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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고려아연 이사회에 안 들어간 이유

유증·자사주 교환으로 지분 소유, 상호 지분보유로 이사선임 불필요

원충희 기자  2024-09-25 11: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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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고려아연 이사회에는 현대자동차 인사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5%)보다 지분율이 높은 한화(7.75%)는 이사선임권을 받지 않았다.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들어온 현대차와 달리 한화는 증자와 자사주 교환 형태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역시 ㈜한화의 지분 7.25%를 보유하고 있다. 양사가 상호 지분을 소유한 만큼 경영참여와 투자금 집행 관리를 위한 이사선임이 굳이 필요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유증, 한화는 지분교환 형태로 들어와

한화임팩트와 미국 에너지 분야 투자 자회사인 '한화H2에너지 USA'는 2022년 8월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4718억원을 태웠다. 또 같은 해 11월에는 ㈜한화와 1568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맞바꿨다.

이로 인해 한화그룹은 고려아연 지분 7.75%를, 고려아연은 한화 지분 7.25%를 보유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및 수소와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사업 협력이 공식적인 목적이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친분이 계기가 됐다.


그 후 지난해 9월 고려아연은 또 다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을 단행했다. 투자자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지주사 격인 HMG 글로벌로 5272억원을 투입했다. 현대차그룹은 고려아연 지분 5%를 확보했다.

두 그룹 모두 고려아연에 2차전지 등 사업협력 목적으로 투자를 했지만 결은 약간 달랐다. 현대차는 이사선임권 1석을 확보해 올 3월 임원(김우주 전무) 한명을 고려아연 이사회에 입성시켰다. 반면 한화그룹은 현대차보다 더 많은 고려아연 지분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사선임권을 받지 않았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한화 측을 대변할 인사는 없다.

통상 지분 투자 후 이사선임권을 받는 이유는 투자한 자금이 목적한 바에 맞게 제대로 사용되는지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기업의 주요 의결기구인 이사회에 한자리를 차지해 의사결정 과정에서 자본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볼 수 있다. 더불어 양사 간의 가교 역할도 겸하는 보직이다.

◇고려아연 이사회, 한화 측 대변인사 없어

한화가 현대차와 달리 고려아연 이사회에 멤버를 넣지 않은 이유는 딜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화 측은 한화임팩트가 지분 투자를 하긴 했지만 자사주 교환도 비슷한 시기에 단행했다. 고려아연은 23만8358주(1.2%)를 한화에 각각 주당 65만8000원에 팔고 이에 상응하는 가격의 한화 자사주를 받았다.

양사가 상호 지분을 소유한 구조다. 이렇다보니 경영참여를 위한 이사선임이 굳이 필요 없다. 한화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사업제휴 목적인 경우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양사(한화-고려아연) 모두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대차의 경우 HMG 글로벌이 고려아연과 지분 교환이 아닌 5000억원 이상 금전출자를 한 만큼 자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관리할 필요가 있는 과정에서 이사선임이 이뤄졌다. 그런 면에서 고려아연 경영진에 대해 의결권은 물론 이사회 내 우군 역할을 할 수 있어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좀 더 유리한 고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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