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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KPI 톺아보기

SK그룹 파이낸셜 스토리 속 'CFO 역할'은

M&A 통한 신사업 진출과 실적 확대 목표...CFO의 주된 역할은 '포트폴리오 조정'

양도웅 기자  2023-04-19 16:03:18

편집자주

자금 조달과 재무·회계 보고서 작성, 자산 관리와 효율화, 투자자 소통 등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 가운데 기업이 우선순위로 삼은 건 무엇일까. 이는 CFO의 핵심성과지표(KPI)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다름없다. 단 KPI는 회사 내부에서도 쉽게 공유되지 않는 정보다. 물론 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일례'로 상여 산정기준을 뒤집어보는 방법이다. 무엇을 잘해서 상여를 줬다면 그 무엇이 곧 회사가 정한 CFO의 역할과 임무다. THE CFO가 상여 산정기준을 비롯한 여러 방식으로 CFO들의 KPI를 유추해본다.
경영진에게 평가 기준은 목표와 역할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라면 고객사 확대와 영업력 강화를 위해 동분서주할 테고 영업활동현금흐름이라면 매출채권 회수와 매입채무 확대, 재고자산 축소에 집중할 것이다. 기업가치 제고라면 주가 부양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파이낸셜 스토리'를 기치로 내건 SK그룹의 경영진 평가기준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곧 파이낸셜 스토리라는 이야기의 목표가 무엇이고 그 속에서 경영진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과 같다. 최태원 회장은 2020년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처음으로 이 단어를 꺼냈다.

◇CFO 중 3분의 1이 고액 연봉자 반열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THE CFO는 SK㈜와 SK이노베이션, SK스퀘어, SKC, SK네트웍스, SK디스커버리,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SK그룹 주요 계열사 30개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하는 임원의 보수와 상여, 그리고 산정기준을 살펴봤다.

CFO 역할을 하는 임원에 주목한 건 단어명에서 알 수 있듯이 파이낸셜 스토리를 추진하는 데 누구보다 재무 담당 임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감사보고서만 제출해 보수 5억원 이상의 경영진과 상여 기준을 알 수 없는 SK넥실리스와 SK플래닛, 원스토어 등은 제외했다.

그 결과 지난해 SK그룹에서 상여 포함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은 CFO 역할 임원은 총 9명으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 30개 계열사 CFO 역할 임원 중 대략 3분의 1에 해당하는 인원이 소위 말하는 고액 연봉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소속과 직책을 기준으로 SK스퀘어 윤풍영 CIO, SKC 최두환 부문장, SK네트웍스 이호정 본부장, SK쉴더스 한은석 센터장, SK에코플랜트 피성현 CFO, SK실트론 진영민 센터장, SK디앤디 오영래 총괄, SK가스 이해원 본부장, SK스페셜티 유진 실장 등이다.


◇평가 요소 키워드: 매출과 이익, 그리고 포트폴리오

이들은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통해 결정된 상여를 포함한 보수를 받았다. 정량평가로 활용된 지표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세전이익, 당기순이익 등으로 대표적인 실적 지표다. SKC만 유일하게 정량지표에 '사회적 가치'를 포함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다. 단 추상적인 사회적 가치를 정량화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성평가 요소는 계열사별로 다소 상이했으나 눈에 띄는 공통 요소는 '포트폴리오 관리'와 '포트폴리오 조정' 등 사업 재편과 관련한 것이었다.

CFO 역할 임원 가운데 가장 많은 상여인 6억1800만원을 받은 SK스퀘어의 윤풍영 CIO(CFO 역할도 수행)에 대해 회사 측은 "2021년 사업 전략과 포트폴리오 관리, 지배구조 재편을 통해 SK스퀘어 포트폴리오 회사와 시너지 발굴에 기여"한 점을 사유로 설명했다.

SK스퀘어는 투자형 지주사로 2021년 11월 SK텔레콤으로부터 인적분할돼 설립됐다. 당시 윤풍영 CIO는 SK텔레콤 CFO로서 분할 과정을 앞장서 이끌었다. 이 점을 높이 평가받은 셈이다. 윤 CIO는 지난해에도 티맵모빌리티 등 종속기업들의 성공적인 인수합병을 지원한 공로로 연말 인사에서 SK C&C 사장에 선임됐다.

투자형 지주사이기 때문에 CFO 역할 임원이 포트폴리오 관리 업무를 맡는 건 이례적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SK네트웍스 이호정 본부장, SK쉴더스 한은석 센터장, SK에코플랜트 피성현 CFO 등도 모두 포트폴리오 전환 등을 성과로 인정받아 상여를 받았다. 이러한 성과로 이 본부장은 지난해 12월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다.

물론 포트폴리오 관리와 조정 등의 업무만 CFO 역할 임원들이 맡은 건 아니다. 리스크 관리와 재무구조 개선, 비용 효율화 등 재무 담당 임원의 전통적인 업무에서부터 ESG 관리 개선과 디지털 전환 등까지 다양한 업무로 성과를 인정받아 상여를 받은 CFO들이 존재한다.


◇파이낸셜 스토리 목표는 '이익', 수단은 '투자와 M&A'

정량과 정성평가 요소를 종합하면 SK그룹은 CFO 역할 임원에게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한 매출과 이익 확대에 기여'를 적극 주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순서대로 정리하면 '비주력과 유휴 자산 매각→투자금 확보→신사업 발굴→확보한 투자금을 집행→매출과 이익 확대'다. CFO 역할 임원들은 이 가운데 앞의 4단계를 책임지는 셈이다.

최태원 회장이 3년 넘게 강조하는 파이낸셜 스토리의 궁극적 목표는 매출과 이익 확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방법은 친환경 사업을 비롯한 신사업이다. 구체적으로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플라스틱 재활용, 풍력과 수소 등 친환경에너지, 신약과 백신 등이다.

주된 신사업 진출 전략은 포트폴리오 조정의 다른 말인 '인수합병(M&A)'이다. SK그룹도 파이낸셜 스토리를 설명하는 동영상에서 서두에 '투자와 M&A'로 그룹이 성장해온 점을 강조한다.

이는 SK그룹 CFO 역할 임원 중 투자와 사업 재편과 관련한 이력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일례로 SK E&S는 올해 초에 CFO 직책을 신설하며 김형근 전 SK㈜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부문장을 자리에 앉혔다.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조직은 투자와 사후 관리를 책임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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