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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이사회 분석

규제 민감한 컬리 '법률·대관' 초점맞춘 라인업

사내이사에 법무본부장, 안전보건임원 포진…공정위, 금감원 '관가출신' 사외이사 수혈

박동우 기자  2024-10-23 15:57:02

편집자주

'유니콘(Unicorn)'은 밸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을 의미한다. 유니콘 기업은 설립 이후 투자금을 유치하고 사업을 확장한다. 인수·합병(M&A)이나 증시 상장 준비로 도약 국면을 맞기도 한다. 성장 변곡점마다 달라지는 경영환경에 부응해 이사회 인적구성 역시 변화를 거듭했다. THE CFO는 국내 주요 유니콘 기업의 이사회 변화를 시계열로 조명하면서 중심으로 창업자와 개별 이사의 관계, 경력과 전문성, 선임 배경 등을 살펴본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으로 유통업계에 혁신의 바람을 몰고 온 컬리는 지난 10년 동안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다. 연 매출 2조원이 넘는 기업으로 도약했고 시장 투자자들이 평가하는 밸류는 한때 4조원을 웃돌았다. 하지만 급격한 성장의 이면에는 '그림자'도 존재했다.

근로자 안전, 납품업체 거래, 고객 관리 등을 적법하게 이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제재 부과가 기업 경영활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규제에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컬리 이사회 라인업이 '법률'과 '대관'에 초점을 맞춘 배경이다.

사내이사로 법무본부장과 안전보건총괄 임원이 포진했다. 공정위, 금융감독원 등에 몸담았던 관료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진에 수혈했다. 당국과 기업을 이어주는 '소통 가교' 역할의 적임자로 사외이사를 눈여겨보는 인식이 반영돼 있다.

◇창업 당시 김슬아 대표만 등기, 9인까지 점진확대

컬리는 창사 이래 10년 동안 점진적으로 이사회 규모를 키웠다. 2014년 12월 법인 설립 당시 창업자 김슬아 대표만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렸으나 2015년 말 2인, 2016년 말 5인, 2018년 말 7인으로 꾸준히 인원을 늘려 나갔다. △사내이사 5명 △사외이사 3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으로 구성된 '9인 체제'는 2022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슬아 창업자가 회사 출범 이래 사내이사 직위를 유지해 왔다. 대표이사로 회사 경영을 총괄하는 동시에 이사회 소집권을 지닌 의장도 겸하고 있다. 다른 사내이사들의 면면을 살피면 김종훈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김 대표의 뒤를 이어 장기간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했다. 2019년 10월에 취임한 김 CFO는 모건스탠리 상무를 지냈는데 간편결제 서비스 운영사 컬리페이 대표를 함께 맡기도 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를 영위하는 본업과 맞물려 최재훈 상품마케팅총괄(CCO)도 2022년 3월 이사회 일원으로 합류했다. 최 CCO는 유통업계에 잔뼈가 굵은 인사로 쿠팡 마케팅실장, 홈앤쇼핑 모바일사업본부장, 미디어윌홀딩스의 자회사 더블유쇼핑 대표이사 등의 직책을 역임했다.

특히 당국 규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취지에서 인적 구성을 짰다. 사내이사 중 허태영 운영총괄(COO)과 김주희 법무·준법감시본부장이 대표적 사례다. 맥킨지 컨설팅 부파트너, LF 전략기획실장 등을 지낸 허 COO는 2020년에 처음 등기임원으로 선임됐는데 올 들어 안전보건환경총괄(CEHSO) 직책을 추가로 맡았다. 사업장 근로자들이 인명 피해나 사고를 겪지 않도록 목표를 수립하고 이행 실적을 분석하는 과업이 주어졌다.

김 본부장은 전임 사내이사였던 김병완 성장총괄(CGO)을 대신해 올 3월 새롭게 이사회에 진입한 인물이다. 2005년 사법연수원 34기로 수료하고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로 합류하면서 사회 생활의 첫 발을 뗐다. 이후 2010년 김·장 법률사무소를 거쳐 2020년 컬리 사내변호사로 이직했다.

현재 김 이사가 몸담고 있는 법무·준법감시본부는 각종 법률 현안을 둘러싼 리스크 대응 전략을 세우고 소송을 수행하는데 주된 역할을 설정했다. 계약서를 검토하고 국토교통부·공정거래위 등 정부 기관에서 요청하는 자료를 준비하는 업무도 부여됐다.


◇당국과 긴밀한 소통, 경영위축 예방 염두

규제 대응을 염두에 둔 인선은 외부 전문가 영입에서도 잘 드러난다. 2022년에 일괄 선임한 사외이사 3인방 가운데 김석호 법무법인 광장 고문과 이영호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관가 출신이다. 티엔티엔흐어 세콰이아캐피탈 중국법인 부사장, 이성진 힐하우스캐피탈 심사역, LS그룹 오너일가 3세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 등 투자은행(IB)업계 인사들이 사외이사를 맡았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김 고문은 행정고시 31회로 공직에 발을 들인 뒤 공정위에 22년 넘게 몸담았다. 카르텔조사국장, 기업거래정책국장, 상임위원 등의 직책을 거쳤다. 공정위에 근무하는 동안 롯데그룹의 대기업집단 지정 관련 고발 사건, LG화학·호남석유화학의 현대석유화학 기업결합 등을 처리한 경험을 갖췄다.

이 전 부원장보는 1977년 옛 증권감독원 공채 1기로 입사한 인물로 1998년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가 발족했을 당시 초대 위원장을 맡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보좌하는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후 금융감독원에서 은행검사4국장, 증권감독국장을 거쳐 부원장보까지 올랐고 2005년 출범한 통합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위원장 직책도 맡았다.


위법 우려 사항이 발견되거나 사업과 규제가 상충되는 사례에 직면했을 때 당국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취지가 반영돼 있다. 사안을 충실히 설명하고 현재 공직에 몸담고 있는 인사들과 수시로 교류하면서 경영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전 예방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법률 리스크 해소가 중요 과제로 부상한 건 최근까지도 사법·행정기관에서 잇달아 제재를 겪은 대목과 무관치 않다. 컬리는 서울 송파구 장지동 물류센터 내부 컨베이어 벨트에 대한 안전조치를 위반하는 등의 혐의 때문에 2021년 5월과 9월에 잇달아 벌금을 선고받은 전례가 있다. 올해는 납품업체에 판촉행사 비용을 전가하는 등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가 발견돼 공정위에서 시정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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