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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알미늄, '제로금리 BW 덕' 유동부채 확대 제동

별도 금융비용 발생 없이 채무 상환…파생상품평가손실 탓 순익은 적자전환

김소라 기자  2024-08-02 08:18:37

편집자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선 상위 100개 기업이 시가총액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반대로 나머지 700여개 상장사의 비중은 10%대에 그친다. 코스피 내에서도 자본의 쏠림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더벨은 이같이 상대적으로 소외된 미드캡 기업을 파악하고 그간 시장의 관심에서 한 발짝 비껴나 있던 중형 상장사의 가려진 재무 체력과 경영 역량을 들여다본다.
알미늄 제판 업체 '조일알미늄'이 단기 차입분을 다소 원활히 털어냈다. 지난해 수익성 악화로 부채 대응 여력이 위축된 가운데 외부에 손을 벌려 빚 부담을 낮췄다. 제로 금리로 발행한 메자닌이 구원 투수가 됐다. 금융기관의 고이율 차입 조건이 계속해서 유지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조달 활동은 금융 비용 확대에 제동을 거는 효과로 이어졌다.

올해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나아지고 있다. 글로벌 알미늄 제품 단가 상승에 따라 영업에 숨통이 트인 덕이다. 이와 함께 자체 부채 상환 역량도 차츰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일알미늄 관계자는 2일 "알미늄 시장은 원자재 구매 가격과 판매 가격을 매달 연동시키기 때문에 보통 차입금이 증가하면 매출 볼륨도 같이 커지는 영업 구조"라며 "다만 지난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통과 지연에 따른 비철금속 시장 둔화로 부채가 늘었음에도 실적은 약화됐던 상황"이라 설명했다.


조일알미늄은 근래 금융 비용 부담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해 약 95억원을 금융기관 차입분에 따른 이자로 지출했다. 직전년도 대비 45% 증가한 수치다. 이자 비용을 부채총액으로 나눈 총부채이자부담률은 지난해 5%에 근접했다. 2021년(2.54%) 대비 수치가 2배 가량 올랐다.

조일알미늄은 평소 단기 차입을 주로 활용하고 있지만 지난 몇 년간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며 상환 부담도 고조됐다. 단기 차입금은 상대적으로 장기 차입금 대비 이자율이 낮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전년도 조일알미늄 단기 차입 내역을 보면 모든 차입 거래 이자율이 연 5~6%대로 설정됐다. 부채가 증가하면 조달 비용도 가파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조일알미늄은 메자닌 시장을 통해 돌파구를 찾았다. 지난해 9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대규모 자금을 신규 조달했다. 총 300억원을 수혈했다. 사채 이자율을 표면, 만기 모두 0%로 설정해 유리한 조달 위치를 점했다. 조일알미늄 입장에선 금융 비용이 추가로 늘어나는 것을 억제하면서 현금 유동성은 대거 확충할 수 있었던 셈이다.

단기성 부채 상환 압박도 일부 덜었다. 9회차 BW 조달 자금 중 40억원을 채무 상환 용도로 지출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해 조일알미늄 유동 부채 비율은 소폭 내렸다. 당해 자본총액 대비 유동 부채 비율은 전년대비 5%포인트 가량 하락한 83%를 기록했다. 다만 BW 발행분이 재무제표상 비유동 부채로 잡히면서 장기성 부채 비율은 오름세를 보였다.


현재 9회차 BW 잔여 자금은 재테크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예금 상품에 잔액을 전량 예치해 이자 수익을 수취하고 있다. 지난해 조일알미늄이 은행 예치금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약 4억원으로 집계된다. 잔여분을 불려 자본적지출(CAPEX) 용도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조일알미늄 관계자는 "올해 시설 투자를 위한 구체적인 자금 계획을 수립하는 등 내부적으로 CAPEX 집행과 관련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새롭게 공장을 짓는 차원은 아니지만 기존 설비를 상위 제품으로 교체하고 생산 라인도 더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 설명했다.

부채 관리 작업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올해 알미늄 판매 단가가 전년대비 상승하며 상대적으로 차입금 상환 여력이 늘었다. 현재 단기 차입분이 대부분 영업 활동을 위한 신용 거래 형태다 보니 수익성을 높일수록 부채 조절도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올 1분기 조일알미늄은 전년동기대비 영업 이익을 3배 가량 늘리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당분간 순익 측면에서 불확실성은 내포할 전망이다. 9회차 BW 계약 옵션인 매도청구권(콜옵션)에 대한 평가 손실이 손익계산서 상에 반영되면서다. 지난해 조일알미늄은 파생상품평가손실로 총 16억원을 인식했다. 이는 9회차 BW 잔여 금액에 대한 평가손실분이다. 신주인수권 가치가 주가와 연계돼 평가되는 만큼 당초 자산 가치와 평가액 간의 차액이 평가손실로 반영됐다. 더불어 부채 이자 비용도 금융원가에 포함되며 지난해 순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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