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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두산, 오너 체제 속 사외이사 독립성 '눈길'

[총평]①'오너=대표이사=의장', 소위원회 전원 사외이사…경영성과 '미흡'

김서영 기자  2024-10-08 09:49:16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두산그룹이 최근 지배구조 재편 의사를 철회했다. 금융감독원이 사업 재편에 제동을 걸고 두산밥캣 측 소액주주의 반발이 거세지자 내린 결정이다. 두산그룹이 이슈에 중심에 서자 지주사인 ㈜두산의 최고의결기구 이사회에도 눈길이 쏠린다.

두산 이사회는 오너인 박정원 회장이 대표이사와 의장까지 독식하는 전형적인 특징을 보인다. 다만 소위원회를 모두 사외이사로만 구성하고 위원장을 맡기는 등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높여주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사회 내부 평가를 실시하지 않고 있어 평가개선프로세스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오너=이사회 의장' 공식…사외이사로만 구성된 소위원회

THE CFO가 실시한 '2024 이사회 평가'에서 두산은 총점 255점 중 131점을 받았다. 이사회 평가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분야에서 이사회 구성 및 활동 내역이 평가됐다.

'구성' 분야 평균 점수는 2.6점으로 집계됐다. 9개 평가 항목에서 23점을 받았다. 구성 분야 평가 항목은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여부, 사외이사 비율, 사외이사 소위원회 위원장 선임 여부, 이사회 규모, 이사회 내 위원회 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 BSM(Board Skills Matrix) 활용 여부, 다양성, 지원조직 유무 등이다.


두산은 오너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지주사 두산 대표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이다. 박 회장은 1985년 두산산업으로 입사한 이후 지금까지 ㈜두산에 재직하고 있다. 2016년 3월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 동시에 이사회 의장으로 추대됐다.

오너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까지 겸직하고 있으나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두산은 모두 4인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관련 법령에 따라 사외이사의 수가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돼야 하는데 ㈜두산의 사외이사 비율은 57%로 법적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내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상호견제 기능을 도모하기 위해 이사회 내 소위원회를 모두 사외이사로만 채웠다. ㈜두산의 소위원회는 △감사위원회(감사위) △내부거래위원회(내부거래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등 모두 3개가 설치돼 있다. 허경욱 사외이사가 감사위와 사추위, 윤웅걸 사외이사가 내부거래위 위원장을 맡았다.

이사회 '참여도'에서 평점 3.1점을 받으며 중간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정기 이사회는 6회, 임시 이사회는 7회 개최됐다. 전체 이사의 평균 출석률은 각각 90%와 100%로 집계됐다. 다만 평균적으로 이사회 개최 1일 전 안건을 통지한다는 점에서 점수가 깎였다. 이사들에 대한 정기 교육이 연간 3회 개최돼 준수한 평가를 받았다.

'견제기능' 항목에서 5점 만점에 3.2점을 받으며 6개 평가 항목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부적격 임원 선임 방지를 위한 정책이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충실히 기재돼 있고, 내부거래위가 설치돼 있다는 점, 그리고 감사위가 사외이사 3인으로만 구성됐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1000억대 순손실, 경영성과 감점 요인…평가 시스템 개선 필요

6개 평가 항목 중 '정보접근성'에서 2.8점을 받으며 세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이사회 회의 내역을 상세히 기술해 이사회 투명성을 높였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다만 주주환원정책이 모호하게 공시돼 있고, 사외이사 후보 추천 경로가 공개되지 않은 점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두산은 '실적, 배당수익률 및 배당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배당을 결정하고 있다'며 '당사는 배당을 통한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구체적인 배당성향 목표를 밝혀둔 기업과 차이가 있다. 최근 3년간 1000억원대 순손실(연결 기준)을 기록했으나 358억원의 배당을 단행했다.

이러한 적자 상황은 '경영성과' 평가 점수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됐다. 경영성과 평가에서 2.1점을 받는 데 그쳤다. 특히 총주주수익률(TSR)이 24.9%로 나타나며 최하점인 1점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이익률(ROA), 부채비율 등에서도 최하점을 기록했다.

두산이 6개 항목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건 바로 '평가개선프로세스'다. 평가개선프로세스 항목이란 이사회 안팎에 대한 평가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보는 지표다. 지난해 한국ESG평가원으로부터 전체 B+를 받아 중상위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이사회 활동에 대한 내부 평가를 수행하지 않아 결정적인 감점 요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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