이다. 정 대표는 2016년 CVC캐피탈 한국사무소 대표로 부임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이전에는 크레디트스위스, 칼라일그룹 등 해외 투자은행(IB)업계에 몸담았다. 이원배·김철환 기타비상무이사는 CVC캐피탈 매니징디렉터로 재임하며 포트폴리오 관리에 집중했다. 특히 이 이사는 인도네시아 제약사 소호, 베트남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프엉짜우헬스케어그룹 이사회 멤버로도 참여하고 있다.
CVC캐피탈은 영국계 PEF 운용사로 과거 베어링 프라이빗에퀴티파트너스의 아시아 권역 투자기구였으나 2000년에 독립했다. 출범 25년차에 접어든 올해 기준으로 △PEF(운용자산 1180억유로) △크레딧(430억유로) △세컨더리(140억유로) 등 3개 부문이 유럽과 북미, 아시아 권역에서 투자를 수행하고 있다.
여기어때가 CVC캐피탈과 연을 맺은 시점은 2019년 9월이다. 당시 CVC캐피탈은 특수목적법인(SPC) 베이컨스컴퍼니(Vacance Company)를 활용해 창업자 심명섭 전 대표(45%)와 JKL파트너스(18%)가 보유한 주식을 인수하면서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이때 책정된 여기어때 밸류(기업가치)는 3000억원이었다. 이후 추가 투자를 단행하며 베이컨스컴퍼니가 소유한 여기어때 지분율은 작년 말 기준으로 80.9%(136만4455주)까지 올랐다.
인수와 맞물려 여기어때 이사회 구성원 수가 일시적으로 급격히 늘었다. 2018년 말에는 총원 3명에 그쳤으나 2019년 말 6명까지 확대된 대목이 방증한다. 당시 2000년대 이베이코리아 사장을 지내며 지마켓 인수를 지휘한 경험을 갖춘 최문석 대표가 사내이사로 부임하고 CVC캐피탈의 정명훈 한국사무소 대표, 이원배 매니징디렉터가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했다.
◇한때 외국인 임원도 활동, 현재는 '3인 체제' 축소 외국 국적의 기타비상무이사 3인방도 2019년 9월부터 2020년 5월까지 7개월여간 여기어때 이사회에서 활동했다. 유진 원 서(Eugene Won Suh) 매니징파트너는 미국 시민권자로 베어스턴스 디렉터, 유니타스캐피탈 최고투자책임자(CIO)를 거쳐 2016년 CVC캐피탈에 합류한 인물이다.
영국인 싯다르트 타파스윈 파텔(Siddharth Tapaswin Patel) 2010년부터 CVC캐피탈 파트너로 활약했다. 미국 출신 프레데릭 마이클 데모폴로스(Frederick Michael Demopoulos) 이사는 중국 검색포털 바이두 계열사이자 온라인 여행 예약 플랫폼을 운영하는 취나알(Qunar Cayman Islands)을 창업한 인물이다. 레저산업을 둘러싼 이해가 밝은 점이 이사진 영입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인수 직후 6인 체제를 구성했던 여기어때 이사회는 1년도 안돼 3인 체제로 축소되고 외국인 이사진은 모두 물러났다. 비상장 기업인 만큼 상법 조항에 맞춰 이사진 총원을 '최소 3명'만 충족해도 문제 없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CVC캐피탈이 과반을 웃도는 지분율을 보유한 만큼 속도감 있게 경영 의사결정 효율성을 도모하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도 영향을 끼쳤다.
제한적인 인력 풀(pool)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사내이사가 기타비상무이사로, 기티비상무이사가 사내이사로 다시 부임하는 '회전문 인사' 패턴도 등장했다. 최문석 전 대표는 2021년 5월 자리에서 물러나자마자 기타비상무이사로 취임해 같은 해 9월까지 직무를 수행했다.
최 전 대표는 CVC캐피탈에서 시니어 어드바이저 직책을 부여받아 주요 피투자 기업에 대한 경영 자문을 수행하는 역할을 맡았다. 현재 경영을 총괄하는 정 대표 역시 2019년 9월부터 2021년 5월까지 기타비상무이사직을 맡은 뒤 바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