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를 구성하는 건 사람이다. 어떤 이사를 영입하느냐에 따라 이사회 역량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사회 역량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다. 더벨은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멤버들 간 네트워크를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 어떤 요소들이 기업 이사회에 잠재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본다.
기업과 은행의 관계는 끈끈할 수 밖에 없다. 항상 자금이 필요한 기업 입장에선 어떻게든 은행과 줄을 대려 한다. 은행장 출신 사외이사들에게 기대하는 '실질적 도움'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은행장 출신들은 기업들에게 가장 절실한 사외이사 이력이다. 특히 기업 금융이 강한 기업은행장 출신들의 사외이사 참여가 눈에 띈다. 2007년부터 2019년까지 기업은행장직을 역임한 전임 은행장 4명은 현재 다양한 기업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로 일하고 있다. 이중 3명의 경우 기업은행 공채 출신으로 기업은행에서만 30년 넘게 근무해온 만큼 서로간 이해도도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농협은행과 신한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다양한 시중은행 은행장 출신이 이사회에 진출해 있다. 은행장 출신의 경우 금융과 경영 분야 높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사회 역량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특히 그 중에는 올해 76세로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사가 있어 눈길을 끈다.
◇ 기업은행, 은행장 출신 사외이사 최대 배출
전자공시 의무법인 3062곳 지난 6월 말 반기보고서 상 이사회 멤버 중 은행장을 역임한 인물은 모두 24명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농협은행, 기업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시중은행을 비롯해 광주은행과 경남은행 등 지방은행,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까지 다양한 은행에서 경영을 주도해 온 은행장 출신 이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은행장 출신 사외이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은 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장 출신 사외이사는 윤용로 전 은행장(22대, 2007~2010)부터 조준희(23대, 2010~2013), 권선주(24대, 2013~2016), 김도진 전 은행장(25대, 2016~2019) 등 4명이다. 기획재정부 지분이 절반 이상 기업은행은 금융위원장 제청과 대통령 임명으로 은행장을 선임한다.
기업은행장 출신 사외이사 대부분은 기업은행 공채 출신이다. 조준희 전 은행장은 1980년 입행, 기업은행 최초 공채 출신 은행장이 된 인물이다. 권선주 전 은행장은 1978년, 김도진 전 은행장은 1985년 입행했다. 권 전 은행장은 조준희 은행장 시절 2011년 부행장 승진했고 김 전 은행장은 권 은행장 재직 중 2014년 부행장이 됐다.
조준희 전 은행장은 한국금융지주와 무궁화신탁 등에서 사외이사로 일한 뒤 현재 KG스틸과 MIT 등 두 기업 이사회에 몸을 담고 있다. 권선주 전 은행장은 올초 KB금융 사외이사로 영입돼 현재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김도진 전 은행장은 한국평가정보 사외이사를 거쳐 법무법인 세종 고문과 하나은행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과거 재무부와 재무부 후신인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전신인 금융감독위원회 등에서 근무한 윤용로 전 은행장의 경우 금융정책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은행장으로 일한 뒤 외환은행(현 하나은행)장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으로 근무했다. LF 사외이사 등을 거쳐 현재 코람코자산신탁 회장과 DB손해보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 시중은행 은행장 1~3명 기업 이사회…"실질적 도움 기대"
우리은행과 농협은행 은행장 출신들도 다수 기업 이사회에 진출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박해춘 전 은행장(45대)과 이순우 전 은행장(47·48대), 이원덕 전 은행장(54대) 등 3명의 전임 은행장이 사외이사로 일하고 있다. 박 전 은행장은 솔루스첨단소재, 두 이 전 은행장은 각각 셀트리온과 코오롱인더스트리 이사회에 몸을 담고 있다.
기업들은 '금융 전문가'로서의 은행장 역할에 주목했다. 셀트리온은 이순우 전 은행장 선임 배경 관련 "금융 전문지식 및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와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중 1948년생인 박해춘 전 은행장은 올해 76세임에도 불구, 적극적 활동을 보이고 있다.
농협은행의 경우 현재 이경섭(2016~2017), 이대훈(2017~2020), 권준학 전 은행장(2021~2023)이 각각 아가방컴퍼니와 한국자산신탁, 삼양사 등 이사회 사외이사로 기용돼 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신한은행장으로 근무한 위성호 전 은행장은 흥국생명 부회장을 거쳐 현재 GS글로벌에서 사외이사와 감사로 일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박진회 전 은행장(2014~2020)이 SK이노베이션과 삼성화재 이사회에 적을 두고 있다. 씨티은행을 떠난 후 토스뱅크 사외이사로도 활동한 박 전 은행장은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과 함께 지난해 말 은행연합회장 1차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는 등 왕성한 대외 활동을 전개하는 전직 은행장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지방은행의 경우 송기진 전 광주은행장이 하림, 손교덕 전 경남은행장이 KIB플러그에너지에서 활약하고 있다. 케이뱅크에서는 심성훈(초대) 서호성(3대) 전 은행장이 녹십자와 한국투자캐피탈 이사회에서 일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장 출신은 전문성과 네트워크 측면에서 자금조달 등 다양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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