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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어 이사회, 90일의 변화…'대표교체' 예견된 결과

'최대주주 의견' 투영 용이한 인적구성…'법조계' 김학자 사외이사 영입 '의결 정당성 강화'

박동우 기자  2024-08-29 15:43:49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아이돌 그룹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가 다시 이슈 중심으로 부상했다. 이사회 의결로 대표이사가 바뀌면서 민희진 대표가 경영을 총괄하던 지위를 내려놓게 됐기 때문이다. '경영권 탈취' 논란이 한창이던 올 5월 이후 90일간의 변화를 살피면 '대표 해임'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지분 80%를 보유한 최대주주 하이브 측의 인사 비중이 압도적인 이사회 구성으로 재편되면서 최대주주 의사를 투영해 대표이사를 적법하게 선임할 계기를 마련했다. 비상장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법조계 인사' 김학자 전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면서 의사결정 정당성을 한층 강화했다.

◇'하이브 임원' 3인방 사내이사 포진

지난 27일 어도어 이사회는 '대표이사 변경' 의안을 상정, 처리했다. 당시 민희진 대표가 원격 화상으로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는 민 대표를 해임하는 의사결정을 내렸다. 대신 사내이사 김주영 하이브 최고인사책임자(CHRO)를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했다.

어도어가 대표이사를 교체한 행보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올 5월에도 하이브는 민 전 대표를 해임하려고 시도했다. 2023년 말 기준으로 하이브가 어도어 지분 80%(257만6000주)를 소유한 최대주주인 만큼 상법 제385조·434조 등에 따른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활용해 해임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법원이 민 전 대표가 제기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당초 계획을 실행하기 어려워졌다.

주총을 통한 해임 대신 이사회를 경유한 대표이사 변경 방안이 대안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어도어 이사회 구성원 4인 가운데 하이브 측 인사는 이경준 최고재무책임자(CFO)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자연스레 최대주주 하이브 의견을 충분히 투영할 수준의 이사진을 충원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지난 5월 열린 임시주총에서 신동훈 부대표와 김예민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사내이사직에서 해임시키는 안건이 가결된 배경이다. 신 부대표와 김 디렉터는 민 전 대표가 SM엔터테인먼트에 재직하던 시절부터 같은 직장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공석이 된 사내이사직은 모회사 하이브 임원들이 맡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기존에 사내이사로 등기된 이경준 CFO 외에 김주영 CHRO와 이재상 전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어도어 이사회에 입성했다. 김 CHRO는 유한킴벌리와 크래프톤에서 사내 인적자원을 관리하는데 잔뼈가 굵었던 인물이다. 이 전 CSO는 미국 레이블 이타카홀딩스 인수 실무를 주도한 경험을 갖췄다. 경영권 탈취 의혹과 맞물려 어수선해진 조직을 안정화하는 동시에 레이블 자회사 운영을 한층 밀착 제어하는데 초점을 맞춘 변화였다.


◇8월 초 '사외이사' 직위 신설…"이사진 독립적 판단"

어도어 이사회 인적구성은 8월 들어 다시 변화를 맞았다. 이 전 CSO가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이도경 하이브 IPX 부대표가 새롭게 진입했다. 이 전 CSO가 지난달 말 하이브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기 때문이다. 전사 경영을 총괄하는 동시에 계열사 등기임원까지 겸직하면 업무 집중도를 저해할 수 있는 만큼 사내이사를 사임하는 게 불가피했다.

눈길을 끄는 건 사외이사 직위를 신설한 대목이다. 이달 2일자로 김학자 전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이 어도어 사외이사로 부임했다. 1967년생인 김 전 회장은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사법연수원(26기)을 수료했다. 서울지방검찰청 남부지청,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 등에서 검사로 활약한 이력을 갖췄다.


비상장사인 어도어는 증시에 입성한 기업과 달리 사외이사를 선임할 의무를 적용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외이사를 영입한 건 회사가 법적 분쟁 이슈에 연루돼 있는 만큼 전문적 자문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의사결정 정당성을 확립하는 기대효과도 염두에 뒀다. 경영진 혹은 대주주와 관련성이 없는, 독립적인 인물이 의결에 함께 참여하기 때문에 다각도로 검토하고 논의했다는 절차적 적절성을 드러낼 수 있다.

하이브 관계자는 "어도어 이사진이 상법에 의거해 적법하고 독립적으로 판단해서 대표이사를 변경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사회 내부 분위기나 개별 이사들의 표결 여부, 입장 등에 관해서는 확인해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더벨은 어도어 이사회 멤버인 사내이사 민 전 대표와 사외이사 김 전 회장에게 이사회 개최 경위와 전후 상황을 묻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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