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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이사회 분석

'4인 구성' 두나무, 송치형의 사람들 포진

창업자와 대표·CSO·COO '경영진' 사내이사 등기, 3년째 사외이사 미선임

박동우 기자  2024-10-21 15:14:14

편집자주

'유니콘(Unicorn)'은 밸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을 의미한다. 유니콘 기업은 설립 이후 투자금을 유치하고 사업을 확장한다. 인수·합병(M&A)이나 증시 상장 준비로 도약 국면을 맞기도 한다. 성장 변곡점마다 달라지는 경영환경에 부응해 이사회 인적구성 역시 변화를 거듭했다. THE CFO는 국내 주요 유니콘 기업의 이사회 변화를 시계열로 조명하면서 중심으로 창업자와 개별 이사의 관계, 경력과 전문성, 선임 배경 등을 살펴본다.
두나무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로 장외에서 밸류 3조7000억원으로 평가받으며 유니콘 기업의 반열에 올라 있다. 하지만 외형과 달리 경영 의사결정을 책임지는 이사회는 매우 단출하다.

사내이사 4인으로만 구성했는데 창업자 송치형 의장을 포함해 대표이사, 최고전략책임자(CSO),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경영진으로만 이뤄졌다. 사외이사는 2015년 이래 6년여 동안 배치했으나 2022년 이성호 전 카카오 CFO의 사임 이후 더 이상 충원하지 않고 있다.

◇송 의장, 작년 재판여파 회의 불참 잦아

현재 두나무 이사회는 '4인 체제'로 가동 중인데 모두 사내이사로만 채웠다. 이사 총원을 최소 3명으로 두라는 정관에 맞춘 인적 구성이다. 멤버들 가운데 근속 연수가 단연 긴 등기임원이 이사회 의장 송치형 창업자다. 송 의장은 2012년 법인 설립 시점부터 사내이사 직위를 유지한 인물이다. 올 6월 말 기준으로 지분 25.53%(889만6400주)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이석우 대표는 2017년 12월 이사회에 합류한 이래 2020년과 지난해 잇달아 연임했다. 1990년대 중앙일보 기자로 사회 생활의 첫 발을 내디딘 이 대표는 1999년 한국IBM 사내변호사로 자리를 옮기며 정보기술(IT) 업계와 연을 맺었다. 2000년대 이후 NHN 미국법인 대표를 거쳐 2011년 카카오 대표에 오르기도 했다. 2017년 두나무에 영입된 이후 지금까지 최고경영자(CEO) 직책을 수행해 왔다.

최고전략책임자(CSO)가 두나무 사내이사 라인업에 계속 포함됐는데 사세 확장과 맞닿은 직책이라는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CSO는 주요 투자를 둘러싼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신사업 발굴, 수익모델 다원화 등의 과업을 수행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2015년 2월 김형년 공동창업자 겸 CSO(현 부회장)가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첫 발을 뗐고 금융감독원, 베인앤컴퍼니 등에 재직했던 임지훈 CSO가 2022년 3월부터 사내이사직을 이어받았다.


정민석 최고운영책임자(COO) 역시 임 CSO와 같은 시점에 나란히 사내이사로 참여했다. 1979년생으로 송 의장과 동갑인 정 COO는 두나무가 지분 일체를 보유한 자회사 퓨쳐위즈에서 신사업개발부장으로 몸담았다. 퓨쳐위즈는 가상자산 거래소 플랫폼 '업비트'의 자금세탁방지(AML) 보고 체계와 주식투자금 위험관리시스템(RMS)를 개발한 업체다.

이사진 4인방의 활동을 복기하면 송 의장의 회의 불참이 유독 잦았다. 지난해 이사회가 25차례 소집됐는데 송 의장은 9회(36%)나 참석하지 않았다. △본점 이전 △자회사 바이버·두나무앤파트너스에 대한 출자 △준비금 감소 △디지털자산 거래지원 사규 개정 등 굵직한 사안을 둘러싼 표결에 임하지 못했다.

의장직을 원활히 수행하지 못한 건 재판을 준비하는 동시에 법원에 출석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앞서 검찰은 송 의장을 위시한 경영진이 2017년 하반기에 1221억원 규모 가상자산을 예치한 것처럼 조작해 허위 거래를 했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5년여 동안 이어진 재판은 지난해 11월 대법원이 무죄를 최종 선고하면서 일단락됐다.


◇카카오, 관계기업 해소 계기 사외이사 지명권 포기

지금의 '사내이사 4인' 구성과 달리 2021년까지만 해도 두나무 이사회에는 사외이사가 따로 존재했다. 두나무가 사외이사를 처음으로 둔 시기는 2015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와 동부증권 트레이딩전략팀에 근무했던 배성우 전 애널리스트를 발탁했다. 하지만 사외이사 합류와 동시에 두나무 자회사 '두나무투자일임' 대표로 부임했던 만큼 대주주나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2015년 이래 2021년까지 두나무 사외이사를 거쳐간 인물들의 대부분은 카카오 전·현직 임원들이다. 카카오 전략지원파트장, 카카오증권 프로젝트 태스크포스(TF)장을 역임했던 송세정 레벨스 최고제품책임자(CPO), 카카오 최고서비스총괄 부사장을 지낸 강준열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설립자, 이진 전 카카오페이 사업총괄 부사장이 대표적 사례다. 마지막으로 사외이사를 역임한 인물도 카카오 출신 이성호 전 최고재무책임자(CFO)다.


두나무가 6년여 동안 카카오에 사외이사 지명권을 부여한 배경에는 카카오가 '3대 주주' 지위를 유지한 점이 중요하게 기여했다. 두나무 플랫폼 증권플러스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 연계하는 등 사업 협력까지 모색하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투자금 회수에 급급하지 않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적 투자자(SI)'라는 인식이 이사진 선임을 좌우했다.

카카오는 두나무 출범 초기부터 자금을 지원하며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2013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개인투자사 케이큐브벤처스가 2억원을 집행하고 2015년에는 카카오가 33억원을 투입했다. 2019년 말 △카카오(8.1%) △케이큐브 1호 조합(11.7%) △청년창업펀드(2.7%) 등이 소유한 두나무 지분율은 22.5%였다.

두 회사 관계가 변화를 맞은 건 2022년이다. 카카오가 두나무 지분을 회계 처리하면서 '관계기업' 주식에서 '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으로 다시 분류했다. 기존에 두나무에서 인식된 지분법손익이 카카오 당기순손익으로 반영되면서 실적 변동성을 키웠던 만큼 이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두나무에 대한 유의적 영향력을 해소하는 한편 보유하던 주식을 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 이관하는 조치도 단행했다.

자연스레 카카오 역시 사외이사 지명권을 내려놨다. 이성호 전 카카오 CFO가 사외이사직을 내려놓은 2022년 3월 이후 두나무는 현재까지 사외이사를 더 이상 선임하지 않고 있다. THE CFO는 3년째 사외이사를 선임하지 않은 배경과 향후 사외이사 충원 계획 등에 대해 질의했지만 두나무 측은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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