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두산로보틱스에 두산밥캣을 붙인 데는 두산로보틱스의 신용등급을 끌어올리려는 이유도 있다. 두산로보틱스가 북미를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확대하려면 현재 확보하고 있는 기업공개(IPO)에 따른 공모자금 외에 추가 조달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법인의 현지 조달 여력을 키워야 하는 과제가 있다. 두산밥캣은 현금창출력이 우수한 데다 S&P가 올해 4월 신용등급을 BB+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북미 중심 해외시장 확대 과제…공모자금 외 추가 조달 필요 두산그룹의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단계는 두산로보틱스의 두산밥캣 흡수합병이다.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 지분(46.06%) 전량을 보유한 신설법인을 인적분할하고 두산로보틱스가 이 신설법인을 흡수합병한다. 두산로보틱스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두산밥캣을 완전자회사화하고 최종적으로는 흡수합병하는 절차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에는 두산로보틱스 자금 조달에 대한 두산그룹의 고민이 담겨있다. 두산그룹은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과 함께 두산로보틱스를 3대 미래사업으로 꼽고 있다. 2022년 5월 45억원을 출자해 완전자회사 형태의 미국법인(Doosan Robotics Americas)을 설립했고 지난해 39억원을 추가 출자하면서 북미지역 진출에 힘을 싣기도 했다.
두산그룹은 연구개발(R&D) 강화, 신제품 개발, 판매망 확충, 신사업 진출 등 두산로보틱스 육성을 위한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해외시장 확대는 두산로보틱스의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두산로보틱스의 자금 조달은 성공적이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10월 두산로보틱스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구주매출 없이 신주모집으로 4212억원의 공모자금을 끌어들였다.
상장 이후 두산로보틱스는 추가적인 조달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말 별도 기준 자산총계(4552억원)의 81%(3668억원)가 현금성자산이다. 상장 때 유입한 공모자금 대부분을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자산으로는 미국법인 출자금액인 종속기업 투자지분 84억원과 유형자산 82억원 등이 포함되지만 규모가 크지 않다.
두산로보틱스가 사업을 넓히려면 현재 보유한 현금성자산 외에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유상증자로 자본을 확충해도 되지만 두산그룹 지주사이자 모회사(지분율 68.19%)인 두산의 올해 1분기말 현금성자산은 3481억원으로 충분히 여유있는 편은 아니다.
◇두산밥캣 합병으로 신용등급 제고 겨냥…S&P, 두산밥캣 BB+ 상향 조정 결국 두산로보틱스의 차입이 병행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법인에 힘을 주고 있는 만큼 국내 차입뿐 아니라 해외(현지) 차입 여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1분기말 별도 기준으로 리스부채 40억원을 제외하면 차입금이 없어 부채비율이 3.2%에 불과하다. 미국법인을 포함하는 연결 기준으로 따져도 리스부채 51억원을 제외하면 차입금이 없어 부채비율이 3.7%다. 차입 여력은 국내와 해외 모두에서 충분하다는 의미다.
차입을 위해 요구되는 것이 신용등급이다. 두산로보틱스의 가장 최근 신용등급은 지난해 12월 한국평가데이터로부터 받은 BB다. 하지만 국내나 해외에서 회사채를 발행한 적이 없기 때문에 국내나 해외 신용평가사로부터 받은 등급이 없다. 이 때문에 향후 국내나 해외에서 회사채를 발행하려면 신용등급을 새로 받아야 한다.
두산로보틱스로서는 조달 여력을 끌어올리려면 신용평가에 앞서 등급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놓는 것이 중요하다. 공모자금을 유입한 덕분에 아직은 자산 대부분이 현금성자산이고 재무건전성도 우수하지만 한 번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꾸준히 까먹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현금창출력이 신용등급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두산밥캣 흡수합병은 두산로보틱스의 현금창출력을 극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카드다. 두산밥캣은 북미, 유럽,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 지역의 해외 자회사를 지배하는 국내 지주사로 2014년 출범한 이래로 연간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오히려 북미시장에서 소형 건설기계 수요가 확대되면서 2022년과 지난해 2년 연속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여기에 분기배당을 실시하고 있고 배당재원이 되는 이익잉여금도 올해 1분기말 별도 기준 1조2452억원이다.
두산밥캣은 국내 지주사이므로 국내 신용평가사로부터 받은 등급은 없다. 두산밥캣의 별도 기준 차입금은 모두 북미법인(Doosan Bobcat North America)에서 차입한 것이다. 하지만 해외 자회사에서 현지 차입을 일으키고 있으므로 해외 신용평가사로부터 받은 등급이 있다. S&P는 올해 4월 두산밥캣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상향 조정했다. 견조한 영업실적과 재무건전성 개선이 이유로 제시됐다.
다만 S&P는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발표된 이후인 지난달 17일 두산밥캣에 대한 BB+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과 채권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했다. S&P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그룹이 두산밥캣에 대한 지분을 늘리면서 부정적인 개입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는 데다 두산밥캣이 창출한 현금을 성장 관련 투자에 활용할 수 있어 재무 정책이 변경되거나 재무 상태에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