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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너머' 기업 바로보기

박동우 기자  2024-08-19 10:20:53
기업을 설명하는 건 '숫자'다. 자산 변화부터 실적 증감, 차입 관리까지 데이터를 토대로 이뤄진다. 재무적 위험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거론하는 중요한 근거 역시 수(數)다. 최근 '티메프(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가 불거지자 일부 수치만을 근거로 전자상거래업계 위기가 금방이라도 확산될 수 있다고 바라보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내친 김에 종합 온라인몰 운영사를 필두로 딜리버리(외식 배달), 여행·레저, 패션 등 다양한 영역에 포진한 이커머스 기업 20개사 재무제표를 분석해봤다.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유동비율부터 단기성 차입금 대비 유동성 배수 등 다양한 지표를 계산했다.

단일 데이터만으로 기업이 처한 상황을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스쳤다. 하나의 숫자를 구성하는 항목들을 찬찬히 가려내는 게 먼저다. '유동부채'가 대표적이다. 사전에서는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빚'이라고 풀이하지만 모든 금액을 단기간 상환해야 하는 건 아니다.

'새벽배송'으로 입지를 다진 컬리가 보유한 유동부채는 지난해 말 연결기준으로 4400억원 규모다. 유동자산 2600억원과 견줘보면 1.7배 정도 많다. 언뜻 보면 재무상태가 열악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숫자 너머 사정은 그렇지 않다. 유동부채 계정 가운데 단기차입금과 매입채무 외에도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부채'가 눈길을 끈다.

외부 자금을 유치하면서 발행한 우선주가 빚으로 분류된 항목이다. 기업에 투자한 금액을 돌려달라고 요청하는 권리인 '상환권'이나 주식을 되사달라고 청구하는 권리가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원금 보전을 염두에 둔 안전 장치다. 하지만 대다수 투자자들은 막대한 차익 실현을 노리는 만큼 미래 상장 시나리오까지 내다보고 주주로 계속 남는다.

컬리 역시 전체 유동부채의 30%를 차지하는 1270억원이 '전환주부채'로 잡혀 있었다. 다만 올 들어 투자사인 앵커에퀴티파트너스와 아스펙스캐피탈이 보유하던 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꾸면서 유동부채에서 사라졌다. 유동비율이 50%대를 벗어나 90%까지 오른 이유다.

수의 무게는 묵직하다. 사람들에게 환호를 선사하거나 절망을 안길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데이터 하나만으로 모든 상황을 읽어내기보다 지표를 구성하는 요소를 종합적으로 바라봐야 현실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 숫자 너머 드러나는 실체를 해석하는 노력,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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