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금융사 콜옵션 리뷰

여전히 높은 금리·고환율…복잡해진 계산법

[총론]녹록지 않아진 금융부담 그럼에도 '신뢰·관행상 피할 수 없는 불문율'

최은수 기자  2024-10-16 11:18:26

편집자주

2022년 흥국생명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콜옵션) 선언은 자본시장에 파문을 일으켰다. 흥국생명은 자금상황 및 해외채권 차환 발행 여건 등을 고려해 콜옵션 미행사를 선언했다. '관행'과 불문율이 가져온 혼란 우려에 흥국생명은 결국 입장을 바꿨다. 콜옵션 논쟁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금리 추이에 따라 언제든 불거질 이슈다. THE CFO는 흥국생명 사태 2년을 즈음해 신종증권을 발행한 금융사들의 대응 논리와 전략을 들여다본다.
국내 채권시장 빅 이슈어인 금융사들은 2010년말 초저금리 기조 속에서 자본성증권을 이용한 자본확충에 나섰다. 2024년 국내 기준 금리는 당시 대비 3% 높다. 그렇다고 외화 자본증권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달러/원 환율 추이를 보면 원화가치는 5년 전 대비 30%나 하락했다. 발행 부담이 그만큼 더 커졌다.

이 상황에서 금융사 재무책임자는 어떤 전략을 펼 수 있을까. 일반적인 상황이면 발행한 자본성증권을 만기 전까지 유지하는 전략이 가장 합리적이다. 자본성증권은 잔존만기에 따라 자본인정비율이 상각된다. 그러나 통상 만기가 10년 이상인 점을 활용해 적절한 헤지(hedge)도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 환경에선 이 판단이 성립할 수 없다. 채권의 만기가 얼마든 발행사가 '5년 콜옵션' 즉 조기상환권을 행사해야 하는 게 불문율이기 때문이다. 이 관행은 2022년 흥국생명의 사례를 거치며 더 공고해졌다. 채권 만기 보유 전략이 관행으로 막히면서 저금리시대 자본성증권 발행을 택한 금융사 CFO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흥국생명 이슈로 더 확고해진 관행 "콜옵션은 행사돼야 한다"

자본성증권의 콜옵션에 대한 불문율은 2022년 흥국생명이 만기 보유를 선언했다가 이를 번복하는 과정에서 재확인됐다. 흥국생명은 2017년 5억달러(당시 한화 약 5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금리(쿠폰) 4.475% 30년물인 해당 채권은 콜옵션을 5년 뒤인 2022년 11월 9일로 설정했었다.

흥국생명은 2022년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2017년보다 한층 불리한 요건으로 채권을 다시 발행해야 했다. 당시 흥국생명 내부에선 5억달러 자본성증권을 리파이낸싱하려면 약 8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2017년 당시 발행 비용과 비교하면 30% 이상 많다.

흥국생명이 콜옵션 미행사 즉 만기 보유를 선택한 이유는 채권을 재발행할 때 금융비용 부담이 지나치게 커졌기 때문이다. 당시 흥국생명의 판단은 규정이나 원칙에 따르면 문제될 게 없었다. 규정상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는 금융시장 여건 변화에 따라 발행사에 현저히 불리하다 인정될 경우 이뤄진다.

흥국생명 사례는 오히려 콜옵션을 행사하면 불리했다. 시장 금리와 환율 변동에 따른 원화가치 하락으로 흥국생명은 콜옵션보다 금리를 스텝업하는 것이 현저히 유리했다. 이론적으론 기존 쿠폰에 2.472%를 더 얹어주는 대신 만기 보유를 선언하는 게 금융비용 등을 고려하면 흥국생명에게 유리했다.

흥국생명의 결단은 곧바로 IB업계의 반발에 직면했다. IB업계는 채권 만기가 얼마든간에 발행사가 관행에 따라 '반드시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약정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거센 후폭풍 끝에 흥국생명은 채권 만기 보유 입장을 번복했다. 더불어 자본성증권인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으로선 질이 떨어지는 환매조건부채권(RP)으로 대체됐다.

흥국생명은 입장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양질 또는 동질 자본으로의 리파이낸싱에도 실패했다.

여전히 채권 콜옵션 행사를 둔 IB업계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사실 콜옵션 행사는 명문화되지 않은 관행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를 바꿀 이유가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수렴된다.

IB업계 관계자는 "발행사의 판단과 협의에 따라 콜옵션 행사를 안 할 순 있겠으나 관행과 불문율을 따르지 않은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선 해당 발행사는 채권 시장에서 외면받는 등 향후 발행에서도 상당한 제약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깰 수 없다면 순응해야지만… '빅 이슈어' 금융사 고민

IB업계가 콜옵션 행사를 고수하는 이유를 시장 논리만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다만 앞서 말한 '관행' 속의 세부 행동양식을 보면 업계가 스텝업에 따른 200bp 이상의 쿠폰을 외면하고 불문율을 고수하는 이유가 설명된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채권은 만기에 상관없이 5년 콜옵션이 행사되기 때문에 종종 리테일에도 물량이 내려온다"며 "셀다운이 활발한 점 역시 앞서 콜옵션 행사 관행이 '유지돼야 하는' 큰 이유 중 하나라 단기간에 구조를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콜옵션을 둘러싼 이해관계는 얽히고 설켜 있어 당장 시장의 룰을 바꾸긴 어렵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이 채권 콜옵션을 '옵션이 아닌 의무'로 여겨야 한단 의미다. 또 발행상황이 비교적 좋았던 특정 기간 발행한 채권이라 해도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추가 금융비용을 감내해야 한다.

초저금리시대가 끝나고 5년이 지난 지금의 채권 발행 환경은 금융사에 상당히 불리해졌다. 특히 외화채를 발행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진다. 만약 발행한 채권이 신종자본증권일 경우 당분간 자본상각 우려가 없어야 한다. 그러나 콜옵션 관행을 고려하면 여러 이점을 내려놓고 리파이낸싱에 반드시 대비해야 한다.


◇4대 금융지주, K-ICS 도입 보험사에 주어진 당면 과제

더불어 2019년 이후 몇 년 간 글로벌 채권시장 호황기가 이어지며 대부분의 금융·보험사들은 국내는 물론 외화채까지 적극적으로 발행했다. 국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신한금융은 직전 5년 간 발행한 채권만 11조원이 넘는다. 하나금융과 KB금융도 8조원 농협금융은 6조원 우리금융은 5조원의 발행 실적을 보인다.

금융지주 특성상 재발행 자체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 발행 채권이 모두 콜옵션을 적용받는 장기물은 아니다. 그러나 당장 발행환경이 과거보다 우호적이지 않아 대응책이 있어야 한다. 이들이 집중적으로 채권을 발행한 2019년과 2021년 국내 기준금리는 0.5%~1% 사이였다. 미국 금리도 급등하기 전이며 해외 채권 발행도 비교적 순조로웠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과 함께 이뤄진 신 지급여력제도인 K-ICS 대응에 숨가쁘게 움직였던 보험사들도 요주의 대상이다. 보험사의 경우 단순히 콜옵션 행사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걸 너머 특정 시기부터 경과조치가 사라지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불리한 차환과 더불어 규제 완화 조치가 일몰하는 점에도 함께 대응해야 한다.

더불어 금리가 완만한 하락기에 접어든 점도 콜옵션 대응을 앞둔 보험사들의 부담을 가중한다. 통상 고금리 상황에선 높은 자산운용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보험사들의 재무 및 수익성 부담이 크게 낮아진다. 그러나 금리가 낮아지면 보험계약부채를 자산운용수익률이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