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진은 더 이상 기업 밖 전문가 집단이 아니다. 사내이사뿐 아니라 사외이사에게도 보수의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기업들이 증가하면서 실제 주식을 보유한 채 이사회 활동에 임하고 있는 사외이사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일부 기업 사외이사의 경우 본인이 자발적으로 소속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코스피 시총 상위 100개 기업 이사회 소속 사외이사 448명 중에는 억대 규모의 주식을 보유한 사외이사도 적지 않았다. 개별 사외이사 중에는 40억원대 소속 기업 주식을 보유한 이도 있었다. 기업별로 보면 KT와 SK텔레콤이 사외이사 전원에 주식을 지급했고 SK와 현대차그룹 내 일부 계열사의 몇몇 사외이사도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다.
◇ 포스코홀딩스 손성규 사외이사, 46억원어치 주식 보유
코스피 시총 상위 100개 기업의 448명 사외이사 중 가장 큰 규모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외이사는 포스코홀딩스의 손성규 사외이사다. 지난 6월 말 손 이사가 보유한 주식은 총 5270주. 해당 주식은 2022년 3월 말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로 선임되기 전부터 갖고 있던 것으로 신고 취득가는 주당 6만7255원씩 총 3억4500만원이었다.
지난 상반기 말 포스코홀딩스 보통주 주가는 36만3000원. 손 이사 주식 가치는 19억원을 웃돌았다. 여기에 지난 7월 포스코홀딩스 주식을 가진 부친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아 보통주 6667주를 추가 확보해 주식 수를 1만1937주로 늘렸다. 현 시가 적용 시 가치는 46억원. 등기·미등기를 통틀어 이보다 많은 주식을 가진 임원은 없었다.
현재 포스코홀딩스는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6명 등 총 10명의 등기이사로 이사회를 꾸리고 있다. 경영성과 보상 차원에서 사내이사에 자사주를 지급하는 것과 달리 사외이사에게 별도 상여 정책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손 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사외이사 5명 중 이사회 활동 기간 회사 주식을 매수한 이는 현재까지 한 명도 없었다.
1959년생인 손 이사는 1992년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 현재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한국회계학회장 등을 역임하며 업계 안팎에서 재무·회계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로 선임되기 전인 2019년부터 삼성자산운용 사외이사직을 맡아 현재 두 회사 이사직을 겸하고 있다.
손 이사 외에도 소속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이사 수는 적지 않았다. 손 이사를 제외한 69명의 사외이사가 지난 상반기 말 많게는 8억8800만원(김근영 셀트리온 사외이사) 적게는 37만원(우수한 HMM 사외이사)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조사 대상 470명의 사외이사 중 억대 규모 주식을 가진 사외이사는 총 29명으로 집계됐다.
◇ SK텔레콤·KT 등 일부 기업 사외이사 보수 일부 주식 지급
개별 기업별 사정을 살펴보면 사외이사 전원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도 눈에 띄었다. SK텔레콤과 KT가 대표적이다. SK텔레콤 이사회는 9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5명의 사외이사 전원이 많게는 4923주(김용학 사외이사), 적게는 978주(노미경 사외이사)를 갖고 있었다. 지난 6월 말 기준 2억5400만원~5000만원 수준이다.
SK텔레콤은 이사회와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킨다는 취지에서 사외이사 보수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개별 사외이사에 지급하는 주식 수는 대체로 비슷하지만 이사 개인별 요구사항을 반영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022년부터 주식을 보수로 지급하기 시작, 지난 상반기 말까지 누적 총 1만8460주를 제공했다.
KT도 SK텔레콤과 마찬가지로 사외이사 보수 일부를 자사주를 활용해 지급, 8명 사외이사 모두 KT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KT 사외이사진은 김용헌 사외이사를 제외한 7명이 모두 지난해 신규 선임돼 지난 6월 초 모두 357주를 부여받았다. 당시 시가로 1300만원 규모였다. 올해로 재직 2년 차 김용헌 이사는 현재 811주를 갖고 있다.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정책을 추진해 3명 사외이사 모두에게 주식을 지급했다. SK스퀘어의 경우 지난해 사외이사 한 명당 평균 1억60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는데 이중 30~40% 정도를 주식으로 지급했다. SK하이닉스도 작년 한 해 평균 1억6000만원 보수를 제공했고 대략 전체 보수의 3분의 1 정도를 주식으로 보상했다.
SK, SKC, SK이노베이션 등 SK그룹 여타 계열사도 사외이사 일부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나금융과 신한지주의 사외이사 일부도 회사 주식을 갖고 있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현대건설 등 범 현대차그룹 계열사 일부 사외이사도 주식을 직접 보유해 기업 성장에 따른 주가 상승 과실을 공유하는 모습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