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판 전문기업 'TCC스틸'은 지배구조 면에서 다소 부진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경영 의사결정 체계가 당국에서 권고하는 선진화된 시스템과는 거리가 있는 상황이다. 표면적으로 볼 때 이사회 등 견제기구의 객관적 감시·감독 역할에 의문이 따른다.
TCC스틸 측은 관련해 개선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당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만들긴 어렵지만 순차적으로 선진 경영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그간 상대적으로 최대주주 및 내부 경영진 위주로 이뤄져 온 의사 결정 체계를 바꿔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배구조 '매우 취약', 핵심 지표 준수율 부진 TCC스틸은 지배구조가 장기간 모범 규준 대비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ESG기준원(KCGS)은 지난해 TCC스틸 지배구조 상황에 대해 가장 최하위 점수인 D(매우 취약) 등급을 부여했다. 총 7개 등급 가운데 최하단이다. 이는 법인의 경영체계가 지속성이 매우 낮고 이에 따라 체제 개선을 위한 상당한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의미다.
TCC스틸의 지배구조 점수가 최하단에 위치한 것은 관련해 미준수 항목이 상당하다는 방증이다. KCGS는 기업 지배구조 평가 시 준수 항목에 대해 점수를 가산하는 방식으로 채점하고 있다. 기업이 모범규준에 부합하지 못했을 경우 득점하지 못하는 식이다. 미충족 항목이 많다고 가정하면 점수를 쌓지 못해 하위 등급에 머무를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TCC스틸은 지배구조 측면의 통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편이다. 이는 KCGS의 지배구조 모범 규준 항목인 주주, 이사회, 감사, 이해관계자 소통 등을 모두 고려한 결과다.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지, 이를 위한 통제 장치가 내부에 잘 마련돼 있는지 등을 평가한다. 결과적으로 주주 이익 극대화가 가능한 환경이 조성돼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함이다.
해당 내용은 TCC스틸의 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는 현재 금융위원회에서 연결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 상장사를 대상으로 의무 공시토록 한 것으로 KCGS의 지배구조 모범 규준 항목 등이 기초 판단지표로 반영됐다. 지난해 사업연도 기준 TCC스틸은 총 15개 지배구조 지표 중 6개 항목을 충족, 준수율은 40%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론 주주 항목 준수율이 가장 낮았고 다음으로 이사회, 감사 항목 순이었다.
◇이사회 무게중심 '사내이사'…보수 책정은 자체적으로 TCC스틸은 이사회 구성과 운영 등이 내부 경영진 위주로 치우쳐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사회는 3명의 사내이사, 1명의 사외이사 체제로 구성돼 있다. 상법상 사외이사 선임 요건인 이사회 전체 구성원의 4분의 1 이상 규정을 최소 한도로 충족하고 있다. 사내이사진만 따로 보면 과반 이상이 최대주주 측이다. 손봉락 회장과 아들 손기영 사장이 사내이사로 활동 중이다. 이사회 의장은 손봉락 회장이 맡고 있다.
이사회 내 위원회는 별도로 설치돼 있지 않다. KCGS 등 정책적 모범 기준에 따르면 효율적인 이사회 운영과 경영진에 대한 감독·감시 역할 강화를 위해 이사회 내 소위원회 설치가 권고된다. 하지만 현재 규모 면에서 TCC스틸은 따로 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기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TCC스틸 측은 별도 위원회 설치는 없으나 대표이사 주관 하에 리스크 관리 위원회를 운영하며 대내외적 경영위험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부 경영진을 대상으론 매년 상대적으로 넉넉한 보수를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사내이사 3명 모두 5억원 이상 보수수령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손봉락 회장이 총 10억3500만원을 근로 소득으로 수령했고 나머지 손기영 사장과 조석회 부회장이 5억원대 보수를 받았다. 해당 보수 책정은 TCC스틸 자체 임원 보수 예규에 의거해 이뤄졌다. KCGS는 해당 작업을 이사회 결의를 통해 진행토록 권고하고 있으나 지난해 보수한도 승인 외 별도 안건 상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상근 감사와 관련해 일부 긍정적인 변화는 감지된다. TCC스틸은 올초 정기 주주총회에서 상근 감사인을 새롭게 선임했다. 지난해까지 상근 감사는 손봉락 회장과 친인척 관계인 이호경 전 포스코인터내셔널 본부장이 맡았다. 금번 전현수 전 TCC아이엔에스 대표이사 신규 감사인 선임으로 이 같은 특수관계는 해소됐다. 다만 그 역시 종속회사(TCC아이엔에스)의 대표이사를 역임한 경력 등을 비춰볼 때 법인 간 관계성 측면에선 온전히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풀이된다.
TCC스틸 관계자는 "지배구조 체계에 대해서 단기간 큰 변화를 만들 순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는 부분부터 순차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