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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파워 네트워크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국제경제학과 동문 사외이사는

①국제경제학과 1985~1995년 존속, 금융업계 거물인사 속속 배출

이돈섭 기자  2024-10-16 07:28:30

편집자주

이사회를 구성하는 건 사람이다. 어떤 이사를 영입하느냐에 따라 이사회 역량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사회 역량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다. 더벨은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멤버들 간 네트워크를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 어떤 요소들이 기업 이사회에 잠재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분석해본다.
우리나라 이사회 멤버를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은 단연 서울대다. 기업들은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대학교수뿐 아니라 법조계 혹은 회계사 출신 인사, 경영 경험이 풍부한 기업인 등을 영입하는데, 서울대 출신 인사가 각계 고위직에 올라있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대 출신 이사가 많은 건 일견 자연스러워 보인다.

기업 이사회는 재무와 회계, 경영 등 분야에 정통한 인물을 찾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서울대 상경계통 출신들이 이사진으로 포섭되는 경우가 많은데 다양한 상경계열 학과 중에서 '국제경제학과'가 눈에 띈다. 국제경제학과는 30여년 전 사라진 학과임에도 불구하고 이 학과 출신들의 활약상이 돋보이면서 그 네트워크 면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 범 서울대 상대 한축 국제경제학과, 거물인사 속속 배출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1985년 무역학과가 국제경제학과로 재편된 뒤 1995년 경제학부로 통합되기 전까지 10년 간 존속했다. 무역학과와 국제경제학과 경제학과 출신이 모두 범 서울대 상대 출신으로 묶이지만 학번별 학과 출신 모임이 여전히 존재하며 산행 등 연례 행사를 개최하는 기수 모임도 적지 않다.

국제경제학과 출신 모임이 유지되는 데는 이 학과에서 각 분야의 거물급 인사들이 다수 배출된 영향이 크다. 무역학과로 졸업한 인사 중에는 삼성그룹 출신으로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KB금융지주 회장 등을 역임한 황영기 전 회장을 비롯해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연합회 회장 등에서 활약한 하영구 전 회장이 대표적이다.

과거 재무부 출신으로 보고펀드 등을 설립, 자본시장 핵심 M&A 플레이어로 활동한 변양호 전 회장 역시 서울대 무역학과 출신 인사 중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다만 무역학과 졸업생 상당수는 현역에서 물러난 상태로 이 학과 출신 모임 역시 명맥을 잇고 있을 뿐 모임이 활동적으로 이뤄지고 있진 않다는 게 이 학과 출신들 설명이다.

현직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인사 상당수는 무역학과로 입학한 뒤 재학 중 학과가 국제경제학과로 재편돼 국제경제학과에서 졸업한 인사들이다. 신한은행의 정상혁 은행장이 대표적이다. 1964년생인 정 은행장은 1983년 서울대 무역학과에 입학해 1988년 국제경제학과에서 졸업, 1990년부터 35년 내리 신한은행에 적을 두고 있다.

정 은행장 동문으로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한 손병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대표적이다. 기업은행 이사회 멤버인 김형일 전무도 국제경제학과 동문 중 한 명이다. 기업은행 이사회에는 김 전무의 후배격인 87학번 전현배 서강대 교수가 사외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전 교수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같은 87학번 동문이다.

서울대학교 정문 야경 풍경 [이미지=서울대학교]

◇ 80년대 학번 중심 사외이사 발탁…70년대생도 활발

기업 이사회에 활발하게 활동하는 졸업생은 82학번이 상대적으로 많다.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남우 연세대 교수의 경우 한솔홀딩스 사외이사로 영입됐으며,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아시아나항공, 홍동표 법무법인 광장 고문이 한진칼, 신은호 비케이엘 대표가 초록뱀미디어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룹 요직에 자리를 잡은 졸업생도 눈에 띈다. 한라그룹의 이철영 HL홀딩스 사장이 대표적이다. HL홀딩스의 완전 자회사인 하나그룹 골프장 운영업체 JJ한라의 대표직도 맡고 있는 이 사장은 리조트 전문기업 아난티 측과 제주 구좌읍 김녕리에 제주 최대 규모 관광 명소를 조성하는 합작투자 개발 사업을 주도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OCI홀딩스 CFO로 그룹 재무관리를 담당하는 황영민 부사장도 국제경제학과 82학번 졸업생이다. 황 부사장은 OCI홀딩스 산하의 개발업체 디씨알이와 열병합발전소 운영업체 OCIO SE 등 두 기업 감사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82학번 전후 졸업생은 대부분 은퇴를 직면하고 있는 인물들이 많아 이사회에도 많이 진출해 있다는 설명이다.

84학번 중에서는 장덕수 디에스자산운용 회장을 비롯해 제주항공 김이배 대표와 JB금융지주 송종근 부사장 등이 주요 멤버로 꼽힌다. 송 부사장의 경우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등 JB금융지주 핵심 계열사 이사회에 기타비상무이사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송 부사장은 한국은행과 하나은행 등을 거쳐 지난해 JB지주 CFO로 합류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1972년생)이 포함된 70년대생 졸업생 중 상당수도 기업 이사회에 진출했다. HMM 우수한 사외이사(1974년생), 제닉스와 솔루스첨단소재 황인이 사외이사(1972년생), HL만도 박기찬 사외이사(1972년생), 데브시스터즈 최인혁 사외이사(1972년생), NHN과 아세아제지의 유완희 사외이사(1970년생)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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