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로펌 빅7 M&A 전략

법률시장 개방 맞선 김앤장, ‘단 하나의’ 월드클래스

①M&A 자문 압도적 성과, 최고 맨파워 '고객 우선주의' 무장

김경태 기자  2022-06-15 15:14:57

편집자주

IMF 사태로 인수합병(M&A)시장은 한차례 전환점을 맞는다. 국내 주요 로펌이 급성장한 배경도 이와 맞닿아있다. 송사 업무에 쏠렸던 무게중심이 M&A 자문 섹터로 이동했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됐다. 이제는 엄연한 로펌 주요 업무로 자리매김했고 자문 경쟁력이 곧 시장 순위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더벨은 빅7 로펌의 M&A 전략과 차별화된 경쟁력에 대해 들어봤다.
김·장 법률사무소(이하 김앤장)은 국내 로펌 중 자타가 공인하는 M&A자문의 최강자다. 매해 집계되는 더벨 리그테이블 M&A 법률자문 부문에서도 10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김앤장이 가진 위상은 압도적이다. 빅딜이 있다면 십중팔구는 김앤장이 자문사로 참여한다고 봐도 들어맞을 정도다.

이 때문에 김앤장의 M&A 자문 성과와 전략에 관해 논하기 위해서는 더 큰 시각이 불가피하게 요구된다. 김앤장의 목표는 국내 M&A 자문 실적을 두고 국내 로펌들과 출혈 경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글로벌 상위권 로펌들과의 관계, 경합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1·2세대가 닦은 기반, IMF 외환위기 후 진가 발휘

김앤장은 1973년 김영무 변호사와 장수길 변호사가 의기투합해 만든 로펌이다. 김 변호사는 한국인 최초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법학박사(JD)를 받았다. 김 변호사는 판사 출신인 장 변호사에 서구식 로펌을 만들어보자며 동업을 제안했다. 출범 초기부터 그 당시에는 생소했던 기업 법무에 집중하며 전문화와 대형화를 추진했다.

창업자의 혜안은 결과적으로 적중했고 김앤장을 국내 최대 로펌으로 만들었다. 설립 초기부터 김앤장이 가장 중시한 것은 인재 영입이다. 매해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김앤장에 합류했다. 국내 로펌 중 처음으로 해외연수를 실시했다. 미국 뉴욕의 쟁쟁한 로펌들을 지근거리에서 경험하면서 구성원들의 역량을 배가시켰다.

김앤장의 기업자문 역사는 한국경제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1970~1980년대 차관 도입, 중공업 육성 정책 등에 관한 법률 자문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1980년대에 국내 기업과 해외 자본의 합작투자가 증가했는데 김앤장은 이 과정에서 다수의 자문을 맡았다. 현재 M&A 자문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된다.

국내에서 M&A는 IMF 외환위기를 변곡점으로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당시 구조조정 매물이 쏟아졌고 해외 투자자들도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M&A와 관련된 일감이 쏟아졌다. 설립 초기부터 기업 자문에 주목한 김앤장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내부에서도 M&A 자문이 주요 업무 중 하나로 부상하게 됐다. 창업자그룹인 1세대, 1990년대 이전 외자 유치에 공을 세운 2세대에 이어 M&A 자문의 베테랑들인 3세대가 주역으로 떠오르는 시기이기도 했다.

◇법률시장 개방 파고 넘어, 국내 '유일' 세계 100대 로펌

김앤장은 국내 M&A 자문 시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꽃길만 걸어왔을 것 같은 김앤장 M&A 자문 변호사들도 긴장감에 시달렸던 시기가 있다. 바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법률시장이 개방되던 때다.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내부에서 치밀한 대비 태세에 돌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김앤장 구성원들이 과거 다른 선진국의 사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로펌들은 해외 선진국에 진출해 시장을 장악한 사례가 있었다. 1990년대 중반 영국에서 외국 로펌과의 제휴가 허가되자 미국 로펌이 밀려들었다. 당시 영국 로펌 대부분이 호봉제를 택했던 데 비해 미국 로펌들은 철저한 성과 연봉제 시스템이었다. 영국의 최고 수준의 변호사들이 대거 미국 로펌으로 옮겼다.

다른 유럽 선진국 로펌들도 맥을 추지 못했다. 법률시장을 개방한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영미권 로펌들이 진출하면서 합병되거나 사라지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기도 했다. 영미권 로펌들의 발빠른 대응력과 풍부한 자금력 앞에 추풍낙엽과 다르지 않았다.

영미권 로펌들이 유럽 진출에 적극적이었던 가장 큰 이유로는 현지에서의 M&A 증가가 지목된다. 당시 유럽에서 M&A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영미권 로펌은 자문을 적극적으로 수임했다. 한국 법률시장 역시 외국 로펌이 진출한다면 송무가 아닌 M&A 자문이 주된 분야가 될 것이란 점은 불 보듯 뻔했다.

하지만 한국 법률시장은 독일, 프랑스와 달랐다. 이는 김앤장을 필두로 법무법인 광장, 태평양, 세종, 율촌, 화우, 지평 등 대형 로펌들이 국내 M&A 자문에서 맹활약한 덕분이기도 했다. 특히 국내 M&A 시장에서 절대적인 경쟁력을 가진 김앤장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결국 법률시장 개방 후 국내에 진출했던 다수의 외국계 로펌이 사무소를 철수하는 글로벌에서도 이례적인 일들이 벌어졌다.

법률시장 개방의 파고를 넘어선 김앤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세계 100대 로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미국 법률전문지 아메리칸 로이어(The American Lawyer)가 2016년 발표한 글로벌 100대 로펌 순위에서 59위를 기록했다. 그 후 작년까지 8년 연속 세계 100위 안에 들었다. 국내 로펌 중 유일한 성과다.



◇맨파워 기반 '고객 우선주의' 지향

김앤장 M&A팀이 가진 경쟁력의 근원은 '사람'이다. 설립 초기부터 김 변호사가 강조한 우수한 인재 확보와 내부 교육, 다양한 경험이 축적되면서 대체가 불가능한 역량이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김앤장 M&A팀은 다른 로펌과 출혈 경쟁이 아닌 더 높은 수준의 컨설팅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 김앤장은 M&A팀이 지금까지 명성을 유지하는 가장 큰 배경으로 최고의 인적 구성으로 최적의 맞춤서비스를 고객에게 적시에 제공한다는 '고객 우선주의'를 꼽는다. 김앤장은 고객과 인수 대상 기업의 특성에 맞춰 다양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로 팀을 구성해 업무를 수행한다. 또 거래 성사에 그치지 않고 인수 후 고객이 최고의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A부터 Z까지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김앤장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도 활동 무대이기 때문에 해외 기업·투자사에 관한 자문을 위한 역량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상위권 로펌과 협업하거나 연계하는 등 글로벌 역량을 확보하는 데도 중점을 두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