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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확장 DNA' 보여주는 세 단어 '해외·증자·설립'

3년6개월간 138개 안건 의결·보고…생산능력 증대, 미래사업 개척 의제 연관

박동우 기자  2024-09-13 07:59:06

편집자주

이사회 의안에는 인사부터 재무, 투자, 사회공헌, 내부통제 등 기업 경영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가 반영돼 있다. 안건 명칭에 담긴 키워드를 살피면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와 경영진의 관심사, 사업 방향성이 드러난다. THE CFO는 텍스트마이닝(text mining) 기법을 활용해 주요 기업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 명칭 속 단어 빈도를 분석하고 핵심 키워드와 기업의 관계를 살펴본다.
현대자동차는 1968년 처음 차량을 시판한 이래 56년 동안 성장을 거듭했다.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로 도약한 서사에는 '확장 DNA'가 깃들었다. 경영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핵심기구인 이사회가 논의한 안건에도 성장 의지가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지난 3년 6개월간 현대차 이사회에 오른 138개 안건의 키워드 등장 빈도를 분석한 결과 상위 10위에 든 주요 용어로 '해외·증자·설립'이 돋보인다. 글로벌 무대가 사업의 명운을좌우한다는 공감대와 맞닿아 있다. 생산능력 증대부터 미래 사업 개척, 현지법인 기업공개(IPO)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제와 연관됐다.

◇'해외' 12회, '증자·설립' 10회 등장

2021년 이래 올 상반기까지 현대차 이사회에 상정된 의안은 총 138건이다. 의결된 안건은 93건, 보고사항으로 적시된 사안은 45건으로 집계됐다. 논의된 안건 명칭을 단어로 분류해 언급 빈도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기재된 키워드는 '승인'으로 70회 등장했다. 대표이사와 소위원회 위원, 준법지원인 등을 발탁하는 데도 이사회 추인이 필요한 만큼 '선임'이라는 단어가 26회 기재되며 뒤를 이었다.

단어 빈도 상위 10개 키워드를 살피면 승인과 선임 외에도 △3위 이사(23회) △4위 위원(17회) △공동 5위 해외·계획(각 12회) △7위 경영실적(11회) △공동 8위 증자·자기주식·설립(각 10회)이 포진했다. 이사회 안건 속 주요 단어 가운데 눈에 띄는 열쇳말이 '해외'다. 국외 계열사를 출범시키고 자금을 지원하는 등 재무 조력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현대차 이사회가 해외 시장을 겨냥해 관심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로 입지를 확고하게 다져야 지속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인식과 맞물렸다. 1968년 처음으로 소형 세단 '코티나'를 선보인 이래 올 7월까지 현대차는 단일 브랜드 기준으로 세계 시장에서 9966만대를 판매했다. 2024년 판매계획 물량 424만3000대 가운데 83.4%(353만9000대)가 해외에 쏠렸을 만큼 글로벌 시장에 사업의 명운을 거는 건 필연적이다.

이사회 구성원 중에서도 해외 시장과 법제를 둘러싼 이해가 해박한 인사들이 돋보인다. 사내이사 호세 무뇨스(Jose Munoz)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닛산에서 북미법인장과 부사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사외이사 중에서는 윤치원 전 UBS 아시아·태평양 회장을 지냈고 유진 오 전 캐피탈 인터내셔널 파트너,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위원으로 활약한 장승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부합한다.

올 6월 말 기준 현대차 종속기업 143개사 가운데 외국에 자리잡은 업체는 123곳(86%)이다. 계열사가 가장 많이 포진한 해외 권역이 북미로 미국 32개사, 캐나다 8개사, 멕시코 3개사 등 43곳(30.1%)이 존재했다. 인구 대국인 중국에 있는 법인은 7개사, 인도 현지 회사는 4곳으로 나타났다.

◇도심항공·수소전지 거점 육성, 인도법인 IPO도 관심사

해외 계열사들은 현지에서 제조와 마케팅을 책임지는 거점 기능을 수행해 왔다. 완성차·부품 판매에 특화된 미주법인 현대모터아메리카(HMA)는 2024년 1~6월에 22조9497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순이익률 4.3%(9882억원)를 시현했다. 미국 앨라배마주에 공장을 운영하는 생산법인 현대모터 매뉴팩처링 앨라배마(HMMA)도 반기 순이익 1371억원을 거뒀는데 같은 기간 매출 7조4623억원 대비 1.8% 규모다.

지난 3년 6개월간 현대차 이사회는 북미 권역 사업을 강화하는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2021년 9월 당시 중장기 판매·생산 운영 전략을 수립해 보고를 받는가 하면 2022년 8월에는 현지에 인공지능(AI) 연구소를 설립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현지 고급인재 유치가 용이한 특성을 활용해 미래기술 개발의 수월성을 도모하는 취지였다.


미주 권역은 현대차가 기존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2022년과 지난해 4월 두 차례에 걸쳐 이사회가 슈퍼널(Supernal) 사업 추진 현황과 투자 계획을 청취한 대목이 방증한다. 슈퍼널은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분야를 개척하는데 주력하는 회사로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에서 2년여 동안 누적 1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수직 이착륙할 수 있는 전기 비행택시를 상용화하는 목표를 세웠다.

수소를 활용한 사업 역시 현대차가 중장기 수익원을 확대할 기반으로 눈여겨보고 있다. 'HTWO'가 현대차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을 상징하는 브랜드인데 2023년 1월 이사회에 HTWO광저우 합자법인 설립 계획이 보고되기도 했다. HTWO 광저우는 해외에 처음으로 세운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제조 거점으로 같은 해 6월 중국 현지 생산시설을 완공했다. 20만㎡ 면적의 공장으로 매년 6500기를 만들어내는 역량을 갖췄다.


미래차 제조역량과 완성차 생산능력 확장이라는 양대 과제를 풀어가는 국면에서 자금 조달 창구로도 해외 계열사를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올 6월 보고사항에 기재된 현대차 인도법인(HMI) 기업공개(IPO) 진행 상황'이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인도 현지 증시에 상장하면서 전체 주식의 17.5% 물량을 매각해 30억달러(4조원)를 확보하는 밑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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