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의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두산포트폴리오홀딩스는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큐벡스 지분 100%를 3709억원에 사줘야 한다. 두산밥캣 지분을 내주고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두산에너빌리티에 현금을 공급해줄 '당근'이다.
하지만 두산포트폴리오홀딩스는 현금성자산이 1억원도 없다. 지분 매입대금 3709억원을 조달할 조달 전략이 필요하다. 두산포트폴리오홀딩스 자산 대부분이 두산테스나 지분 인수를 위한 인수금융에 담보로 제공돼있어 결국 모회사인 지주사 두산과 자회사 두산테스나에 도움을 구해야 할 전망이다.
◇두산큐벡스·D20캐피탈 매각으로 4353억 유입…지배구조 개편 '당근'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큰틀은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을 자회사화하는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 지분(46.06%) 전량을 보유한 신설법인을 인적분할하고 두산로보틱스가 이 신설법인을 흡수합병하는 형태다. 두산로보틱스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두산밥캣을 완전자회사화하고 최종적으로는 흡수합병한다.
하지만 이런 형태를 취하면 두산에너빌리티로서는 핵심 자산인 두산밥캣 지분을 내주고도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올해 1분기말 별도 기준 두산에너빌리티 자산총계(13조8974억원)에서 두산밥캣 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15.8%(2조1980억원·장부금액 기준)다. 기준시가법으로 평가한 두산밥캣 지분은 2조3371억원으로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밥캣 지분을 매각했다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3조원까지도 받을 수 있었지만 인적분할하면서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두산그룹이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이유 중 하나로 차세대 원전(SMR)과 가스터빈 등 에너지사업 육성을 내세운 만큼 두산에너빌리티로서도 현금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자회사 지분을 다른 계열사가 사주는 '당근'을 이번 개편 계획에 포함시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큐벡스 지분 100% 전량을 두산포트폴리오홀딩스에 넘기면서 3709억원을, D20캐피탈(D20 Capital) 지분 100% 전량을 두산로보틱스에 넘기면서 644억원을 각각 수취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이를 통해 유입되는 합산 현금은 4353억원으로 두산밥캣 지분을 매각할 경우 유입할 수 있는 현금에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 두 자회사 지분 매각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신설법인 인적분할과 두산로보틱스의 신설법인 흡수합병을 모두 완료한 이후에야 가능한 조건이 달려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가 각각 한도로 제시한 6000억원과 5000억원을 초과해 행사되는 등의 이유로 분할합병 계약이 해제되는 경우 두 자회사 지분도 매각되지 않는다. 두 자회사 지분이 비영업용 자산이라면 에너지사업 육성을 위해 애초 현금화했어야 한다. 두 자회사 지분 매각이 '당근'인 이유다.
◇두산포트폴리오홀딩스 현금성자산 '1억원'…매입대금 3709억 조달 필요 두산로보틱스가 D20캐피탈 지분을 사오는 데는 무리가 없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10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해 4212억원의 공모자금을 끌어들이면서 올해 1분기말 3668억원의 현금성자산을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산포트폴리오홀딩스는 당장 두산큐벡스 지분을 사오는 데 무리가 따른다. 두산포트폴리오홀딩스의 지난해말 현금성자산은 1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이는 두산포트폴리오홀딩스가 두산테스나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설립됐기 때문이다. 지주사 두산(이하 두산)은 2300억원을 현금출자하고 504억원 규모 마스턴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8호(이하 마스턴부동산펀드) 수익증권 중 일부를 현물출자해 두산포트폴리오홀딩스를 설립했다.
두산포트폴리오홀딩스는 여기에 2300억원 규모 인수금융과 400억원 규모 한도대출을 더해 두산테스나 경영권 지분 30.62%를 보통주, 전환우선주(CP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합해 4600억원에 사들였다. 두산으로부터 출자받은 현금 2300억원과 인수금융 2300억원을 모두 써버린 것이다.
두산포트폴리오홀딩스는 공시를 통해 두산큐벡스 지분 매입에 필요한 재원을 내부조달과 차입으로 마련하겠다고 명시했다. 현재 쓸 수 있는 현금성자산이 없기 때문에 지분 매입대금 3709억원을 새로 만들어내야 한다. 먼저 추가 차입 여력이 큰 편은 아니다. 지난해말 총차입금은 인수금융을 합한 2563억원으로 부채비율(101.8%)이 이미 100%를 넘기고 있다. 차입금의존도도 50.0%다. 전체 자산의 절반이 차입금이라는 뜻이다.
두산포트폴리오홀딩스의 자산 구성을 보면 두산테스나 주식이 4616억원(장부금액 기준)으로 자산총계(5128억원)의 90.0%다. 이외에는 마스턴부동산펀드 수익증권이 506억원으로 9.9%다. 이 두 자산이 사실상 전부다. 이 때문에 추가 차입을 위해서는 이 두 자산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두산포트폴리오홀딩스가 보유한 두산테스나 주식 전부와 마스턴부동산펀드 수익증권 전부는 인수금융에 대해 이미 담보로 제공돼있다. 이 때문에 마스턴부동산펀드 수익증권을 처분해 현금을 손에 쥐는 방법도 불가능하다.
추가 차입을 위해 모회사인 두산으로부터 지급보증이나 두산테스나로부터 담보를 제공받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두산이 올해 1분기말 특수관계자에게 제공한 합산 지급보증 규모는 원화로 환산하면 약 7781억원이다. 두산의 자본총계가 3조457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추가 지급보증에 여유가 있다. 두산테스나는 올해 1분기말 자산총계(7450억원) 중 73.5%(5478억원)가 유형자산이다. 유형자산 중 이미 차입금에 대한 담보로 제공된 2213억원 외에 나머지 3265억원을 담보로 이용할 수 있다.
차입 외에 재원 마련 수단으로 제시한 내부조달을 보면 두산포트폴리오홀딩스는 지난해 마스턴부동산펀드로부터 36억원, 두산테스나로부터 8억원의 배당금을 각각 수취했다. 하지만 배당금수익만으로는 지분 매입대금을 충당하기에 모자라다.
이 때문에 두산으로부터 유상증자 또는 대여를, 두산테스나로부터 중간배당 또는 유상감자를 고려해볼 수 있다. 두산의 올해 1분기말 현금성자산은 3481억원으로 여유가 있다. 두산테스나의 현금성자산은 838억원이다. 부채비율이 82.5%인데다 배당 재원이 되는 이익잉여금이 2638억원으로 여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