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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개편에 오너일가 '박지원·박인원' 있었다

이사회 의장, 오너일가 독식…로보틱스 이사회 7명 중 6명 참여

김슬기 기자  2024-08-16 08:27:14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2024년 7월 11일,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이사회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붙이기로 결정하면서 두 회사 모두 임시 이사회가 열렸다. 이에 대한 승인도 필요했다.

의결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이사회 멤버 7명 전원이 참석, 전원 동의했고 두산로보틱스의 경우는 이사회 구성원 중 사외이사 1명이 불참하면서 이사회 7명 중 6명이 동의했다. 또한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지배구조 개편 결정 이전에 임기가 남은 정재연 사외이사가 자진사임하면서 결과적으로 사외이사 2명만 찬성한 꼴이 됐다.

양사 이사회 의장은 오너일가인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과 박인원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였다. 두 회사의 합병이 대주주에 유리하고 일반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지점이기도 하다. 만년 적자기업인 두산로보틱스에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안겨주면서 재무구조 개선과 지배력 확대까지 노렸기 때문이다.

◇ 두산에너빌리티, 이사회 전원 만장일치 찬성

지난 7월 11일 두산그룹이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큰 골자는 두산에너빌리티는 투자사업부문(분할신설법인)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에 흡수합병하고 이 때 두산밥캣은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기존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에서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가 되는 구조다.

해당 안이 가능하려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이사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오전 10시에 이사회를 열었고 △두산로보틱스와의 분할합병 계약 체결 승인에 대해 논의했다. 해당 안건에 대한 설명은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의 재무총괄 강석주 전무가 담당했다.

그는 재무건전성 강화와 경영 효율성을 내세웠다. 두산밥캣 지분 46%와 차입금을 보유한 투자사업부문의 인적분할을 통해 차입금 감소 등 재무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또한 친환경 중심 에너지 사업의 역량을 집중하고 경영 효율성을 증대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사회에 소속된 박지원 회장, 정영인 부회장, 박상현 사장 등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 등 총 7명 전원이 참석했다. 이준호 사외이사는 현재 법무법인 김·장 변호사로 있고 이은형 사외이사는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최태현 사외이사는 김·장 고문, 솔루스첨단소재 사외이사다. 이은항 사외이사는 세무법인 삼환의 세무사다.

합병의 개요와 분할합병비율, 승계대상재산 내역, 향후 일정 등도 함께 보고됐다. 두산에너빌리티 측은 "의장이 안건에 대해 참석이사들에게 심의를 구한 바, 관련 자료 검토 및 이사들 상호간에 질의와 토의가 있은 후 출석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안건의 승인을 결의했다"고 명시했다.

◇ 두산로보틱스, 사내이사 4명·사외이사 2명 찬성…최근 사외이사도 사임

두산로보틱스도 같은 날 이사회를 진행했지만 시간대는 달랐다. 오후 2시에 회의가 시작됐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이사회가 종료된 후 회의가 열린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와의 분할합병 계약 체결 승인 안건이 올라왔다. 해당 안건은 두산에너빌리티의 분할을 전제로 하는만큼 시간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사회 구성원 전원이 참석한 두산에너빌리티와 다르게 두산로보틱스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이사 7명 중 6명만 참석했다. 참석한 이들 모두 해당 안건에 대해 동의했다. 두산로보틱스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의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이사 과반수로 하는만큼 전원이 참석할 필요는 없다.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한 이는 의장인 박인원 사장, 류정훈 부사장, 조길성 전무, 이재석 상무 등 사내이사 4명과 강남훈·김은태 사외이사 2명이다. 강남훈 사외이사는 과거 대통령실 지식경제비서관,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을 지낸 인물로 현재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회장이다. 김은태 사외이사는 연세대 전기전자공학 교수로 현 한국로봇학회 이사기도 하다.

이번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이는 김상배 사외이사다. 그는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기계공학 교수로 MIT 생체모방로봇 연구소장과 네이버랩스 기술고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올해 열린 총 6건의 이사회 중 5번 참석했고 이번에만 불참했다.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인 6월에 정재연 사외이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하기도 했다. 정 사외이사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삼일회계법인, 삼덕회계법인 등에서 회계사로 활동했고 20여년간 강원대학교 회계학 교수로 활동했다. 올해 강원대 총장이 되면서 사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만 해도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4인으로 사외이사 구성원이 과반이 넘는 구조였지만 올 들어 사내이사가 추가로 1명 더 선임됐고 사외이사가 1명 나가게 되면서 사외이사 비중은 43%로 떨어졌다. 이번 안건의 경우 사외이사 1명이 불참하면서 결국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2명이 동의하는 모습이 됐다.

◇ 두산 오너일가, 의사결정 최상단…금감원 정정 요구 '변수'


현재 두산에너빌리티 이사회 의장은 현 두산의 부회장이자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인 박지원 회장이다. 그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동생이며 박용곤 두산그룹 3대 회장이자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두산로보틱스 이사회 의장은 박인원 대표로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3남이다. 박용현 이사장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동생이기도 하다.

이번 개편은 지주회사인 두산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모회사와의 조율도 중요하다. 오너일가인 박지원 두산 부회장과 박인원 두산에너빌리티의 대표가 양사의 의사결정 최정점인 이사회에 속해있을 뿐 아니라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만큼 이사회 구성원의 동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두산의 이사회 의장도 박정원 회장이다.

다만 현재 주식시장과 일반주주들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이 두산로보틱스에 유리한 분할합병·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이라고 보고 있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비율은 1대 0.63이다. 두산밥캣의 2023년 영업이익은 1조3899억원, 순이익 9215억원이었고 두산로보틱스는 설립 후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두산그룹이 내놓은 지배구조 개편안대로 이뤄진다면 지주사인 두산에 가장 유리하다.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의 산하로 들어가는만큼 적자 기업에 대한 지원부담이 줄어들고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 역시 종전보다 높아지면서 배당수익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 이사회 체제에서는 일반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는 오너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이기도 했다.

한편 현재 금융감독원은 이번 개편에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금감원은 두산로보틱스에 정정을 요청했고 회사 측이 정정신고서를 제출했다. 다만 합병비율을 그대로 유지했다.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은 "(두산이 제출한) 증권 신고서에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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