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은 이번에 두산밥캣 지배구조 개편조건을 정정하면서 합병비율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주면서까지 높였지만 분할비율은 오히려 낮춰잡았다. 이번에 정정된 조건에 따르면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적인 지분율은 최초 계획 때보다 1.08%포인트 손해보는 데 그친다.
◇합병비율 상승에도 분할비율 하락…두산밥캣 실질지분율 변동
두산그룹은 지난 21일 정정공시를 통해 두산로보틱스 보통주와 두산에너빌리티 보통주간 분할합병비율을 기존 1 대 0.0315651에서 1 대 0.0432962로 올려잡았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 지분(46.06%) 전량을 보유한 신설법인을 인적분할하고 두산로보틱스가 이 신설법인을 흡수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분할합병비율은 두산에너빌리티와 신설법인간 분할비율과 두산로보틱스와 신설법인간 합병비율을 곱해 산정한다. 두산그룹은 분할비율은 기존 1 대 0.2474030에서 1 대 0.1157542로 낮춰잡은 반면 합병비율은 기존 1 대 0.1275856에서 1 대 0.3740353로 올려잡았다.
분할합병비율은 두산밥캣에 대한 두산그룹 지주사 두산의 실질적인 지배력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이번에 분할합병비율이 변경되면 두산밥캣에 대한 두산의 실질적인 지배력도 바뀐다. 두산밥캣이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로 존재하는 현재 지배구조에서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적인 지분율은 14.00%다. 두산의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지분율이 30.39%, 두산에너빌리티의 두산밥캣에 대한 지분율이 46.06%이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이 두산밥캣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처음 내놨을 때 적용됐던 분할합병비율은 1 대 0.0315651이다. 분할비율 1 대 0.2474030과 합병비율 0.1275856이 각각 반영된 결과다. 이 분할합병비율에 따르면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적인 지분율은 현재 14.00%에서 27.27%로 상승한다. 이는 두산의 두산로보틱스에 대한 지분율이 59.20%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일련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 지분 46.06% 전량을 확보하는 데 대해 두산에너빌리티에 지불하는 돈은 없다. 두산밥캣 지분을 사오는 형태가 아니라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채 인적분할되는 신설법인을 흡수합병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두산으로서는 한 푼도 들이지 않고 그룹 핵심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두산밥캣 실질지분율 26.19%…최초 계획 대비 1.08%p 하락
하지만 지난 21일 정정된 분할합병비율(1 대 0.0432962)을 적용하면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적인 지분율은 26.19%로 상승한다. 이는 두산의 두산로보틱스에 대한 지분율이 56.86%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정정 후 분할합병비율을 적용하면 정정 전 분할합병비율을 적용했을 때보다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적인 지분율이 27.27%에서 26.19%로 1.08%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친다.
두산그룹은 합병비율 산정에서 기준시가법에 따른 두산밥캣 지분가치에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43.70%를 얹어줬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요 자산인 두산밥캣 지분을 모두 내주고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두산에너빌리티 비지배주주들을 달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진 두산밥캣 지분 46.06% 전량에 대한 가치는 기존 2조3371억원에서 3조3583억원으로 1조원 넘게 뛰었다. 그럼에도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적인 지분율은 최초 계획 때보다 1.08%포인트밖에 손해보지 않은 점이 중요하다.
두산그룹은 분할비율 산정 기준을 기존 순자산(자본)에서 공정가액(주가)으로 이례적으로 바꾸면서 분할비율을 낮췄다. 만약 분할비율을 정정 전인 1 대0.2474030으로 그대로 둔다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한 합병비율이 1 대 0.1750006로 바뀐다. 이에 따라 분할합병비율은 1 대 0.0432957가 된다. 이 분할합병비율을 적용해도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적인 지분율은 정정 후와 동일한 26.19%가 된다. 두산의 두산로보틱스에 대한 지분율이 56.86%로 정정 후와 동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