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업체 '케이씨텍'이 경영진 보상시스템을 강화한다. 양도제한조건부주식(Restricted Stock Unit, RSU) 제도를 당해 신규 도입하며 보상체계 다각화에 나섰다. 중장기적인 동기 부여를 위해 핵심 경영진을 대상으로 유인책을 내건 모습이다.
케이씨텍은 임원 보상 정책에 특히 힘을 싣고 있다. 등기임원을 중심으로 평소 넉넉히 보수를 지급하며 경영진 보상체계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몇 년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주식기준 보상체계를 도입하며 경영 지속성 측면 보완에도 나섰다.
케이씨텍은 오는 2024년 전문 경영인을 대상으로 자사주를 지급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대표이사(CEO)인 양호근 부회장과 최동규 사장 2인 대상이다. 이는 올해 초 케이씨텍과 두 대표 간 RSU 제도 계약에 따른 것이다. 해당 계약에 따르면 양호근·최동규 대표는 연봉의 일정액을 케이씨텍 주식으로 교부받는다. 실제 교부 시점은 내년 3월 경으로 RSU 부여 시점과 1년의 간격이 있다.
◇케이씨 그룹 등기임원 보상 강화…현행 고액 보수 임원 다수 포진 이는 그룹 차원에서 결정됐다. 케이씨텍과 최대주주 '케이씨' 모두 당해 RSU 신규 도입을 확정했다. 대표를 대상으로 지급한다는 조건은 동일했다. 아울러 케이씨 역시 케이씨텍과 마찬가지로 대표가 RSU를 부여받은 시점을 기준으로 1년 후 실제 주식을 교부받는다는 조건도 유지했다. 케이씨 그룹은 2017년 케이씨텍이 케이씨로부터 인적 분할된 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해당 2개 법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케이씨는 일부 세부 조건은 달리 설정했다. 현재 지배주주인 고상걸 부회장이 대표로 공동 재직 중인 만큼 최대주주 대표이사는 RSU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부가조건을 달았다. 케이씨텍은 고상걸 부회장을 비롯해 고석태 회장 등 지배주주가 별도 직책 없이 경영 임원으로만 등재돼 있어 관련한 부가조건은 설정되지 않았다. 이를 단순 고려하면 케이씨텍의 경우 향후 지배주주가 대표로 신규 선임된다고 가정하면 이들이 RSU를 부여받을 여지가 있다.
케이씨텍은 그간 등기임원을 대상으로 한 보상체계에 공을 들여왔다. 연 5억원 이상의 상대적으로 고액의 보수를 지급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양호근 대표와 최동규 대표는 각각 7억5300만원, 6억4600만원을 보수로 수령했다. 그 결과 당해 등기임원 6명의 보수 총액은 주주총회 승인 금액의 83%를 차지했다. 두 대표를 비롯해 지배주주인 고석태 회장 수령분(8억5800만원) 등이 모두 포함되며 등기임원 보수 총액을 끌어올렸다.
나아가 금번 RSU 도입을 계기로 보상체계를 다변화한다는 방침이다. RSU 재원으로 활용할 자기주식도 이달 기준 56만6700주(2.72%) 가량 보유하고 있다. 케이씨텍은 오는 2025년 초까지 100억원 규모 자사주 물량을 추가 취득할 계획이다. 케이씨 역시 현재 총 발행 주식수의 약 10.2%를 자기주식으로 보유하며 어느 정도 RSU 활용 재원을 마련해 두고 있다.
◇"경영 의사 결정 상 효익 의문"…객관적 보수 결정 장치도 미비 다만 RSU 도입 방식과 관련해 일부 지적은 따른다. RSU 부여 시점과 실제 주식 교부 시점 간 간격이 상대적으로 짧아 본래 주식 기준 보상체계 도입 취지와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RSU는 경영진 등이 단기 성과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의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게 유도토록 하기 위한 장치"라며 "이를 미뤄봤을 때 1년의 시간이 정책 결정 프로세스 상 얼마나 효익이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현재 보수와 관련한 별도 객관적 장치가 없는 점도 보완이 필요한 지점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에서 권고하는 기업 지배구조 모범 규준 등에 따르면 등기임원 보수는 사전에 마련된 객관적 기준에 입각해 결정되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독립적인 보상위원회 등을 설치, 해당 위원회를 통해 결정하거나 이사회 결의를 통해 보수를 결정토록 하는 식이다.
하지만 케이씨텍은 현재 감사위원회를 제외하고 이사회 내 별도 위원회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금년도 이사회 결의에서도 보수한도 승인 건을 제외하고 등기임원의 구체적인 보수액 설정 등을 논의하진 않았다.
케이씨텍 관계자는 "감사위원회 설치 기준이 자산총액 2조원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선제적으로 동 위원회를 설치, 운영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지배구조 면에서 퇴행한다고 볼 수는 없고 동일한 규모 업종만 놓고 봤을 때 전반적으로 정책에 뒤따라 가려고 하는 편"이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