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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분할합병 체크포인트

분할비율 낮춘 두산, 밥캣 지배력 향방은

두산의 밥캣 실질지분율 26.19%…최초 계획 대비 1.08%p 손해

이민호 기자  2024-10-23 07:35:55

편집자주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붙이는 지배구조 개편을 발표했다. 일련의 개편 과정이 끝나면 계열사간 사업 전문성이 강화되는 동시에 그룹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에 대한 지주사 두산의 실질적인 지배력도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편을 시작하기도 전에 가치평가 적정성과 지주사 두산의 편의적 지배력 확대가 논란이 되고 있다. THE CFO가 이번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의 문제점과 각 계열사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
두산그룹은 이번에 두산밥캣 지배구조 개편조건을 정정하면서 합병비율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주면서까지 높였지만 분할비율은 오히려 낮춰잡았다. 이번에 정정된 조건에 따르면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적인 지분율은 최초 계획 때보다 1.08%포인트 손해보는 데 그친다.

◇합병비율 상승에도 분할비율 하락…두산밥캣 실질지분율 변동

두산그룹은 지난 21일 정정공시를 통해 두산로보틱스 보통주와 두산에너빌리티 보통주간 분할합병비율을 기존 1 대 0.0315651에서 1 대 0.0432962로 올려잡았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 지분(46.06%) 전량을 보유한 신설법인을 인적분할하고 두산로보틱스가 이 신설법인을 흡수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분할합병비율은 두산에너빌리티와 신설법인간 분할비율과 두산로보틱스와 신설법인간 합병비율을 곱해 산정한다. 두산그룹은 분할비율은 기존 1 대 0.2474030에서 1 대 0.1157542로 낮춰잡은 반면 합병비율은 기존 1 대 0.1275856에서 1 대 0.3740353로 올려잡았다.

분할합병비율은 두산밥캣에 대한 두산그룹 지주사 두산의 실질적인 지배력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이번에 분할합병비율이 변경되면 두산밥캣에 대한 두산의 실질적인 지배력도 바뀐다. 두산밥캣이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로 존재하는 현재 지배구조에서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적인 지분율은 14.00%다. 두산의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지분율이 30.39%, 두산에너빌리티의 두산밥캣에 대한 지분율이 46.06%이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이 두산밥캣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처음 내놨을 때 적용됐던 분할합병비율은 1 대 0.0315651이다. 분할비율 1 대 0.2474030과 합병비율 0.1275856이 각각 반영된 결과다. 이 분할합병비율에 따르면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적인 지분율은 현재 14.00%에서 27.27%로 상승한다. 이는 두산의 두산로보틱스에 대한 지분율이 59.20%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일련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 지분 46.06% 전량을 확보하는 데 대해 두산에너빌리티에 지불하는 돈은 없다. 두산밥캣 지분을 사오는 형태가 아니라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채 인적분할되는 신설법인을 흡수합병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두산으로서는 한 푼도 들이지 않고 그룹 핵심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두산밥캣 실질지분율 26.19%…최초 계획 대비 1.08%p 하락

하지만 지난 21일 정정된 분할합병비율(1 대 0.0432962)을 적용하면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적인 지분율은 26.19%로 상승한다. 이는 두산의 두산로보틱스에 대한 지분율이 56.86%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정정 후 분할합병비율을 적용하면 정정 전 분할합병비율을 적용했을 때보다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적인 지분율이 27.27%에서 26.19%로 1.08%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친다.

두산그룹은 합병비율 산정에서 기준시가법에 따른 두산밥캣 지분가치에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43.70%를 얹어줬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요 자산인 두산밥캣 지분을 모두 내주고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두산에너빌리티 비지배주주들을 달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진 두산밥캣 지분 46.06% 전량에 대한 가치는 기존 2조3371억원에서 3조3583억원으로 1조원 넘게 뛰었다. 그럼에도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적인 지분율은 최초 계획 때보다 1.08%포인트밖에 손해보지 않은 점이 중요하다.


두산그룹은 분할비율 산정 기준을 기존 순자산(자본)에서 공정가액(주가)으로 이례적으로 바꾸면서 분할비율을 낮췄다. 만약 분할비율을 정정 전인 1 대0.2474030으로 그대로 둔다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한 합병비율이 1 대 0.1750006로 바뀐다. 이에 따라 분할합병비율은 1 대 0.0432957가 된다. 이 분할합병비율을 적용해도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적인 지분율은 정정 후와 동일한 26.19%가 된다. 두산의 두산로보틱스에 대한 지분율이 56.86%로 정정 후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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