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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분할합병 체크포인트

어깨 무거워진 두산퓨얼셀

⑩현금창출력 부진에 배당금 지급 요원…주가 부진에 담보 활용도 미미

이민호 기자  2024-08-08 07:57:00

편집자주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붙이는 지배구조 개편을 발표했다. 일련의 개편 과정이 끝나면 계열사간 사업 전문성이 강화되는 동시에 그룹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에 대한 지주사 두산의 실질적인 지배력도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편을 시작하기도 전에 가치평가 적정성과 지주사 두산의 편의적 지배력 확대가 논란이 되고 있다. THE CFO가 이번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의 문제점과 각 계열사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 주식을 배당금수익원과 차입금에 대한 담보로 이용하고 있다. 두산밥캣 주식을 두산로보틱스에 내주면 배당금수익과 차입 여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두산밥캣의 이런 역할은 두산퓨얼셀이 대신 해야 한다. 하지만 두산퓨얼셀의 현금창출력과 주가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두산퓨얼셀 배당 기여 '제로'…재고자산 증가에 차입 증가 불가피

두산그룹의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이동한다.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 지분(46.06%) 전량을 보유한 신설법인을 인적분할하고 두산로보틱스가 이 신설법인을 흡수합병하는 형태다. 이에 더해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큐벡스 지분(100%) 전량도 두산포트폴리오홀딩스에 3709억원에 매각한다.

이렇게 되면 두산에너빌리티의 실질적인 국내 자회사는 두산퓨얼셀만 남게 된다. 지난해 7월과 12월 각각 491억원과 283억원을 출자해 완전자회사로 설립한 두산리사이클솔루션(배터리 리튬 회수)과 두산지오솔루션(신재생에너지 개발)이 있지만 여전히 두산에너빌리티의 지원에 기대야 하는 단계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효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분할 후 주요 사업영역인 기존 두산에너빌리티 사업부문(발전설비, 담수·수처리)과 두산퓨얼셀 사업부문(발전용 수소연료전지)에 집중해 에너지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해당 신규투자를 통해 에너지 사업부문에서의 효율성과 사업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두산퓨얼셀은 두산그룹이 애지중지 키워온 회사다. 그룹 지주사 두산(이하 두산)이 2019년 10월 연료전지 사업부문(퓨얼셀BG)을 인적분할해 출범했다. 두산은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2014년 7월 미국 하이엑시엄(HyAxiom·당시 Clear Edge Power)을 3240만달러에 인수하면서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을 키워왔다. 2021년 4월 두산이 두산퓨얼셀 지분 16.78% 전량을 두산에너빌리티에 현물출자하면서 현재의 지배구조가 정착됐다. 두산퓨얼셀은 2020년 12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3360억원을 끌어들이면서 성장의 발판을 만들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밥캣 지분 전량을 내주면 두산밥캣으로부터의 배당금만큼 수익이 약화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2022년 별도 기준 특수관계자로부터의 배당금수익은 1124억원으로 이중 921억원을 두산밥캣이 책임졌다. 지난해에도 특수관계자로부터의 배당금수익 2553억원 중 753억원이 두산밥캣 몫이었다. 올해 1분기에도 두산밥캣은 369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반면 두산퓨얼셀이 배당금을 지급한 적은 한 번도 없다. 2020년 유상증자로 4000억원 가까운 풍부한 현금성자산과 30%대 우수한 부채비율 자랑했지만 2022년부터 재고자산이 쌓이는 영향으로 차입금을 급격히 늘리면서 배당여력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16억원으로 줄면서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 85억원으로 적자전환하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29억원, 당기순이익 4억원으로 잠정 집계되며 한숨 돌렸지만 여전히 배당여력이 유의미하게 생긴 수준은 아니다.


◇두산퓨얼셀 주식 담보 활용 가능성…주가 부진 우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과 두산퓨얼셀 주식을 차입을 위한 담보로 활용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6월 30일 기준 두산밥캣 주식 3375만주를 차입금에 대한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 주식(4617만6250주)의 73.1%에 해당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7월 11일 기준 두산퓨얼셀 주식 2150만주를 차입금에 대한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퓨얼셀 주식(2481만9320주)의 86.6%에 해당한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밥캣 주식을 두산로보틱스에 넘기면 더 이상 두산밥캣 주식을 담보로 이용할 수 없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 주식을 보유하는 신설법인을 인적분할 때 두산밥캣 주식이 담보로 제공된 일부 차입금을 임의로 신설법인에 이전할 계획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합산 차입금은 3200억원과 3억달러로 담보로 제공된 두산밥캣 합산 주식은 2360만주다. 두산밥캣 주식이 담보로 제공된 나머지 차입금은 그대로 보유한다.

두산에너빌리티로서는 두산밥캣 주식을 담보로 이용할 수 없게 되면 두산퓨얼셀 주식을 담보로 이용해야 한다. 실제로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 주식(250만주)과 두산퓨얼셀 주식(1850만주)을 동시에 담보로 제공한 차입금 3000억원을 신설법인에 이전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되 두산퓨얼셀 주식을 추가 담보로 제공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두산퓨얼셀 주식이 담보로서의 활용도가 높아지려면 두산퓨얼셀 주가가 높아져야 한다. 하지만 실적 부진으로 주가는 장기간 우하향곡선을 그렸다. 2020년말 5만3500원이었던 두산퓨얼셀 주가(종가 기준)는 지난해말 2만3200원으로 3년 만에 56.6% 하락했다. 이번달 6일 종가는 1만727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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