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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이사회 분석

'토스' 비바리퍼블리카, 굿워터·알토스 '해외 FI' 밀착

'주요주주' 미국VC 임원, 장기간 사외이사직 수행…투자금 집행 감독 필요성 맞닿아

박동우 기자  2024-10-22 16:02:22

편집자주

'유니콘(Unicorn)'은 밸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을 의미한다. 유니콘 기업은 설립 이후 투자금을 유치하고 사업을 확장한다. 인수·합병(M&A)이나 증시 상장 준비로 도약 국면을 맞기도 한다. 성장 변곡점마다 달라지는 경영환경에 부응해 이사회 인적구성 역시 변화를 거듭했다. THE CFO는 국내 주요 유니콘 기업의 이사회 변화를 시계열로 조명하면서 중심으로 창업자와 개별 이사의 관계, 경력과 전문성, 선임 배경 등을 살펴본다.
비바리퍼블리카는 모바일 금융서비스 플랫폼 '토스'로 시장 입지를 쌓은 유니콘 기업이다. 2013년 창업 이래 지난 10년 동안 2조원 넘는 자금을 유치하며 사업 성장의 기틀을 다졌다. 자연스레 이사회 역시 해외 재무적 투자자(FI)와 밀착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둔 벤처캐피탈 굿워터캐피탈과 알토스벤처스 임원들이 사외이사직을 장기간 맡았다. 두 운용사는 회사 출범 초기부터 자금을 지원한 뒤 여러 차례 후속 투자를 거듭하며 비바리퍼블리카의 주요 주주로 자리매김했다. 투자금이 경영 활동에 제대로 쓰이는지 감독하는 사안이 중요한 만큼 이사진 합류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5인 구성 채택, 이승건 창업자 '대표·의장' 겸직

비바리퍼블리카 이사회는 5인 구성을 채택했다. 2019년 이래 2022년까지는 벤처캐피탈 KTB네트워크(현 우리벤처파트너스) 김창규 대표가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한 6인 체제를 유지했다. 지난해 2월 김 이사가 사임한 이후 사내이사 3인과 사외이사 2인의 진용을 유지하는 중이다.

창업자 이승건 대표가 사내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사업전략에 대한 깊은 이해와 모바일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시킨 역량을 바탕으로 이사회 운영을 담당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돼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법인 설립 원년인 2013년부터 올해까지 11년째 대표이사 직책을 유지해 왔다.


이형석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장민영 사업전략리드 역시 사내이사로 등기됐다. 2018년 8월에 이사회로 진입한 이 CTO는 2015년 말 영입돼 데이터 인프라 구축, 앱 보안과 금융서비스를 둘러싼 기술 개발을 총괄해 왔다. 장 리드는 올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신규 선임된 인물로 2008년부터 10년 동안 SK텔레콤에서 근무한 이력을 갖췄다.

과거 사내이사를 지낸 인물들은 퇴임 이후 투자업계나 관가로 자리를 옮기며 새로운 커리어를 형성했다. 이승건 대표와 출범 시기부터 나란히 사내이사에 올랐던 이태양 공동창업자는 2020년 물러난 이후 벤처캐피탈 베이스인베스트먼트에 안착했다. 그로스 파트너를 거쳐 올 9월 각자대표로 취임했다.

2018년 이사회에서 내려온 양주영 전 최고운영책임자(COO) 역시 어센도벤처스 파트너로 인생 2막을 열었다. 최근에는 기업계약 관리 솔루션 개발사 래티스에 대한 20억원 규모 투자를 성사시켰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사내이사를 지낸 신용석 전 개인정보보호최고책임자(CPO)는 올 2월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사이버안보비서관으로 내정됐다.


◇사외이사직 2014년 신설, 전원 '미국' 국적

사외이사 2인은 모두 벤처투자사 임원으로 미국 국적을 지녔다. 에릭 존 김(Eric John Kim) 굿워터캐피탈 매니징 파트너는 2016년부터 8년 넘게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는데 1980년생으로 헤지펀드 매버릭캐피탈 이사를 지낸 인물이다. 굿워터캐피탈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자리잡은 모험자본 운용사로 글로벌 시장에서 유망한 신생기업을 발굴하는데 특화됐다.

지난해 선임된 송경찬 알토스매니지먼트코리아 파트너는 1969년생으로 2011년 이래 2020년까지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활약했다. 알토스매니지먼트코리아는 미국계 투자사 알토스벤처스가 설립한 한국법인으로 국내에 자금을 투입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송 파트너는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의 뒤를 이어 사외이사로 부임했다. 김 대표는 2014년 비바리퍼블리카가 사외이사 직위를 신설하며 처음 발탁된 인물로 8년여 동안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했다. 김 대표 역시 한국계 미국인으로 1996년 알토스벤처스를 설립한 뒤 쿠팡, 우아한형제들, 직방 등 국내 굵직한 유니콘 기업에 초기 투자를 단행했다.


비바리퍼블리카가 굿워터캐피탈, 알토스벤처스 등 외국계 운용사와 밀착한 배경은 주주 구성과 맞물렸다.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알토스 코리아 오퍼튜니티 펀드는 전체 주식의 8.58%(1517만8542주)를 보유하고 있다. 굿워터캐피탈에서 결성한 펀드 1호(6.15%)와 2호(5.38%)가 소유한 지분율도 11.53%(2040만7304주)로 집계됐다.

창업 초기부터 자금 유치로 연결고리를 맺은 만큼 투자금이 사업 수행에 적절히 쓰이는지 감독하는 목적이 사외이사 선임을 좌우했다. 알토스벤처스는 2014년 10억원 투입을 시작으로 2015년과 2016년에 잇달아 자금을 지원했다. 2022년에는 비바리퍼블리카 밸류를 8조5000억원으로 책정하고 1000억원을 했다. 굿워터캐피탈 역시 2016년 265억원 규모 시리즈C 라운드 참여를 시작으로 2017년, 2020년, 2022년까지 네 차례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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