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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이사회 분석

직방 '사외이사 2인' 명시했지만…실제는 '1인 배치'

2022년 8월 이후 '골드만삭스PIA' 윤석배 이사만 등기…"향후 구성계획 정하지 않아"

박동우 기자  2024-10-29 16:05:19

편집자주

'유니콘(Unicorn)'은 밸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을 의미한다. 유니콘 기업은 설립 이후 투자금을 유치하고 사업을 확장한다. 인수·합병(M&A)이나 증시 상장 준비로 도약 국면을 맞기도 한다. 성장 변곡점마다 달라지는 경영환경에 부응해 이사회 인적구성 역시 변화를 거듭했다. THE CFO는 국내 주요 유니콘 기업의 이사회 변화를 시계열로 조명하면서 중심으로 창업자와 개별 이사의 관계, 경력과 전문성, 선임 배경 등을 살펴본다.
부동산 매물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직방은 국내 대표 '프롭테크(Prob-tech)' 회사로 도약했다. 2010년 출범 이래 3000억원 넘는 투자금을 유치하고 시장에서 2조원대 밸류(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

커진 외형에 맞춰 직방은 기업 지배구조를 선진화하려는 노력에 부응했다. 2023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보고서에서 "사외이사를 2인으로 했다"고 명시한 대목이 방증한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밝힌 내용과 달리 실제는 사외이사를 1인만 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8월 이후 골드만삭스 자기자본투자부문(PIA) 출신 윤석배 사외이사만 등기돼 있다. 이에 대해 직방 측은 "2022년 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정보를 포함하면서 사외이사 수가 달리 기재된 것 같다"며 "향후 이사회 구성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5인 체제' 장기유지, 박영걸 CTO 사내이사 복귀 '6년만'

직방은 이사회 총원을 5명으로 두고 있다. 사내이사 3명과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1명으로 구성했다. 직방이 출범한 원년인 2010년과 2018년을 제외하면 이사회를 항상 '5인 체제'로 유지했다. 사내이사로 등기된 3인방 가운데 법인 설립부터 현재까지 가장 오랫동안 이사회에 몸담은 인물은 창업자 안성우 대표다.

1979년생인 안 대표는 삼일회계법인 회계사를 거쳐 블루런벤처스에서 투자심사팀장을 지낸 이력을 갖췄다. 블루런벤처스는 노키아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세운 모험자본 운용사로 고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맏사위 윤관 대표가 경영하고 있다. 과거 커리어 덕분에 블루런벤처스에서 창업 초기 투자금을 조달했고 캐나다 국적의 황정준 상무를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사외이사로 앉힌 배경으로 작용했다.


안광수 사내이사는 벤처캐피탈 수석팀장으로 연을 맺은 뒤 2016년 안 대표의 러브콜을 받아 직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안 CIO는 2014년과 2015년 캡스톤파트너스가 직방에 자금을 지원할 당시 투자 심사역으로 활약했다. 직방에 합류한 뒤에는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지내며 국내외 자금 유치, 삼성SDS 홈IoT 사업부 인수 등의 실무를 책임졌다. 이후 사업담당 부사장으로 근무하다 올 3월 물러나 사내이사 직위만 유지 중이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역임한 박영걸 플랫폼총괄은 2017년 3월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난지 6년 만인 지난해 등기임원으로 복귀했다. 이강식 전 최고전략책임자(CSO)의 사임을 계기로 발생한 공석을 박 총괄이 채웠다. 이 전 CSO는 2023년 7월 상업용 공유 사무실 운영사 스파크플러스 부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직방이 박 총괄을 다시 사내이사로 선임한 건 정보기술(IT)과 부동산 사업을 융합한 프롭테크 기업으로 도약하는 비전과 맞닿아 있다. 앞서 2022년 메타버스 기술을 접목한 원격 사무 플랫폼 '소마'를 출시했다. 같은 해 966억원을 투입해 삼성SDS 홈 사물인터넷(IoT) 사업부도 인수했다. 이를 통해 디지털 도어록, 월패드 등 스마트홈 제품을 둘러싼 제조·판매 기반을 흡수했다.


◇골드만삭스PIA와 10년째 긴밀한 관계

이사진의 직위 중에서 기타비상무이사는 2022년 7월에 신설됐다. 당시 윤원기 IMM인베스트먼트 벤처투자1본부장이 이사회 멤버로 합류한 이래 경영 의사결정에 계속 참여해 왔다. 윤 본부장은 1979년생으로 AT커니 컨설턴트, 다산네트웍스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력을 보유했다. 현재 무신사에서도 기타비상무이사로 올라 있다.

사외이사로 등기된 인물은 윤석배 골드만삭스 자기자본투자부문(PIA) 상무다. 윤 상무는 이재현 골드만삭스 PIA 한국담당 대표가 삼성증권 투자은행(IB)부문장 이직을 계기로 사임하면서 2022년 8월 후임 사외이사로 발탁됐다.

1988년생인 윤 상무는 2012년 JP모건에 입사하며 사회 생활의 첫 발을 내디뎠다. 2016년 MBK파트너스로 자리를 옮겨 시니어 어소시에이트를 지냈다. 2019년 골드만삭스 PIA에 안착한 이래 그로스 에퀴티(성장 자본) 분야와 사모투자(PE) 영역 투자에 주력했다.


골드만삭스 PIA 역시 직방과 10년째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2015년에 골드만삭스 PIA 컨소시엄은 3300만달러(380억원)를 투자해 지분 20%를 확보하며 직방의 2대 주주로 등극했다. 2016년 이래 8년째 골드만삭스 PIA 출신 인사가 사외이사직을 지키는 배경이다. 직방은 골드만삭스 PIA를 비롯해 국내외 기관의 투자금 누적 3285억원을 유치했다.

그동안 직방의 사외이사 인원은 점차 줄어드는 양상을 시현했다. 2011년 처음으로 사외이사 3명을 배치했으나 2014년부터 2명으로 줄었다. 이후 2022년 8월 1일자로 다시 한 자리를 없애면서 지금은 단 1인에 불과하다.

하지만 직방이 작년 12월에 발간한 '2023년 ESG 리포트'에는 "사외이사를 2인으로 해 이사회가 실질적으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서술돼 있다. 2022년 8월부터 사외이사를 1인으로 배치한 실제 이사회 구성과 다른 내용이다.

이에 대해 직방 관계자는 "2023년 ESG 리포트의 경우 2022년 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정보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사외이사 수가 달리 기재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내·외부 추천과 공고 등 다양한 방식을 연계해 사외이사를 선정해 왔는데 앞으로 이사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계획된 바나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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