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이사회 파워 네트워크

금통위원 출신은 '천군만마'…위원들 유대 관계도 돈독

⑧금통위원 출신 사외이사 5명, 임기 겹치고 추천 기관 같은 경우도 다수

이돈섭 기자  2024-10-31 07:58:42

편집자주

이사회를 구성하는 건 사람이다. 어떤 이사를 영입하느냐에 따라 이사회 역량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사회 역량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다. 더벨은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멤버들 간 네트워크를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 어떤 요소들이 기업 이사회에 잠재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우리나라 경제 금융 대표 전문가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위원장 추천과 대통령 임명으로 최종 선임되는 금통위원은 우리나라 통화신용정책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데 주력한다. 전직 금통위원 사이뿐 아니라 금통위 활동으로 파생되는 다양한 관계들은 이들 사이 관계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기업 이사회에 진출해 있는 금통위 출신 이사는 모두 5명. 이 중에서는 금통위원 임기를 함께 지낸 인물들도 있다. 금통위 출신이 아니더라도 한국은행 경력을 바탕으로 금융업권 경력을 쌓아 올린 이사회 멤버도 상당하다. 한국은행에서 부총재보 이상의 고위직으로 일하다가 기업 이사회에 합류한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 전직 금통위원 5명…임기 겹치고 추천 기관도 같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의무법인 3062곳 이사진 중 한국은행 활동 이력을 가진 이사는 모두 64명이다. 한국은행에 입행해 커리어를 쌓은 인물과 한국은행 자문교수 등을 역임한 인물을 모두 포함했다. 눈에 띄는 점은 금융통화위원으로 활동한 인사들이다. 금통위원으로 재직한 이력이 있는 이사는 6개 기업 이사회 내 5명(겸직 1명)이었다.

금통위원은 우리나라 통화신용정책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금융통화위원회의 주 구성원이다. 금통위원은 각계 이익을 대변하는 7명의 정의원과 정의원 유고 시 대리하는 대리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정의원 7명은 위원회 의장을 맡는 한국은행 총재와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부총재, 각계 이익을 대변하는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금통위원 선임은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장 등이 후보를 1명씩 추천하고 대통령 임명을 통해 이뤄진다. 금통위원 임기는 4년이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다만 1950년 금통위 창설 이후 현재까지 연임에 성공한 위원은 2016~2021년 재임한 고승범 전 금통위원이 유일하다.

현재 금통위원 출신 이사는 총 5명. 이 중에는 금통위 활동 시기가 겹치는 인물도 있다. 정순원 영풍정밀 사외이사와 임승태 KDB생명보험 대표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2년여간 근무 시간이 겹치고, 미래에셋캐피탈과 나이스정보통신의 신인석 사외이사와 에스원 임지원 사외이사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통위는 1년에 24회 정도 개최되는 점을 감안하면 2년여간 40여 차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일한 셈이다. 특히 정순원 전 위원과 신 전 위원의 경우 모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추천으로 순차적으로 선임됐고, 비록 중간에 한 텀(4년)이 비었지만, 임승태 전 위원과 임지원 전 위원 모 전국은행연합회장 추천으로 선임된 점도 특기할 만하다.

한국은행 금통위 [이미지=한국은행 홈페이지]

◇ 한국은행 재직만으로 경력…부총재보도 여럿 이사회 진출

이들 금통위원보다 훨씬 전에 금통위에 합류한 선배뻘 인물도 있다. 현재 우리카드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김영섭 전 금통위원의 경우 1998년부터 2000년까지 2년여간 금통위원으로 활동했다. 김 전 위원은 1948년생으로 올해 만 76세. 하나은행과 한국증권금융 등 다양한 기업을 거쳐 2019년부터 우리카드 이사회에서 일하고 있다.

금통위원 출신들은 그간 꾸준히 기업 사외이사직을 맡아왔다. 금통위원 대부분이 경제 금융 분야 전문가인 데다가 관료와 기업 경험도 풍부한 편이다. 영풍정밀 이사회에 소속된 정순원 전 위원의 경우 현대자동차와 현대로템, 삼천리 등 다양한 기업에서 근무했고 미국 인디애나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해 연구 경험도 풍부하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금통위원이 (다른 경제 전문가와 달리) 국내외 거시경제와 금융 전반에 대한 시야를 갖고 있다는 점은 금통위원 활동 이력 자체에서 이미 증명됐다고 본다"면서 "기업 경영전략을 제시하고 이사회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상당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서 근무한 이력을 바탕으로 기업 이사회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사들도 적지 않다. 한국은행 자문위원과 자문교수 등까지 모두 포함하면 한국은행 커리어 보유 이사는 64명으로 확대된다. 한국은행 국장 이상의 직급으로 근무했다고 본인 이력을 소개하고 있는 이사는 모두 14명. 부총재보까지 지낸 인물은 5명으로 집계됐다.

부총재보 이상 인사는 다양한 기업에서 활약하고 있다. 흥국생명보험의 임형준 대표이사의 경우 한국은행 인사경영국장을 거쳐 부총재보를 역임한 인물이다. 전승철 전 부총재보는 서울외국환중개 대표 등을 거쳐 현재 한국증권금융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며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 롯데캐피탈 등도 부총재보급 인력을 영입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