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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옵션 행사시점과 맞물린 고려아연 이사회 임기

13명 중 5명 내년 3월, 나머지 9명은 내후년 3월 종료

원충희 기자  2024-09-19 15:25:57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선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2년 후 또는 고려아연 이사회 과반 장악을 콜옵션 행사 조건으로 걸었다. 2년이란 기간은 고려아연 이사회 임기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원 13명 가운데 5명은 내년 3월에, 나머지 9명은 내후년(2026년)에 임기가 몰려있다.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기 위해선 최대 2년간 주주총회를 통해 7명 이상의 이사를 확보해야 한다.

◇콜옵션 행사시점 '2년 후 또는 이사회 과반 확보'

MBK-영풍은 고려아연 주식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목표한 지분율은 7~14.6% 수준이다. 현재 고려아연은 영풍과 특수관계자(장형진 일가)가 약 33%를 갖고 있다. 공개매수 성사로 최소 40%를 확보한 후 MBK가 콜옵션을 활용해 영풍 측 지분 일부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MBK가 최대주주에 오르며 현재 고려아연 최씨 일가가 행사 중인 경영권을 확보하는 구조가 전체적인 그림이다.

MBK-영풍은 지난 13일 고려아연을 통해 오픈한 13일 공개매수설명서를 통해 콜옵션 행사 가능 시점을 밝혔다. 공개매수 완료일부터 2년이 경과한 날 또는 대상회사 재적이사 과반수가 MBK와 영풍 측이 지명하는 이사로 선임된 날 중 먼저 도래하는 날이다.

여기서 2년을 꼽은 이유는 고려아연 이사회 임기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6월 말 기준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원은 13명, 사내이사 3명과 기타비상무이사 3명, 사외이사 7명이다. 이들 중 사내이사 3명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이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영풍 계열인 최내현 켐코 대표와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우주 현대자동차 기획조정실 기획조정1실 본부장이 있다. 그 외 사외이사 7명은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뽑힌 사람들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확실한 영풍 측 인사는 장 고문 1명이다. 과반을 만들려면 현 상태에서 추가로 선임하거나 기존 이사를 대체할 필요가 있다. MBK-영풍 측 인사를 추가로 선임할 경우 과반을 만들려면 최소 10명 이상을 신규로 입성시켜야 한다.

고려아연 정관(제5장 28조)에 따르면 이사는 3인 이상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으며 정원 수에 대한 조항은 없어 이론적으로는 무한대로 늘릴 수 있다. 이사회 과반 장악 후 내년 3월 주총까지 버티면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 5명은 자동적으로 빠진다.

◇경영권 분쟁 최대 2026년 주총까지 갈 수 있어

공개매수 종료시점은 2024년 10월 4일이다. 매수가 성공할 경우 MBK-영풍 측은 임시주총을 열고 우호이사를 최대한 집어넣는 게 1차 목표가 된다. 임시주총은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데 과반이 출석해야 하며 출석한 이사 과반이 임시주총 소집에 찬성해야 한다.

이사 해임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대상으로 의결권 3분의 2(66.7%)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임시주총에 성공한다 해도 기존 이사를 해임하고 우호인사를 넣으려 해도 현재 확보한 의결권으로는 모자란 상태다. 66.7% 이상을 확보하지 못하면 다음 기회인 내년 3월 정기주총을 노릴 수밖에 없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원들의 임기가 내년 3월(5명)과 내후년 3월(7명)에 쏠려 있다는 점이다. 특히 내년 3월 임기만료 이사들의 경우 사내이사 중에는 박기덕 사장이며 기타비상무이사 중에는 최내현 켐코 대표, 사외이사에는 김보영 한양대 교수와 권순범 전 대구고검 검사장, 서대원 전 국세청 차장이 있다.

내년 3월 주총에서 다섯 자리를 MBK-영풍 측 인사로 모두 채워도 과반이 되지 못한다. 현대차 측 인사를 회유할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7명을 안전하게 채우려면 2026년 주총으로 넘어갈 수 있다.

콜옵션 행사가능 시점인 '공개매수 후 2년이 경과한 날 또는 대상회사 재적이사 과반수가 MBK와 영풍 측이 지명하는 이사로 선임된 날 중 먼저 도래하는 날'의 의미는 이사 7명 이상을 확보할 마지막 기회인 내후년 주총을 감안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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