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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기아, 6년차 접어든 '사외이사 주주추천제' 안정궤도

[견제기능]⑤일반투자자 의견 수렴·반영 취지, 주주권익보호 담당위원 겸직

박동우 기자  2024-09-09 14:39:31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이사회는 회사 방향을 좌우하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동시에 경영진과 대주주를 감독하고 견제하는 책무를 함께 안고 있다. THE CFO가 기아 이사회를 평가한 결과 '견제기능' 분야에서 기아는 5점 만점에 4점으로 양호한 결과를 얻었다.

대주주 입장에 경도되지 않도록 제도를 고안한 노력이 돋보였다. 2018년 도입 이래 운영 6년차에 접어들며 안정궤도에 오른 '사외이사 주주추천제'가 대표적이다. 국내외 일반 주주가 주주권익보호 담당위원을 병행할 사외이사 후보를 제안하는 제도다.

신현정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교수가 이 제도를 통해 이사회에 진입했다. 신 사외이사는 CEO 인베스터 데이 등 기업설명회(IR) 행사에 참가하면서 이사회와 주주간 소통 창구 역할과 소액주주 등 일반투자자 의견 수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주주 입장 경도 방지, 이사회·주주 교류 촉진

THE CFO는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 올 5월에 공시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등을 활용해 주요 기업 이사회를 평가했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의 6대 지표를 토대로 기아의 이사회 운영 실태와 활동 내역을 살펴본 결과 255점 만점에 199점으로 산정됐다.

45점 만점으로 이뤄진 견제기능 부문에서 기아는 36점을 얻었다. 5점 기준으로 환산하면 4점이다. △경영성과(4.6점) △정보접근성(4.5점) △참여도(4.1점) 영역과 비교하면 낮으나 구성(3.1점), 평가개선 프로세스(3.4점) 분야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총 9개 문항 가운데 외부 또는 주주로부터 이사 추천 여부,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부적격 임원 선임 방지책, 감사위 구성과 전문적 식견 등 5개 항목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이사회 구성원 9인 가운데 신현정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는 2022년 3월 '주주 추천제'를 통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기아가 사외이사 주주 추천제를 도입한 시점은 2018년 12월이다. 주주 권익을 증진하고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는 취지를 반영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원장을 역임한 남상구 고려대 교수가 주주 추천제로 처음 사외이사에 발탁됐고 신 사외이사는 두번째 사례다.

주주권익보호 담당위원 직무를 병행할 사외이사 후보로 적격인 인물을 국내외 일반 주주가 직접 제안하는 내용이 제도의 골자다. 위원직을 맡은 사외이사는 이사회와 주주 간의 교류를 촉진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기업설명회(IR)에 참석해 투자자와 소통하는 업무 외에도 소액주주 입장을 수렴해 이사회에 전달하고 반대주주 권리를 보장할 방안을 모색하는 과업도 부여됐다.


기아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통해 "그간 코로나19 등으로 신현정 사외이사의 주주권익보호 담당위원 활동에 제약이 있었다"며 "2024년 CEO 인베스터 데이 참석을 시작으로 올해 4분기 중 직접 국내외 IR에 참석해 주주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위원 2인 '전문가 유형' 부합, 경영자 승계책 'SP' 확립

이사회 산하 감사위원회는 인적 구성과 전문성이 THE CFO 평가 기준에 매우 부합했다. 감사위원을 맡은 신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찬혁 세스코 회장, 이인경 MBK파트너스 최고재무책임자(CFO) 4인방 전원이 사외이사로 '3인 이상의 독립적 사외이사 구성' 요건을 충족했다.


감사위원 중 신재용 교수는 전문가 유형 2호 '회계·재무 분야 학위 보유자'로 분류됐다. 1996년 서울대 회계학 석사를 받고 2006년에는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 회계학 박사를 취득한 덕분이다. 이 CFO는 1호 유형 '공인회계사 자격 보유·종사자'를 충족했다. 1990년대 안진회계법인 세무자문본부에서 근무하고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모건스탠리 프로퍼티스의 재무를 총괄한 경력이 방증한다.

최고경영자 승계를 둘러싼 정책도 눈길을 끈다. 'SP(Succession Plan)'로 명명했는데 사내 HR전략팀에서 후보자 선발과 육성, 자격 검증 등의 실무를 책임진다. 후보 본인 외에도 상급자, 부하 직원, 동료를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해 다각도 검토를 거친다. 후보군을 대상으로 자체 교육 프로그램 '인허브(Intrapreneur-Hub)'도 시행한다. 지난해 교육 내용은 △조직 이슈와 변화 방향 이해 △동료를 통한 성장 경험 △개인 맞춤형 비즈니스·리더십 코칭 등으로 구성됐다.


부적격자가 임원으로 선임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도 마련했다. 경영진 처우 및 인사 규정 제3조에서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에 책임이 있는 인물을 선임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구체적으로 살피면 △횡령·배임 등 법규 위반으로 행정적·사법적 제재를 받았거나 집행을 면제받은 자 △회사 재무상태, 이사회 의결사항 등 주요 정보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감춘 자 △과도한 겸임으로 충실한 임원 의무 수행이 어려운 자 △자기거래 등 이해상충이 있는 자가 거론됐다.

주주 권익을 보호하는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모양새지만 주주가치 제고 성과가 이사회 구성원을 겨냥한 보상 강화로 직결되지 않는 대목은 아쉬움을 남긴다. 기아는 △직무·직급 △근속 기간 △리더십 △전문성 △회사 기여도 △인재 육성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사내이사 연봉을 책정한다. 사외이사가 수령하는 보수 역시 경영진·대주주에 대한 독립성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회사 성과와 연동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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