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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계기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 전반의 재무건전성을 살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큐텐그룹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가 잇달아 경영난에 처한 근간에는 자금 여건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THE CFO는 종합 온라인몰, 딜리버리, 패션, 여행, 중고거래 분야에 속한 주요 이커머스 기업 20개사의 유동성 상황을 진단한다.
여기어때컴퍼니(이하 여기어때)는 대주주가 유상감자로 투자금을 회수하고도 금융부채 만기에 대응할 수 있는 유동성을 들고 있다. 지난해 1000억원 규모 유상감자 뒤에도 현금성 자산이 금융부채를 웃돌았다. 외형과 함께 현금 창출력이 커지면서 잉여현금흐름(FCF) 창출을 지속한 덕분이다.
여기어때는 올 상반기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이 지난해 말보다 658억원 증가한 1660억원(단기금융상품 포함)이다. 지난해 말 21억원 규모 단기차입금도 상환해 무차입 경영으로 전환했다. 수익성을 높이면서 현금 보유량을 늘렸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235억원이다.
여기어때는 지난해 유동성이 줄었다. 지난해 말 현금성 자산은 전년 대비 282억원 줄어든 1002억원이다. 그해 FCF로 690억원을 창출하고도 가용 현금이 줄었다. 그해 1000억원 규모 유상감자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여기어때 최대주주 베이컨스 컴퍼니(Vacance Company)는 유상감자로 809억원을 회수했다.
여기어때는 유상감자 뒤에도 유동자산이 유동부채보다 큰 재무 구조를 유지했다. 지난해 말 유동비율은 전년 대비 81%포인트(p) 감소한 131%다. 그해 말 유동자산(1564억원)이 유동부채(1195억원)보다 370억원 많았다. FCF가 유상감자로 줄어든 유동성을 일부 상쇄했다.
여기어때는 유동자산 과반이 현금성 자산이다. 지난해 말 유동자산 중 64%(1002억원)가 현금성 자산이다. 나머지 19%(296억원)는 미수금, 9%(140억원)는 선급금 등이다.
여기어때 유동부채는 미지급금과 선수금 위주다. 지난해 말 유동부채 중 46%(548억원)는 미지급금, 32%(377억원)는 선수금이었다. 선수금은 고객이 선(先)결제한 금액이다. 여기어때는 선수금을 정기 예금으로 운용하다 고객이 숙소 등 이용하는 시점에 매출로 인식하고, 제휴점에 정산한다. 나머지 6%(77억원)는 미지급법인세, 6%(67억원)는 선수수익, 6%(67억원)는 미지급비용 등이다.
유상감자로 현금성 자산이 일부 줄었지만, 만기 1년 미만 유동 금융부채에 대응할 수 있는 규모는 유지했다. 지난해 말 단기차입금(21억원) 등을 포함한 유동 금융부채는 612억원, 현금성 자산은 1002억원이었다. 여기어때는 만기일에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충분한 유동성 유지하도록 유동성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여기어때는 2021년부터 현금 창출력 키우며 현금 보유량을 늘렸다. 2020년 52억원이었던 FCF는 △2021년 261억원 △2022년 417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말 326억원 현금성 자산은 2022년 말 1284억원으로 약 3배 증가했다.
여기어때는 2019년 대주주가 바뀐 뒤 순이익 창출을 지속했다. 그해 영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CVC캐피탈은 특수목적법인(SPC) 베이컨스 컴퍼니를 앞세워 여기어때 경영권 지분을 인수했다. 여기어때 창업주인 심명섭 전 대표이사와 재무적 투자자(FI)가 보유한 지분과 여기어때가 새로 발행한 10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했다.
베이컨스 컴퍼니는 2019년 여기어때 보통주 지분 71.5%와 RCPS 2381주(1주당 1개 의결권)를 확보했다. RCPS는 2021년 액면분할을 거쳐 11만9050주로 늘었다가 지난해 감자 때 6만4571주가 줄었다. 나머지 5만4479주는 보통주로 전환했다. 지난해 말 베이컨스 컴퍼니가 보유한 여기어때 지분은 80.87%다.
여기어때는 외형과 함께 수익성을 키웠다. 2019년 1027억원이었던 매출은 △2020년 1287억원 △2021년 2049억원 △2022년 3055억원 △지난해 3092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46억원이었던 순이익은 지난해 7배 증가한 364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는 해외 숙소 부문 거래액이 늘며 수익성을 향상했다. 해외여행 수요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며, 일본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예약이 유입됐다. 올해 6년 연속 연 단위 흑자를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