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SK그룹 모빌리티 사업 계열사인 티맵모빌리티가 합작법인 '우티'의 지분을 전부 매각키로 했다. 그간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지만 이번 지분 매각으로 건진 돈은 600억원이다. 택시 기반 모빌리티 사업의 출혈경쟁으로 더 이상 지원을 하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이번 매각을 결정한 티맵모빌리티의 이사회는 모회사 SK스퀘어 멤버 2명과 어펄마캐피탈매니져스,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이 포진해 있다. 그 중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를 대변하는 최동석 대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종사촌 관계다.
◇SKT·SK스퀘어·FI 등 8명으로 구성된 이사회 매각 결의 티맵모빌리티는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우티 지분 49%를 우버에 매각키로 의결했다. 처분 수량은 7만5678주로 금액은 약 600억원이다. 우티는 티맵모빌리티와 글로벌 모빌리티 업체 우버가 49대 51로 출자한 합작법인이다. 티맵모빌리티는 이때 영위하던 택시 콜 사업을 넘겨줬다.
이번 매각을 결정한 티맵모빌리티 이사회는 총 8명으로 구성돼 있다. SK텔레콤 모빌리티 사업단장으로 티맵 분사와 경영을 주도했던 이종호 대표이사와 SK텔레콤 모빌리티 사업단 모빌리티 사업 유닛장 출신인 이재환 최고전략책임자(CSO), SK텔레콤 경영기획팀장 출신인 이병관 경영관리 담당이 사내이사로 있다. 이들 중 이종호 대표는 최근 인사를 통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으로 발령이 났고 그 자리를 이재환 CSO가 이어 받았다.
모회사인 SK스퀘어 소속 임원도 2명이다. 송재승 SK스퀘어 최고투자책임자(CIO)와 한명진 SK스퀘어 투자지원센터장이다. 이들 중 한 센터장이 SK스퀘어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그 자리를 이헌 SK스퀘어 CIO MD(Managing Director)가 물려 받았다.
사외이사로는 이영민 전 KB국민은행 파주지역본부 지역본부장이 있으며 오중석 SK스퀘어 재무담당이 감사를 맡고 있다. FI 측 인사도 2명이 있다. 김태엽 어펄마캐피탈매니져스 코리아 대표와 최동석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대표다. 티맵모빌리티는 2021년 어펄마캐피탈·이스트브릿지 등 사모펀드로부터 4000억원, 2022년 국민은행으로부터 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FI 측 인사와 국민은행 출신 사외이사는 투자유치 후에 들어온 멤버들이다.
특히 최동석 대표는 티맵모빌리티가 소속된 SK그룹 총수 최태원 회장과 이종사촌 관계다. 최 대표는 옛 골드만삭스 대표 시절부터 SK그룹 딜을 자주 맡다가 티맵모빌리티 투자를 계기로 SK 계열사 이사회에 입성했다.
◇자금시장 경색·출혈경쟁 등에 '우티 더 이상 지원 어렵다' 판단 티맵모빌리티 이사회가 지분 매각을 결정한 배경에는 우티의 지속된 영업손실로 자본이 거의 소진된 상황에서 더 이상 지원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이 있다. 우버는 2021년 4월 초기 자본금으로 우티에 1억달러(당시 1130억원)를 출자했다. 티맵모빌리티도 출범 당시에 863억원, 2022년에 222억원 등 1085억원을 투입했다. 이렇게 형성된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은 총액 2182억원이다.
우티가 출범하던 시기는 한창 코로나 팬데믹 시절이라 사회적 거리두기와 이동제한으로 택시 콜 관련 모빌리티 사업이 어려웠다. 특히 한국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관련 시장을 80~90% 점유하고 있어 벽을 깨기가 쉽지 않았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마이너스 매출로 출혈경쟁이 벌어진 탓에 곳간이 결국 바닥을 드러냈다. 작년 말 기준 우티의 자본총계 항목에 남은 돈은 66억원 뿐이다.
게다가 우티는 유한회사로 설립된 터라 자체적으로 주식·채권 등을 발행할 수 없다. 외부조달에 한계가 있어 우버와 티맵모빌리티, 양대 주주에게 의존해야 한다. 티맵모빌리티도 흑자전환과 상장 시점을 2025년으로 잡고 있는데다 자체적인 투자 및 인수합병(M&A) 수요가 있어 우티에게 무한정 퍼주기가 어렵다. 만약 그러려면 SK그룹의 도움을 받거나 추가 투자유치를 모색해야 한다.
SK그룹도 지난해 2차전지와 반도체 불황으로 자금흐름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투자시장에서 모빌리티 플랫폼의 매력도 역시 크게 가라앉았다. 압도적인 국내 1위 카카오모빌리티마저 FI들의 엑시트가 어려워진 판국이라 투심이 냉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