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지주사인 SK㈜는 투자형 회사로 방향타를 전환한 이후 약 5년의 시간 동안 숨 가쁜 사업구조 재편을 진행해왔다. 신사업 발굴이라는 목표 하에 투자 집행, 육성, 매각, 투자금 회수, 재투자 등 역동적인 자본거래를 이어왔다.
지난해 SK㈜의 구체적인 '파이낸셜 스토리'가 공개되면서 회사는 중대한 변곡점에도 도달했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매출 등의 재무성과가 아닌 시장을 끌어당길 수 있는 강력한 비전이 담긴 기업 전략이다.
SK㈜의 미래를 논할 때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재무건정성을 유지하면서 주가 부양을 위해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 또한 주주친화정책도 조율하는 등 시장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차별화된 재무 전략이 요구된다.
◇투자금 지출부터 엑시트 전략까지
지난 2017년 투자형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SK㈜는 적극적인 사업구조 개편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크고 작은 투자 및 사업계획 수립 등을 통해 지난해 첨단소재, 그린, 바이오, 디지털 등 네 가지 주요 미래 사업 부문을 구축했다.
수천억원대였던 투자금 지출 규모도 조 단위로 커졌다. 지난해 SK㈜는 플러그파워, 예스파워테크닉스, 시그넷EV,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 모놀리스, 퍼펙트데이, 네이처스파인드, 미트리스팜, 폴스타 등에 투자했다. 지출 금액만 3조원을 뛰어넘는다.
필요없는 지분들은 과감히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5월 캐시카우였던 SK루브리컨츠 지분 40%를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에 약 1조1000억원에 매각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 폐기물 기업 테스(TES) 지분 일부의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에도 투자활동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 4월 SiC 전력반도체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는 국내 기업인 예스파워테크닉스 지분을 추가로 사들였다. 지난해 수백억원을 들여 지분 일부를 확보했는데 올해 1200억원을 더 내고 지분율을 아예 95.8%로 끌어올렸다.
재계 관계자는 "2020년 SK바이오팜 상장 대박 등 SK㈜는 막대한 현금을 거머쥐고 다시 신사업에 투자하는 역동적인 행보로 성과를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다가오는 '파이낸셜 스토리' 압박
SK㈜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한 재무라인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그룹 지배구조 정점인 지주회사의 곳간 사정을 책임지는 조직으로서 재무건전성 확보와 주가 부양이라는 두 가지 숙제를 안고 있다.
현재 SK㈜ 재무부문장은 이성형 부사장이다. 재무 1·2실, IR담당, USA 추진TF 등을 산하에 두면서 바이오투자센터, 디지털투자센터, 그린투자센터, 첨단소재투자센터도 동시에 신경 쓰고 있다.
'파이낸셜 스토리' 압박을 받는 재무부문장의 어깨는 더 무겁다. 지난해 SK㈜는 자사의 기업가치가 왜 올라야 하는지 객관적으로 설명한 '파이낸셜 스토리'에서 2025년 시가총액 140조원·주가 200만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SK㈜와 핵심 계열사들의 시가총액은 이달 기준 16조원, 주가는 20만원대 초반 수준이다. 단기간에 성장하기 위해 향후 공격적인 투자 활동이 예상되는 만큼 재무 상태를 뒷받침 하는 재무라인의 역할은 더 부각될 전망이다.
주가 부양을 위한 주주환원정책도 재무라인의 손이 닿고 있다. SK㈜는 그간 투자수익을 중간배당 형태의 특별배당으로 지급했고 투자로 얻은 수익으로 매년 자사주 매입도 추진했다. 최근에는 보다 강력한 주주환원정책 중 하나인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