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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캡 리포트

'지배구조 대수술' 백광산업, 사법 리스크 상흔 씻을까

②전 대표 횡령혐의에 견제 장치 부재…사외이사 대폭 늘리고 지배주주 이사회 제외

김소라 기자  2024-08-01 15:58:48

편집자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선 상위 100개 기업이 시가총액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반대로 나머지 700여개 상장사의 비중은 10%대에 그친다. 코스피 내에서도 자본의 쏠림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더벨은 이같이 상대적으로 소외된 미드캡 기업을 파악하고 그간 시장의 관심에서 한 발짝 비껴나 있던 중형 상장사의 가려진 재무 체력과 경영 역량을 들여다본다.
화공약품 제조사 '백광산업'이 지배 구조 손질에 나섰다. 백광산업은 지배주주인 전 최고경영자(CEO)가 경제 범죄 행위로 사법 당국의 처벌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백광산업은 이사회를 비롯해 사내 통제를 위한 형식적인 장치도 미비했다. 백광산업은 이사회 멤버 교체는 물론 지배 시스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대적으로 이사회 재정비에 나섰다. 금융당국에서 권고하는 지배구조 모범 규준에 맞게 경영 체제를 개편했다. 이사회 구성부터 내부 통제 시스템까지 일제히 손 보거 있다. 선진화된 지배 체제 구축을 토대로 경영 활동 과정에서의 실제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사회 구성원 물갈이…임원 보수 책정 감독 기구는 부재

백광산업은 현재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추진 중이다. 내부 통제 및 회계 관리 제도 강화를 위한 업무 프로세스를 재조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외부 법무법인을 통한 매 분기 활동 검토 계획을 수립했고 준법지원인 제도를 선제 도입했다. 더불어 사외이사를 증원함과 동시에 기존에 없던 소위원회도 신규 설치했다.


무엇보다 백광산업은 이사회 전반에 가시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이사회 구성원을 대거 교체하고 사외이사와 사내이사 비중을 전면 개편했다.

지난해 초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던 지배주주 특수관계인 오재민 이사를 비롯해 김양수 사외이사, 홍주완 감사 등이 모두 물러났다. 동시에 사외이사 3명을 신규 선임, 이사회 내 비중을 과반 이상으로 늘렸다. 변호사와 회계사 출신 사외이사인 김상규 문영삼 김성근 이사를 각각 선임했다. 이로써 백광산업은 사내이사 2, 사외이사 3으로 사외이사 비중이 과반을 넘게 됐다.

현재 상법 상 이사회 내 사외이사 50% 이상 구성은 별도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 의무 사항이다. 백광산업은 자산 규모가 해당 규제에 해당되지 않아 사외이사를 과반으로 둘 필요가 없다. 지난해 말 기준 백광산업 별도 자산총액은 4200억원대다. 법적으론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 4분의 1 이상만 충족하면 되는 상황이지만 사외이사를 과반수 이상으로 선임했다.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도 새롭게 설치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회계 전문가로 구성됐다. 투명경영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도 이사회 내 새롭게 설치해 경영 독립성을 추가 확보했다.

다만 경영진 보수 책정과 관련한 별도의 장치는 따로 마련되지 않았다. 임원 보수 결정 사안은 이해 상충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사외이사를 통한 객관적 감시, 감독 프로세스가 요구된다. 일례로 위원회 내 보상위원회를 설치하는 방법 등이 대표적이다.

◇이사회 '감시' 역할 퇴색, 지배주주 중심 경영 지속돼

앞서 백광산업은 지난해 지배주주인 김성훈 전 대표가 검찰에 기소되는 사법 리스크에 휩싸인 바 있다. 김 전 대표는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돼 현재까지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이 확인한 김 전 대표 혐의 발생 금액은 약 217억5000만원이다.

김 대표의 횡령 이슈가 발생하기 전까지 백광산업은 경영진에 대한 독립적 감시, 감독 장치가 부재했다. 증권선물위원회가 회계 처리 기준 위반 혐의로 백광산업 및 김 전 대표를 최초 문제시 삼았던 2022년 당시 지배 체제를 보면 경영상 주요 의사 결정은 온전히 지배주주 중심으로 이뤄졌다. 객관적으로 경영 활동을 통제할 수 있는 내부 장치가 갖춰지지 않았고 이를 위한 전문 인력도 부재했다.

당시 백광산업 이사회 구성을 보면 인원은 2명의 지배주주와 1명의 사외이사로 이뤄져 있었다. 김 전 대표와 그의 부친인 김종의 전 대표 2인 사내이사 체제였다. 이사회 주재 등 경영 안건 논의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이사회 의장은 김 전 대표가 맡았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 및 견제 기능은 약했던 것으로 보인다. 화공약품 등 화학 제품 제조 사업과 다소 연관성이 떨어지는 의료 전문가가 사외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김양수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당시 기준 3년간 사외이사로 재직했는데 해당 기간 김 교수가 백광사업 이사회에 빠지지 않고 온전히 출석했던 해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구체적으로 2022년 김 전 대표가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검찰 통보 조치됐던 해 김 교수의 이사회 출석률은 30%에 그쳤다. 즉 주요 경영 안건을 지배주주인 사내이사끼리만 논의하고 통과 처리했다.

기업 지배구조 주요 판단 항목 중 하나인 감사부문도 직무 전문성 면에선 미흡했다. 한국ESG기준원이 제시하는 기업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르면 내부 감사 기구에 회계 또는 재무 전문가가 포진한 것이 이상적인 형태로 여겨진다. 재무제표 작성에 적용되는 회계 기준을 이해하고 이를 독립적으로 감시, 감독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백광산업은 건설사 등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비재무 전문가 1명만 상근 감사로 두고 있었다.

향후 백광산업은 상장 법인 지위 유지 측면에서 당분간 경영 개선 계획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3년간 지배주주의 경영 참여를 차단하고 경영 개선 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해당 개선 계획에 대한 미이행 사항이 발생할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백광산업 관계자는 "현재 매분기 법무법인 태평양으로부터 레포트에 대한 감사를 받고있고 기존에 내부적으로 단순 지류로 처리했던 작업들도 모두 ERP(전사자원관리)로 전환, 관리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바꿨다"며 "혐의 금액은 전 대표가 회사 대상 모두 상환완료했고 이에 대한 회계 처리도 모두 끝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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