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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건 관련기사
이수페타시스의 '역발상' 투자
유상증자는 주가에 호재일까 악재일까. 인쇄회로기판(PCB)을 제조하는 코스피 상장사 이수페타시스가 진행 중인 공모 유상증자는 지금까지 후자로 평가받는다. 증자 공시 뒤 주가는 예정 발행가(2만7350원) 아래로 내려갔다. 본업과 무관한 이종 산업 인수·합병(M&A) 이유를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다. 이수페타시스는 증자대금(5500억원) 중 55%(2998억원)를 코스닥 상장사 제이오 경영권 인수에 쓴다. 제이오는 플랜트 설계·조달·시공(EPC)과 2차전지 도전재(양극 활물질과 음극 활물질 간 전자 이동을 촉진시키는 물질)인 탄소나노튜브(CNT)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나머지 45%(2500억원)는 PCB 증설 자금으로 사용한다. 증자 명분은 두 가지다. PCB 단일 사업 탈피, PCB 전방 산업 수요에 대응한 설비 증설.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설비 투자금 조달...
김형락 기자
밸류업 사각지대
바야흐로 밸류업의 계절이다. 메리츠금융과 KB금융 등 금융회사를 비롯해 현대차와 DB하이텍 등 제조회사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주주환원 정책 발표에 여념이 없다. 한국거래소는 밸류업 공시 종목으로 지수를 만들어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자본시장 곳곳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남들이야 밸류업을 추진하든 말든 주주환원 정책에는 도통 관심 없어 보이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도대체 왜 이럴까. 유난히 눈길이 가는 곳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안정적 사업을 바탕으로 펀더멘털이 튼튼해 일반 주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는 점이다. 꾸준한 수익을 바탕으로 돈이 상당량 쌓여있다. 신규 사업을 추진하든 배당을 확대하든 뭐라도 하면 좋을 텐데 수년째 이 돈을 은행 예금에만 넣어놓고 있다. 예금에 넣어둔 현금량이 시총보다 큰 곳도 더러 있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말 못 ...
이돈섭 기자
베일에 가려진 임원 '보상기준'
임금 명세서에 찍힌 숫자. 내가 수행한 업무의 가치가 깃들어 있다. 일한 대가의 많고 적음을 구분지을 수 있는 건 '기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급여와 상여를 책정하는 근거가 충분한 합리성을 지니는지, 신뢰할 만한 지표를 토대로 산정했는지 살필 수 있다. 하지만 재계를 살피면 임원들을 둘러싼 보상기준이 베일 속에 가려진 경우가 많다. 경영 의사결정의 핵심 주체라지만 수행한 업무의 적정 가치가 반영된 산물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총수' 사내이사가 전문경영인보다 두둑한 보상을 얻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올해 LS일렉트릭 구자균 회장의 보수로 결정된 금액은 58억원이다. 사내 2위 김종우 글로벌 사내독립기업(CIC)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 책정된 8억원과 비교해 7배 넘게 많다. 연봉 가운데 상여가 44억원이다. 영업이익 2784억원 달성,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신성...
박동우 기자
삼성전자의 해빙(海氷)과 해빙(解氷)
최근 여의도 공원에 철쭉이 피었다. 제철은 4월인데 이른 건지 늦은 건지. 이상기온에 헷갈린 꽃들이 무더기로 길을 잃고 있다. 때를 착각하고 봉오리를 피우는 ‘불시 개화’가 전국에서 벌어지는 중이란다. 안 추워서 좋다기엔 불길한 따뜻함. 이런 날씨에 북극의 바다얼음은 위태로운 파수꾼이다. 해빙(海氷)이라 불리는 하얀색 얼음이 녹아내리면 짙은 바닷물이 노출되고 에너지 반사율 '알베도'가 낮아져 기온이 오른다. 검푸른 바다의 아름다운 빛을 불행의 징조처럼 경계해야 하는 셈이다. 얼음처럼 견고했던 삼성전자의 균열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2021~2022년 연속으로 최대 매출을 찍었을 때만 해도 얼핏 좋아보였다. 문제는 그 시기 별도 엉업활동현금흐름이 오히려 약해졌다는 점이다. 영업현금 상당부분을 감가상각비가 지탱, 웬만해선 캐시플로가 흔들리기 어려운 ...
고진영 기자
금융지주사 밸류업과 '적정의 가치'
#. 최근 만난 A금융지주사 CFO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때문에 타기업 인수를 고심했다. '염가매수차익'이 필요했다. 밸류업은 자본이 많을수록 유리한 게임인데 단번에 자본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유상증자 아니면 이런 이벤트성 이익 뿐이라는 설명이다. ‘배보다 배꼽이 큰 게 아닌가’ 하면서도 밸류업 시대에 부응해야 하는 담당자의 고심 또한 무겁게 느껴졌다. #. B은행 CFO는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때문에 내년 대출 성장률을 어느 범위까지 제한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지주 주주환원율을 높이기 위해선 계열사 중 자산 규모가 가장 큰 은행에서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뒷받침해줘야 한다. 은행의 대출 성장은 한 해 장사와 다름이 없다. 해당 임원은 본업과 밸류업 사이 적절한 성장 전략을 짜야 한다. 올 한해 금융권을 가장 뜨겁게 달궜던 이슈...
