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은 꾸준히 채권을 찍어내면서 발행 규모로는 업계 최상위에 자리한 금융지주사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3조원에 육박하는 채권을 발행했다. 이 가운데 약 8000억원이 조건부자본증권으로 별도 콜옵션이 포함된 장기물이다.
신한금융에게도 달라진 금리 환경은 요주의 대상이다. 2020년엔 1%대 이자율의 10년물까지 관측됐지만 최근 발행시장 환경은 전처럼 우호적이지 않다. 당장 리파이낸싱엔 큰 문제가 없다. 200bp(2%p) 가량 상승한 이자율만 염두에 두면 된다. 원화 조건부자본증권을 주로 발행해 환율 변동에 영향이 적은 점도 위안거리다.
◇채권시장 큰손, 저금리 시대 '1% 회사채' 발행키도 신한금융은 채권 발행시장 큰 손이다. 금리 상황이 좋고 나쁘고와 관계 없이 끊임없이 부채자본시장(DCM)에서 적정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직전 5년(2019~2023년) 간 누적 채권 발행 규모는 11조원을 넘어섰다. 적절한 운전자본 확보와 함께 금융지주로서 안정적인 자본건전성비율을 유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신한금융이 통상 한 해 발행하는 채권 가운데 30%이상이 자본확충 효과를 주는 하이브리드채권, 즉 조건부자본증권이다. 신한금융이 시장에서 자본성증권을 찾는 것도 건전성 제고에 목적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전방위적으로 시장이 얼어붙었을 때 발행 규모가 잠시 주춤했을 뿐 매년 1조원 안팎의 자본성증권을 발행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때는 발행 자체에 큰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됐다. 애초에 초우량 신용등급을 유지해온 만큼 조건부자본증권이 신용등급 1노치 낮게 발행된다고 해도 부담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2010년대 말 신한금융은 회사채의 경우 1% 후반에서 2% 초반, 조건부자본증권은 3% 초반의 이자율에 발행했다.
2019년 발행한 총 2개의 조건부자본증권은 5년이 지난 올해 들어 콜옵션이 행사됐다. 당시 각각 2000억원과 약 6000억원의 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 3% 초반의 이자율을 확정했다. 이 물량에 대한 리파이낸싱 차원에서 이미 2건의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을 마쳤다. 각각 4000억원씩 4.49%와 4%로 전보다 약간 상승된 금리가 책정됐다.
◇'BIS비율 유지' 위한 리파이낸싱 중 환노출 적어 부담 경감 올해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과 대한민국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소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한 점은 신한금융의 채권 발행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직전연도 비슷한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때 이자율이 모두 5%를 넘었는데 올해는 두 차례에 걸쳐 총 8000억원의 발행실적을 기록하면 4% 초반의 이자율을 받았다.
신한금융은 약 5년 간 금리 상황이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신용평가사를 통해 AAA급 평정을 받고 있다. 초저금리시대와 비교할 때 채권 발행환경이 다소 나빠진 것 맞지만 그렇다고 리파이낸싱 자체를 성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할 상황은 아니다.
신한금융이 그간 신종자본증권을 원화로 발행해온 것도 급변한 환경에서 받는 충격을 상쇄했다. 약 5년 간 국내 기준금리는 3%포인트가 올랐고 이에 따라 발행 이자율도 올랐다. 다만 신한금융의 경우 앞서 든든한 신용등급을 두고 있어 비교적 제한적인 이자율 상승세를 보인다.
그러나 달러·원 환율 변동은 신용등급으로도 통제할 수 없는 변수다. 환율은 근 10년내 최대 변동성을 보인다. 2019년만 해도 1억달러 외화채권 발행을 위해 매칭되는 원화는 1000억원 중반이었다. 그러나 약 3년 사이 원화 가치는 급락했다. 리파이낸싱이나 콜옵션 발행환경을 두루 고려해도 발행사는 적어도 30% 이상의 환차손 부담을 안고서 채권시장에 들어와야 한다.
신한금융은 주로 국내 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 환리스크 우려까지 최소화해 왔다. 많게는 200bp가량 상향된 이자율만 감내할 의지만 있다면 여전히 신한금융에게 우호적인 채권시장에서 빅 이슈어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이자율이 높아진다 해도 신한금융의 전반적인 비이자이익 규모 등을 고려하면 부담을 느낄 수준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 신한금융의 비이자이익 규모는 2조1146억원이다. 이를 연단위로 환산하면 신한금융이 5년 내 콜옵션을 앞둔 조건부자본증권과 장기물 발행 총 규모(약 3조7000억원)를 뛰어넘는다.
이 밖에 신한금융은 금융사 특히 은행권을 포함한 금융지주의 자본건전성을 가늠하는 BIS총자본비율은 꾸준히 1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통상 감독당국이 요구하는 10% 이상을 상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