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어때컴퍼니의 투자 전략에 변화가 감지된다. 과거에는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했다면 현재는 내부자금을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익성 기반의 현금창출력을 활용할 예정인 만큼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강석남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의 향후 계획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차입금은 줄이고 현금은 늘리고 여기어때는 회사 설립부터 차입금의 비중이 높지 않았다. 은행권 등을 통한 장단기 차입금보다는 투자자 중심의 전환사채(CB)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 역시도 금액이 크지 않았던 만큼 재무건전성 측면의 부담도 덜했다.
다만 연간 기준으로 흑자보다는 적자가 잦았기 때문에 자체적인 현금 보유량은 풍족하지 못했다. 수익성 기반의 현금창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 역시 원활하지 않아 유동성도 위축된 상태였다.
여기어때의 이러한 재무구조에 변화가 생긴 시기는 2019년부터다. 영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CVC캐피탈이 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신사업 진출을 통한 수익성 제고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당시 매출의 경우 인수 직전인 2018년 686억원 대비 50% 증가한 102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72억원과 4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2022년 말 기준 매출은 3059억원이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301억원과 232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 제고와 더불어 CB의 보통주 전환도 함께 이뤄지면서 여기어때의 재무건전성 지표는 눈에 띄게 개선됐다. CB의 보통주 전환은 CVC캐피탈에게 기존 투자자들이 지분을 넘기기 위한 작업이었다. 그 결과 여기어때의 2019년 말 기준 순차입금은 마이너스(-)57억원을 기록하며 사실상 무차입 기조로 바뀌게 됐다.
2020년에도 CB의 보통주 전환은 계속됐고 이 시기부터는 차입금이 0원이되면서 완전한 무차입 경영이 시작됐다. 아울러 사업 다각화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로 자체적인 현금창출력이 강화되면서 현금보유량 역시 함께 증가했다.
실제 여기어때의 연간 NCF의 경우 2019년 이후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2022년 말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70% 증가한 462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NCF는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에서 운전자본투자의 증감분을 더한 값으로 기업이 투자 또는 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할 수 있는 현금창출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현금성자산은 2019년 말 316억원을 시작으로 매년 증가해 지난해 말에는 1284억원까지 늘었다. 2020년 말 이후로는 별도의 차입금이 없었기 때문에 순차입금이 꾸준히 음수를 보였고 2022년 말 기준으로는 -1284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 기반 투자 활성화 여기어때의 재무건전성 제고는 수익성이 뒷받침되기도 했지만 유입된 현금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한 강석남 CFO 부사장의 역할도 컸다. 강 부사장은 여기어때의 초창기 멤버로 대주주 변경 이후로도 꾸준히 회사의 곳간을 책임지고 있다.
1975년생인 그는 오랫동안 재무와 회계 부문에서 전문성을 쌓은 인물이다.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디에이피 재무팀장과 씨에스윈드 North America Regional CFO 등을 거쳐 2017년에 여기어때와 인연을 맺었다.
강 부사장의 선임 배경 중 하나는 기업공개(IPO) 경험이 꼽힌다. 그가 과거에 재직했던 디에이피와 씨에스윈드의 경우 현재 코스닥과 코스피 시장에 상장돼 있다. 강 부사장은 이들 기업에서 재무 전문가로서 IPO 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구체적인 향후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큰 틀에서는 내부자금을 활용한 M&A(인수·합병) 등의 투자활동에 집중할 예정이다. 핵심 비즈니스의 수익성을 기반으로 꾸준한 재투자를 이뤄내는 방안을 꾀하고 있다. 외부 자금 조달만으로는 기업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현재 보유 현금은 1400억원 수준으로 연말까지 증가할 예정"이라며 "현금 흐름과 내부보유자금으로 M&A를 포함한 투자 활동이 가능하며 렌터카와 공간대여, 해외여행 등과 같은 신사업 투자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재무조직 구축한 강석남 CFO 여기어때의 법인 설립이 2015년에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강 부사장은 사실상 회사의 재무조직을 구축한 인물이나 마찬가지다. 입사 후 5년째 CFO를 맡고 있는 것으로 지난 2019년에는 '호텔여기어때'의 흡수합병 작업에도 관여하며 회사 성장에 기여하기도 했다.
호텔여기어때는 모텔 프랜차이즈 사업을 위해 지난 2017년에 세워진 기업이다. 사내 프랜차이즈사업부를 별도 법인으로 분할·설립했고 당시 그는 호텔여기어때의 감사를 맡고 있었다.
이후 2019년 6월 호텔여기어때는 여기어때에 합병되며 다시 한 몸이 됐다. 이 시기에 강 부사장이 여기어때에서는 CFO를 맡고 있었고 호텔여기어때에서는 감사로 재직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련의 작업은 그의 손안에서 이뤄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러한 강 부사장이 컨트롤하는 산하 조직은 크게 재무와 법무 파트로 구분된다. 재무 파트의 경우 재무실 내에 회계팀과 자금팀, 매출관리팀, 재무기획팀 등이 있다. 재무실장은 허승우 상무가 맡고 있다. 법무 쪽으로는 법무팀이 강 부사장의 지휘를 받는 구조다.
재무실장인 허 상무 또한 강 부사장 못지않은 회계 전문가다. 국제공인내부감사사(CIA)와 미국공인회계사(USCPA)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노바렉스와 호텔HDC, 리치몬트코리아, 쿠팡 마켓플레이스 등을 거쳐 2017년에 여기어때에 입사했다. 여기어때가 지난 2021년 10월 500억원을 투자해 지분 20% 확보한 온라인투어에서는 CF 직책도 겸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