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사태로 인수합병(M&A)시장은 한차례 전환점을 맞는다. 국내 주요 로펌이 급성장한 배경도 이와 맞닿아있다. 송사 업무에 쏠렸던 무게중심이 M&A 자문 섹터로 이동했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됐다. 이제는 엄연한 로펌 주요 업무로 자리매김했고 자문 경쟁력이 곧 시장 순위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더벨은 빅7 로펌의 M&A 전략과 차별화된 경쟁력에 대해 들어봤다.
김현태 광장 기업자문그룹 대표 변호사는 국내 금융사 M&A, 지주회사 설립과 관련한 법률자문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손꼽힌다. 국내 최초 금융지주사인 우리금융지주도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이후에는 한국거래소 설립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으며 증권 관련 분야에서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했다. 그는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지만 증권사를 첫 직장으로 삼은 독특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국내 M&A 시장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금리 상승 등 외부적 환경 변화가 있지만 M&A가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라는 구조적 시각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광장 3세대 대표 기수, 금융사 M&A·지주사 설립 부문 최고 전문가
1999년부터 광장에 몸담은 김현태 변호사는 김상곤 광장 총괄대표 변호사, 광장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이형근 변호사 등과 함께 광장 3세대를 대표하는 변호사로 구분된다. 기업자문그룹 전신인 조인트벤처(JV)팀에 몸담은 이후 24년여 동안 한 곳에서만 근무해왔다.
김 변호사는 광장 기업자문의 기틀을 만든 2세대 이문성 변호사에게 직접 업무를 배우며 국내 M&A 법률자문 시장이 자리잡는 것을 지켜봤다. 그는 “입사 초기에는 전례가 없던 일들을 만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문성 변호사가 틀을 잡아주면 실무를 수행하며 업무에 관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김 변호사는 국내 대형 금융지주 설립에 법률자문을 여럿 제공했다. 국내 최초로 포괄적 주식 이전 방식을 활용해 우리금융지주가 설립되자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도 설립 과정에서 그에게 법률자문을 요청했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에는 김 변호사가 설립과 민영화를 통한 해체 모두에서 법률자문을 맡았다. 우리금융지주는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포함 6개 계열사를 동시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해체가 이뤄졌다.
김 변호사는 “복수의 계열사를 동시에 매각하다보니 비딩의 종류가 각양각색이었던 기억이 있다”며 “공공성을 띤 거래를 해야 한다는 점도 딜 난이도를 더욱 높였다”고 말했다.
다양한 딜을 수행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업무는 한국거래소 설립이었다. 2005년 정부가 증권거래소, 선물거래소, 코스닥거래소를 통합해 한국거래소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거래소 설립 작업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다. 제출한 의견서로만 책 2권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한 업무였다.
김 변호사는 증권 관련 업무와 인연이 깊은 편이다.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지만 사법시험을 치르고 법조인의 길을 걷는 대신 증권사에서 사회 첫 경력을 시작했다.
4년 동안의 증권사 경험은 이후 그가 기업자문 변호사로서 활약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됐다. 김 변호사는 “책이 아닌 몸으로 익힌 시장에 대한 이해가 업무 초기에 특히 도움이 많이 됐다”며 “기업자문그룹 전신인 조인트벤처(JV) 그룹을 광장에서 선택한 것도 이러한 경력과 연관성이 있다”고 말했다.
◇”M&A 시장 본질은 불변, 구조적 변화 이미 시작”
김 변호사는 올해 M&A 시장이 역대급으로 거래가 활발했던 지난해와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지난해와 달리 금리 인상 등 M&A를 위축시킬 만한 요인이 있지만 유동성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외부 환경 변화보다는 M&A에 대한 시각이 구조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걷히고 이제는 이를 해야만 살아남는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구조적인 시각 변화를 고려하면 M&A는 올해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있는 상황도 향후 M&A를 가속화 시킬 수 있는 요소로 진단했다. 기업들이 스타트업의 성장세에 맞춰 새로운 사업을 해야만 하고 이를 위해 기존 사업을 정리하는 순환이 일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PE 역시 이러한 추세를 따라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 변호사는 “PE는 생리적으로 딜의 수요자이면서 공급자이기 때문에 기업들의 이러한 추세를 따라갈 수 밖에 없다”며 “최근 국내 PE 시장이 크게 성장했지만 아직도 미주나 유럽에 비하면 더 성장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금리 인상으로 M&A 딜 당사자들 사이에 밸류에이션을 놓고 눈높이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시간이 지나면 좁혀질 수 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의견이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초기만 해도 밸류 시각차 때문에 딜이 공백 상태였다”며 “하지만 팬데믹이 끝나지 않은 작년에 M&A가 정점을 찍은 것을 보면 현재 움츠러든 시장 분위기도 단기적인 상황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실력이 갖춰져 있으면 향후 시장 성장에도 광장이 자연스럽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실력이 우수한 변호사가 있으면 고객은 찾아오기 마련"이라며 "실력을 갖추되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점을 그룹 내 변호사들에게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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