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섀시·차체 부품 업체 '화신'이 투자 규모를 크게 늘렸음에도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대규모 설비 투자 소화를 위해 평년 대비 차입 규모를 눈에 띄게 확대했지만 당장 재무 지표 약화 등 부정적 시그널은 감지되지 않는다. 앞서 자본을 확충하고 공공기관 대출 보증 등 정책 금융을 적극 활용한 결과다.
다만 이와 더불어 재무 측면의 여러 과제도 상존한다. 올 들어 수익성이 약화된 흐름을 보이는 만큼 해당 지표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 마련이 요구된다. 최근 국내 신규 공장 가동 시작 등 핵심 이벤트들은 진행 중이다. 공정 가동률을 높여 매출 규모를 늘리는 등 뚜렷한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화신은 근래 설비 투자에 재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1년여간 1000억원 이상을 자본적지출(CAPEX) 용도로 배정했다. 국내를 비롯해 미국 등 전방위적으로 생산 기지를 새롭게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금을 대거 집행했다. 단순 CAPEX 금액만 따지면 앞선 10년을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필요 자금은 대부분 차입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유보금도 투자 재원으로 활용 중이나 비중으로 보면 외부에서 꾸어오는 자금이 더 많다는 설명이다. 올 반기 말 연결 기준 화신 장단기 차입금액은 3600억원 수준이다. 사채 등을 모두 포함하면 총 외부 차입 금액은 4300억원대다. 2022년 말 4000억원을 넘긴 총 차입 부채는 2년째 계속해서 동일한 앞자리를 유지 중이다.
다행히 상환 역량도 제고됐다. 이자 비용을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실적 기반을 닦았다. 2022년 화신 이자보상배율은 전년대비 3.3%포인트 상승한 5.2%를 기록했다. 이때 현금 창출력이 개선되며 반대로 순차입금이 감소한 것이 특징적이다. 직전년도 3100억원대였던 순부채가 3000억원 수준으로 소폭 내렸다. 당시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 대상 납품 물량이 증가하며 매출액이 가시적으로 늘어난 영향이 주효했다.
재무 안정성 지표들도 현상 유지하고 있다. 몇몇은 외려 개선되기도 했다. 일례로 자산총액 대비 이자지급부채 비중을 뜻하는 차입금의존도는 올 반기 말 35%대로 전년말(41.7%) 대비 내렸다. 부채비율 및 유동부채비율도 하락세를 보였다.
자본이 확충된 효과가 컸다. 화신은 반기 말 연결 자본총액이 4958억원으로 최근 1년여간 40%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영업 성과와는 별개로 자본잉여금이 늘어난 결과다.
세부적으론 해당 기간 기발행 교환사채(EB)에 대한 사채권자들의 교환 청구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앞서 2021년 자기주식을 교환 대상으로 설정한 EB를 발행했던 화신은 사채권자를 대상으로 주당 1만1632원에 자기주식을 처분하며 상당한 주식 처분 이익을 획득했다. 당초 주식 취득가액과 처분가액 간 차액이 자본 이익으로 반영된 그림이다.
차입 증가에 따른 이자 비용 부담도 당장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무역보험공사로부터 대출 보증을 받는 등 금융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반기 말 화신이 외부 기관으로부터 받고 있는 지급 보증은 약 730억원이다.
향후 수익성 개선 과제는 내포하고 있다. 화신은 올 반기 매출을 비롯해 순익분이 전년동기대비 일제히 위축됐다. 성장이 비교적 가팔랐던 직전 사업연도와 비교해 다소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올해 국내 생산 라인 가동률은 작년 보다 상승했으나 해외 공장 가동 수치가 떨어지며 결과적으로 전체 가동률이 하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향후 해외 신규 생산 기지 마련에 따른 물량 확보가 요구된다. 화신은 오는 2025년 미국 조지아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당해 하반기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