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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이사회 분석

'상장목표' 무신사 인적구성에 담긴 '재무·소통·투자자'

'IPO 추진 경험' CFO 사내이사, 세쿼이아·KKR 임원 기타비상무이사 포진

박동우 기자  2024-10-24 16:03:04

편집자주

'유니콘(Unicorn)'은 밸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을 의미한다. 유니콘 기업은 설립 이후 투자금을 유치하고 사업을 확장한다. 인수·합병(M&A)이나 증시 상장 준비로 도약 국면을 맞기도 한다. 성장 변곡점마다 달라지는 경영환경에 부응해 이사회 인적구성 역시 변화를 거듭했다. THE CFO는 국내 주요 유니콘 기업의 이사회 변화를 시계열로 조명하면서 중심으로 창업자와 개별 이사의 관계, 경력과 전문성, 선임 배경 등을 살펴본다.
무신사는 온라인 커뮤니티로 출발해 2030세대 소비자를 겨냥한 패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거듭난 회사다. 법인 설립 이래 4000억원 넘는 투자금을 조달했고 인정받은 밸류가 3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도전은 계속 이어지고 미래 증시에 입성하겠다는 지향점으로 가닿는다.

무신사 이사회 역시 '상장 목표'와 맞닿은 인적 구성이 잘 드러난다. 기업공개(IPO) 추진 경험을 갖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사내이사로 등기돼 있다. 미디어 소통, 준법 점검에 특화된 임원 역시 새롭게 합류했다. 세쿼이아캐피탈,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글로벌 투자사 임원들도 기타비상무이사로 함께하고 있다.

◇10인 구성, 창업자 친분있는 인물도 합류

올 10월 기준으로 무신사 이사회는 '10인 체제'를 구성하고 있다. 사내이사 6명과 기타비상무이사 4명으로 이뤄진 구성이다. 야놀자, 컬리,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유니콘 기업과 달리 사외이사 직위를 두지 않고 있다. 창업자 조만호 대표가 의장직을 맡아 이사회 회의를 계속 소집해 왔다. 2021년 5월 여성 고객들에게만 할인쿠폰을 지급하면서 불거진 소비자 차별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최고경영자(CEO) 직책을 사임했던 조 창업자는 올 3월에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조 창업자와 함께 각자대표를 맡은 인물이 박준모 사내이사다. 올 3월에 취임한 박 대표는 구글코리아 유통·금융 산업 총괄(Industry Head)을 거쳐 아마존코리아에서 한국·동남아 권역 대표도 역임했다. 무신사와 연을 맺은 시점은 2021년으로 당시 온라인 편집숍 운영사 29CM의 CEO로 합류했다. 29CM은 같은 해 무신사가 3000억원을 들여 패션 쇼핑 플랫폼 업체 스타일쉐어를 인수하면서 계열로 편입된 손자회사다.

다른 사내이사 가운데 이지훈 무신사트레이딩 대표는 영업본부장 시절인 2021년 정기주주총회를 계기로 처음 이사회에 진입해 1년간 직무를 수행했다. 이사회에 다시 합류한 건 올 3월로 무신사트레이딩 수장 취임과 맞물렸다. 무신사트레이딩은 외국 패션 브랜드 제품을 국내로 수입해 유통하는데 특화된 계열사다.


패션몰을 운영하는 본업 특성상 다른 기업과 제휴하면서 사업 외연을 넓히는 과업이 중요해진 배경과 맞닿아 있다. 이 대표는 영업본부장으로 재임하면서 이랜드월드와 파트너십을 형성해 뉴발란스·스파오 상품 단독 판매를 늘리는 결실을 얻었다. 무신사트레이딩 수장에 오른 뒤에는 프랑스·독일·일본 등 해외 패션 브랜드와 협업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외에 조 창업자와 친분을 쌓은 인물이 이사회에 참여 중이다. 오경석 팬코 사장이 대표적 사례로 올 3월 무신사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됐다. 이전에는 감사로 3년간 재직했다. 팬코는 1984년 설립해 업력 40년차에 접어든 의류 제조 업체로 오 대표는 창업자 최영주 회장의 둘째 사위다. 삼일회계법인 회계사로 사회 생활의 첫 발을 내디딘 이래 △수원지방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등의 커리어를 쌓았다.

오 사장이 무신사 감사를 맡았던 2020년 팬코는 벤처펀드 '무신사투자조합'에 15억원을 출자했고 2023년에는 '무신사-한국투자 넥스트웨이브 신기술사업투자조합 1호'를 겨냥해 2억원을 납입했다. 특히 지난해 2월 무신사 주도로 한국브랜드패션협회가 출범할 당시 오 사장이 조 창업자와 나란히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중국 국적' 티안티안헤 디렉터, 쉬차오첸 수석 참여

무신사의 이사회 인적 구성을 살피면 증시 상장 목표를 안고 있음을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우선 2019년 이래 재무를 총괄하는 임원을 이사진 일원으로 계속 배치한 점이 눈길을 끈다. 삼일회계법인 출신 한창수 경영지원부문장의 뒤를 이어 지난해 8월 최영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사내이사로 등기됐다.

최 CFO는 티몬과 SSG닷컴 재무관리담당 상무를 지냈는데 SSG닷컴의 기업공개(IPO) 추진에 관여했던 경험을 갖췄다. 투자금을 확보하면서 사세 확장의 기틀을 다졌던 만큼 유동성 제어와 비용 효율화에 만전을 기하려는 취지가 반영됐다. 투자자들의 향후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부응해야 하기 때문에 상장 과제를 지속 점검하는 목적도 내재됐다.

무신사가 2012년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확보한 투자금은 약 4300억원이다. 2019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세쿼이아캐피탈에서 938억원을 유치했다. 세쿼이아캐피탈은 2021년에 한 차례 더 투자를 단행했는데 2조5000억원의 밸류를 책정하고 IMM인베스트먼트와 함께 1300억원을 납입했다. 작년에는 KKR이 자산운용사 웰링턴매니지먼트와 손잡고 2000억원을 집행했다. 이때 매긴 기업가치는 3조5000억원이었다.


거액의 자금 조달과 맞물려 기타비상무이사로 투자사 임원들이 합류했다. 중국 국적을 지닌 티안티안헤 세쿼이아캐피탈 매니징디렉터와 쉬차오첸 KKR 수석, 윤원기 IMM인베스트먼트 벤처투자1본부장이 이사진에 포함돼 있다.

티안티안헤 디렉터는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를 거쳐 2015년 세쿼이아캐피탈로 자리를 옮겨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에 대한 투자를 주도했다. 쉬차오첸 수석도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캐피탈G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스냅챗, 에어비앤비 등의 투자 의사결정을 내렸다.

올 9월에 사내이사로 이승진 커뮤니케이션본부장과 이재환 리스크매니지먼트본부장을 새로 선임한 조치도 중장기 기업공개(IPO) 여건을 우호적으로 조성하려는 취지와 맞닿아 있다. 이승진 본부장은 네이버 홍보실과 위메프 커뮤니케이션실에 몸담은 이력을 갖췄고 이재환 본부장은 변호사로 법무실장을 지냈다. 미디어 소통을 강화하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점에 입각해 법규 준수를 강화하면서 미래 상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들을 제거하는 노력의 연장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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