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에 사업개발 전문가를 기용했다. 재무와 경영지원 분야를 거쳤던 전임자와 비교하면 이력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올해 SK그룹이 전사적으로 파이낸셜스토리 실행을 주문한 만큼 최대 관심사는 SK실트론의 신임 CFO가 그려낼 기업가치 개선 방향성이다. 반도체 웨이퍼 사업의 고도화와 함께 신사업 안착을 통한 정체성 다변화가 주요 과제로 지목된다.
SK실트론은 2017년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처음으로 CFO를 교체했다. 직제상 공식적으로 CFO 자리는 없으나 관련된 업무는 올해부터 기업가치혁신본부장이 수행한다. 여기에 이정훈 본부장이 발탁돼 1월부터 임원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SK실트론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이사회에도 이름을 올렸다. SK실트론은 줄곧 사내이사 자리는 대표이사와 CFO 역할을 담당하는 임원 두 사람에게 맡기고 있다.
이 본부장은 2017년부터 SK그룹과 인연을 시작했다. 그룹의 최고 의사협의기구인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에서 사업개발 담당 임원까지 지냈으며 지주회사 SK㈜에서 투자센터그룹장 이력도 쌓았다.
기존에 SK실트론에서 CFO 역할을 맡았던 진영민 전 Corporate센터장과는 다른 역량을 축적해 온 모습이다. 진 전 센터장은 SK실트론 재직 이전에 SK C&C 재무본부장, SK China 경영지원부문장 등 관리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였다.
이 본부장의 경우 사업 가능성을 진단하고 사업화를 실행해본 경험이 강점이다. 현재 SK실트론은 신사업에서 미래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 따라서 사업개발 역량을 가진 이 본부장의 역량이 발휘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SK그룹에 속한 CFO들의 최대 과제로 파이낸셜스토리의 실행이 주어졌다. 이 본부장의 경우 SK그룹의 첨단소재 사업 기반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거리다. SK실트론의 사업은 크게 두 영역으로 나뉘며 반도체 웨이퍼와 특수소재가 이에 해당된다.
SK실트론은 우선 글로벌 웨이퍼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을 목표로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생산 능력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2년간 2조3000억원가량 증설 투자가 대기 중이다. 주력 제품인 실리콘 웨이퍼(Si Wafer)의 수요에 대응하면서 새롭게 도전한 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SiC Wafer) 분야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앞서 SK실트론은 2020년에 미국 듀폰에서 SiC 웨이퍼 사업부를 5366억원에 인수했다. 작년 말 미국 미시건에 신규 공장이 완공됐으며 본격적으로 양산에 돌입한 만큼 올해 외형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첨단소재 분야에서 특수소재로 사업의 외연도 넓히고 있다. 테라온이라는 자회사를 통해 나노탄소 발열소재 기술 역량을 확보한 상태다. 이는 빠른 속도로 발열이 가능한 소재로 전기자동차 등에 활용할 수 있다. SK실트론은 2021년 테라온에 14억원을 출자한 데 이어 작년에 250억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작년 말 기준 테라온의 주식 80.4%를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 SK실트론은 실리콘 웨이퍼의 수요 확대에 힘입어 최대 경영 실적을 달성했다. 작년 연결 매출액은 2조3547억원으로 전년 대비 27.3%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01% 증가한 5649억원을 달성했다. 작년 4분기 들어 반도체 업황이 부진해지면서 외형은 주춤했지만 수익성은 지켰다. 품질과 생산성 개선 등으로 판가를 유지한 덕분이다.