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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보는 사외이사

전직 금융위원장 이사회 우르르…사외이사 겸직도 환영

⑩역대 금융위원장 9명 대부분 퇴임 후 이사회행…네트워크·전문성 평가

이돈섭 기자  2024-10-14 14:57:48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이사회다. 이사회를 누가 어떻게 구성하고 있느냐에 따라 사업의 향방이 바뀔 수 있다. 더벨은 국내 주요 기업들의 이사회 면면을 들여다보고 그 함의를 도출하기 위해 시총 상위 100개 기업 781명 등기이사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령대는 어떤 분포를 그리고 있는지 각 이사들의 커리어는 어떤 행보를 기록했는지 들여다봤다. 한발 더 나아가 주요 기업 이사회가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장·차관급 고위 관료 출신 인사는 사외인사 인기 영입 후보다. 일반 기업들이 갖기 어려운 다양한 정·관계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각자 분야 내 전문성도 상당해 이사회 역량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장관급 정무직 공무원으로 우리나라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대표적이다.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인물은 모두 9명. 해당 인물 대부분은 여지없이 기업 이사회에 참여해왔다. 대부분이 법무법인 고문으로 일하면서 동시에 기업 이사회에 진출해 활동하고 있다. 금융위를 떠난 뒤 기업 사외이사직을 맡지 않은 전직 위원장은 사실상 1명 정도다. 위원장은 아니었지만 금융위 재직 이력을 지닌 인사도 있다.

◇ 장관급 금융위원장 이사회 참여 활발…최종구·김석동은 겸직

지난 6월 말 기준 코스피 시총 상위 100개 기업 이사회 소속 사외이사 448명 면면을 분석한 결과 관료 근무 이력을 보유하고 있는 사외이사는 모두 97명이었다. 관료 출신 사외이사 면면을 보면 국세청 간부 출신 세무사를 비롯해 판사와 검사 출신 법조인, 각 정부부처 장·차관 등을 역임한 전·현직 인사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었다.

역대 금융위 위원장들도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과거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가 갖고 있던 금융정책 및 감독 총괄 기능을 이전 받아 2008년 공식 출범한 금융위는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부처다. 현재까지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인물은 9명이며 전임 위원장 대부분이 사외이사로 기업 이사회에서 일한 경험을 갖고 있다.

조사 대상 기업 중 전임 금융위원장을 영입한 기업은 삼성전기와 에쓰오일, SK텔레콤, 한진칼 등 모두 4곳이다. 시총 100위 안에 들어오진 않지만 CJ도 전임 위원장을 영입한 기업이다. 삼성전기 이사회의 경우 작년 한해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과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등 2명의 전임 위원장이 사외이사로 동시에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 기업 이사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전임 금융위원장은 최종구 전 위원장과 김석동 전 위원장이다. 현재 법무법인 화우의 특별고문과 율곡연구원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최종구 6대 금융위원장(2017~2019)은 지난해 3월 삼성전기를 비롯해 CJ의 사외이사로 선임돼 현재까지 두 기업 이사직을 겸직하고 있다.

3대 위원장(2011~2013)을 역임한 김석동 전 위원장은 현재 한진칼과 SK텔레콤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금융과 정책 등 분야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사회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전 위원장은 현재 법무법인 지평 고문과 지평인문사회연구소 대표로 일하고 있다.


◇ 전임 9명 위원장 중 이사회 미진입 1명…금융위 근무이력도 스펙

신제윤 4대 위원장(2013~2015)은 롯데손해보험과 HDC 등 복수의 기업 이사회를 거쳐 현재 삼성전자 이사회에 진출해 있다. 신 전 위원장은 2015년 금융위원장직을 내려놓은 뒤 2017년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으로 일하기 시작했는데, 태평양은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불공정 합병 재판에서 이재용 당시 부회장을 대변한 바 있다.

역대 금융위원장 중 연배가 가장 낮은 고승범 8대 위원장(2021~2022)의 경우 올 초부터 에쓰오일의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고 위원장의 기업 이사회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위를 나온 뒤 기업 이사회에 진출한 적 없는 전직 위원장은 임종룡 5대 위원장과 은성수 7대 위원장, 올 7월 퇴임한 김주현 전 9대 위원장 등 세 명이다.

다만 임 전 위원장의 경우 현재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타사 사외이사를 맡기 어려운 데다 김주현 전 위원장의 경우 최근 금융위를 떠난 점 등을 감안하면 사외이사직을 맡지 않은 전임 위원장은 은성수 전 위원장이 사실상 유일하다는 평가다. 은 전 위원장은 과거 한국투자공사 사장과 한국수출입은행 은행장 등을 역임했다.

금융위 초창기 위원장들 역시 이사회에서 활동했다. 초대 금융위원장(2008~2009)인 전광우 전 위원장은 2019년 코리안리 사외이사로 일하기 시작했지만, 이듬해 퇴임한 이후 현재 별도의 기업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진 않다. 1949년생인 전 전 위원장은 올해로 만 74세로 현재는 세계경제연구원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2대 금융위원장이었던 진동수 전 위원장은 퇴임 이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일하면서 현대로템과 아주캐피탈, 키움투자자산운용 등 비교적 다양한 기업에서 사외이사로 근무했다. 금융위에 몸담았던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과 임수현 DS프라이빗에쿼티 대표 등도 NH투자증권과 하이브의 사외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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