김현정 기자
회장님의 엑시트와 무효한 RSU
한 코스닥 상장사 IR 팀장은 회장님의 연락을 피하고 있다. 전화번호는 차단했다. 더 이상 회장과의 소통을 원치 않는다는 그는 부하 직원을 통해서 집요히 연락이 오고 있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창업주인 회장과 IR 팀장, 이 둘의 기묘한 관계는 어떻게 시작된 걸까. 회장은 최근 회사를 처분했다. 법인 설립 25년여만이다. 동일한 제조 사업을 영위하는 업계 후배에게 지배지분을 넘겼다. 보유분의 60%대 물량을 넘기며 대주주 자리에서 내려왔지만 아직까지 회장이자 사내이사직은 유지 중이다. 유효한 수준의 지분이 여전히 그의 수중에 있다. 회장은 평소 엑시트 상황을 가정하며 몇몇 직원에게 "3장만 받았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사업 초창기 때부터 오랜 기간 동고동락해 온 인원이 많았던 영향인지 회장의 속내를 아는 직원이 꽤 됐다. 20년 이상 근속 직원이 올해로 정확히 40명이...
김소라 기자
명륜진사갈비의 '변신을 위한 용기'
기업활동을 가장 적확하게 보여주는 지표로 현금흐름이 꼽힌다. 자산이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주고 양호한 현금흐름은 거지 꼴을 면하게 한다는 투자업계 격언도 있다. 국내 유통업계에서도 한 기업의 상황을 유추할 때 비슷한 개념으로 미트 플로(Meet flow), 즉 고기의 유통 흐름을 따진다. 국내 정서상 고기에 쌈이 빠질 수 없듯 고기와 함께 소비되는 식재료도 많은데 고기에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대표적인 돼지고기를 포함한 국내 육류소비량은 '규모의 경제'를 이룰만큼 충분히 거대하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산 고기를 뜻하는 한돈이나 한우만으론 국내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기 어렵다. 국내에서 연간 육류 총소비량은 전 세계 4위권이다. 이것도 놀라운데 1인당 연간 소비량으로 보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2021년엔 32kg을 먹어치운 베트남에 이어 1인당 31kg을 기록...
최은수 기자
사외이사 추천의 무게
국내 상장사들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뜯어보면 공통적으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남는다. 대부분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구체적인 추천 경로를 공개하지 않는다. 보통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의 추천을 받았다'라고만 서술돼있을 뿐이다. 사추위의 추천을 받는 건 당연하다. 상법에 따르면 별도 기준 자산총계가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사추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사추위의 추천을 받아야 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고 최종적으로 선임될 수 있다. 이 당연한 절차보다 중요한 것이 이보다 앞선 절차다. 곧 사추위에서 어떻게 사외이사 후보 풀(pool)을 확보했는지가 관건이다. 이사회 역량 평가(BSM·Board Skills Matrix)에 따라 경영, 회계, 투자, 기술, ESG 등 회사가 필요한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사...
이민호 기자
'거수기' 사외이사란 오해
흔히 이사회 경영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비판하는 지점이 있다. 바로 사외이사들이 거의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다는 부분이다. 사내이사나 오너를 견제하지 못하고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에 대해 반대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거수기'라고 한다. 거수기라는 표현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한껏 담겨있다. 회의에서 본인의 의견이 없이 남이 시키는 대로 손을 드는 사람을 낮잡아서 표현한 말이다. 실제 공시를 봐도 반대의견을 표현한 경우가 매우 드물었던 만큼 사외이사를 만날 때마다 실제로도 그런지를 많이 물어봤다. 사외이사 대부분이 기업 활동 경험이 있어서였는지 열정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다고 답변했다. 반대표가 없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안건이 올라오기 전 미리 의견을 충분히 교환하는 데다가 미비하다 싶은 것들은 보완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이사회에 참여하기 전에 고지한다. ...
김슬기 기자
사외이사 연봉의 무게
사외이사와 관련해 취재를 하다보면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연봉이다. 사외이사가 받는 연봉은 기업마다 천차만별이다. 더벨이 코스피 시총 상위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집계한 사외이사 연봉 결과를 보면 많게는 2억원, 적게는 1300만원대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이 억소리 나는 연봉을 지급하면서 사외이사는 종종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사내이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역할이 적은데도 고액 연봉과 의전까지 받는다는 사회적 인식이 깔려있는 탓이다. 그렇다면 사외이사가 돈을 받지 않는 봉사직이라면 어떨까? 이 같은 비난에서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이같은 질문에 한 상장사의 사외이사는 보수는 책임과 연관된 것이라고 대답했다. 사람마다 보수 규모에 대한 적절성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대가를 받는 이상 그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향후 이사회에서 ...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